기사입력 1970.01.01 09:00 / 기사수정 2010.12.28 05:55
[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의 수다메리까!] - 풋볼 아메리까노(15): 아르헨티나 전기리그 결산 -3-
리켈메의 공백, 보카의 '낭패'로 이어지다
올 시즌 보카의 실패는 팀의 주장, 리켈메의 공백에서 시작한다. 그것은 리켈메가 보카의 '단순한' 주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리켈메는 보카 공격의 지휘자이자, 보카라는 팀의 플레이에 있어 필드내의 사령탑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런 리켈메가 지난 5월에 받은 무릎수술의 여파로 이번 전기리그에서 단 두 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머지 경기에서 리켈메의 대역을 맡은 이는 크리스티안 차베스, 마르셀로 카녜테, 다미안 에스쿠데로를 들 수 있는데, 모두 리켈메의 후계자가 되는데 낙제점을 받았다. 차베스는 개인기와 넓은 시야가 돋보였지만,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어낼 만한 '번뜩임'이 없었고 카녜테는 경험부족의 한계를 통감했다. 비야레알에서 야심차게 영입한 에스쿠데로는 실망 그 자체였다.
결국 이 세 선수 모두 리켈메의 자리에서 만족스런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보카는 자신들의 패배공식에서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 경기의 공세를 주도했음에도 상대의 빠른 역습에 어이없는 실점을 당해 경기를 망치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투 톱 아래의 플레이메이커가 상대 밀집 수비를 깨뜨릴 비장의 패스를 공격수들에 연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줄기찬 공세에도 득점에 번번히 실패하는 양상은 보카에 두 가지 악순환을 가져왔다. 첫째는 공수 양면의 플레이 전면에서 초조함이 묻어나온 것이고 둘째는 양쪽 풀백의 지나친 공격 가담이었다.
바로 이 두 가지 악순환은 보카가 상대 역습에 취약하게 만들었는데, 오버래핑으로 빈자리가 노풀된 보카의 측면은 아르헨티나에 널리고 널린 재빠른 공격수들의 안방이 되었고 초조해진 보카 수비진은 집중력을 잃고 거친 반칙이나 신중하지 못한 태클, 혹은 실책성 플레이로 상대에게 기분 나쁜 득점을 허용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즉, 리켈메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한 데서 비롯된 공격력의 날카로움 상실이 수비진의 흔들림으로 이어졌고, 리켈메와 같은 필드위의 사령탑이 없다보니 팀 플레이의 발렌스가 무너져 어이없는 실점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연이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리켈메가 출전한 이번 전기리그 두 경기에서도 보카의 패배공식은 어김없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리켈메 혼자의 힘으로 보카의 악순환을 뿌리 뽑기에 리켈메는 너무나 긴 공백기를 가졌고, 그 동안 보카는 너무나 많은 경기를 치렀다. 또한, 리켈메의 몸상태 역시, 아직 '마법'을 부릴 컨디션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다가올 후기리그, 이러한 리켈메에 대한 의존도에서 탈피할 수 있는가, 혹시 못하더라도 리켈메가 예전의 몸상태를 해결, 보카의 구세주가 될 수 있는가에 보카의 명예회복이 달려있다.
'허무축구'속 리베르의 희망
리베르는 올 시즌을 앞두고 앙헬 카파 감독을 야심차게 영입했다. 카파 감독은 하비에르 파스토레, 마리오 볼라티의 스승으로 오늘날 아르헨티나 축구계에서 짧고 빠른 패스플레이의 아르헨티나식 축구를 가장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은 감독이다.
그러나 초반 몇 경기의 상승세가 지난 후, 카파 감독은 주전 선수의 연이은 부상 악재에서 비롯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카파의 '티키-티키(아르헨티나 특유의 짧고 빠른 패스플레이)' 축구는 리베르에 제대로 접목되지 못한 채 '허무축구'로 변질되고 말았다. 결국 리그 중반, 리베르를 7경기 무승의 기나긴 침체로 몰고간 카파 감독은 자신의 계약 기간을 반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되는 신세가 되었다.
카파의 축구가 허무축구로 변질된 데에는 주전 선수들의 부상 문제도 크게 작용하지만, 믿었던 선수들의 부진이 보다 핵심적이다. 특히,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할 아리엘 오르테가의 부진이 컸다.
사실, 리그 전반기, 오르테가의 활약상은 놀라웠다. 번뜩이는 재치와 감각적인 킬패스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며 리베르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리베르가 위기에 바진 중반기, 오르테가는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연이은 불운으로 팀 사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오르테가는 팀 후배들을 다독이지 못할 망정, 짜증스런 플레이로 일관했고 베테랑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팀의 젊은 공격수들도 덩달아 흔들리며 리베르에는 공격 전술 자체가 사라졌다. 아르헨티나 리그는 이러한 무전술 축구가 득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녹록한 리그가 아니기 때문에, 리베르가 무득점 경기를 펼치는 게 놀랍지 않을 일이 될 정도로 리베르는 극심한 빈공에 시달렸다.
그래도 리베르가 끝내 4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듯, 올 시즌 리베르에는 희망적인 부분도 여럿 있다. 특히 카파 감독 경질 후 팀의 감독 대행으로 부임한 호세 로페스는 팀을 빠르게 위기에서 추스르며 보카와의 수페르클라시코를 승리로 이끌었고 이후 5경기에서 3승1무1패로 거둬 리베르를 4위로 올려놓았다. 덕분에 로페스는 오는 후기리그에서 리베르의 정식 감독으로 팀을 이끌게 되었다.
로헬리오 푸네스 모리, 에릭 라멜라, 파쿤도 아프란치노 등 1990년대생 '소년'들의 약진도 주목할 만 하다. 비록, 어린 선수들이 리그 중반기 이후, 경험부족이란 암초에 부딪혔지만, '경험'이란 벽만 넘어선다면 이들 '소년'들은 리베르의 부활을 이끌기 부족함 없는 재능임을 스스로 증명한 전기리그였다.
마티아스 알메이다의 부활, 호나단 마이디나, 아달베르토 로만 같은 이적생들의 활약은 리베르의 수비력 안정에 커다란 버팀목이 되었다. 알메이다가 중심을 잡아준 중원플레이, 마이다나가 버틴 든든한 센터백 라인,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 활약을 보여준 '파라과이의 에인세' 로만의 활약으로 리베르는 빈약한 득점력에도 리그 성적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었다.
후기리그를 준비하는 움직임: '분주한' 리베르-'핵심'에서 벗어난 보카
전기리그 성적의 명암처럼, 후기리그에 대한 양팀의 전망도 엇갈린다. 보카는 아르헨티나의 지장으로 손꼽히는 훌리오 세사르 팔씨오니가 팀의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하지만, 여전히 리켈메의 부활에 의존하는 빈도가 커 보인다. 한편, 리베르는 오르테가와 디에고 부오나노테에 대한 믿음을 접고 파블로 아이마르, 페르난도 벨루스치, 안드레스 달레산드로 등 팀의 에이스를 맡아줄 선수들을 영입하려는 분주한 움직임을 보인다.
보카는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 대해 팀 수뇌부와 불화를 겪는 크리스티안 루체티를 대신할 골키퍼 자리를 제외하곤 아직은 그리 주목할 움직임이 없다. 그밖에 보카가 염두에 둔 영입 후보로는 뉴웰스의 주장 롤란도 스치아비, 아르헨티노스의 지난 후기리그 우승주역, 후안 메르씨에르 등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에 있다.
즉, 리켈메에 집중된 팀의 공격작업을 보다 다변화시킬 수 있는 자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별다른 움직임 없다는 것이다. 물론, 리켈메는 '마법사'이다. 그러나 지난 시즌부터 보카가 리켈메에 집중된 공격 작업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점에서, 이번 전기리그에서 리켈메의 부진으로 엄청난 고생을 했다는 점에서 보카는 리켈메의 확실한 보험을 마련해야 한다.
반면 리베르는 팀의 무딘 공격력을 메워줄 창의적인 플레이메이커 영입에 두 손을 걷어 부쳤다. 가장 이상적인 영입 대상은 여전히 벤피카의 핵심 공격 옵션인 파블로 아이마르다.
물론, 아이마르의 영입 작업은 순조롭지 않을 것이다. 벤피카 측에서도 얼마전, 아이마르의 아르헨티나 복귀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확실히 보였다. 그러나 아이마르 자신이 아르헨티나로의 복귀에 긍정적이라는 점, 32세에 달한 아이마르의 나이가 복귀에 이상적인 나이라는 점은 아이마르의 리베르 복귀가 불가능한 것 만은 아님을 말해준다.
달레산드로는 아이마르의 영입이 실패할 경우 차선책이다. 그러나 아이마르보다 영입 작업은 순조로울 수 있다. 달레산드로는 아직 인테르나씨오날과 계약기간이 남아있지만, 소속팀 인테르나씨오날을 올해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으로 이끄는 등 현 소속팀에서 더 이상 이룰게 없는 현실이다. 게다가 달레산드로 자신은 리베르 복귀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벨루스치의 영입은 아이마르, 혹은 달레산드로의 영입과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 벨루스치 역시 플레이메이커로서 자신의 능력을 가장 크게 발휘하지만, 중앙 미드필더, 측면 미드필더 등 활용가치가 넓다. 벨루스치의 영입이 실현된다면 리베르는 아르헨티나 최고의 중원 경쟁력을 갖출 것이고 벨루스치의 가세로 중원의 창의력이 몰라보게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아이마르든, 달레산드로든, 벨루스치든, 이들의 영입은 팀의 든든한 수비력과 맞물려 리베르의 명가 부활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사진=올 시즌 수페르클라시코, 실점 후 망연자실한 리켈메, 마이다나(좌)와 알메이다, 벨루수치(좌)와 아이마르 ⓒ 디아리오 올레, 라나씨온(마지막 사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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