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 스포츠 15人 ②] 박태환 편
[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마린보이' 박태환(단국대)의 2010년은 '화려한 비상'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그만큼 시련과 좌절을 딛고 당당하게 스스로 다시 일어서며 최고 자리에 우뚝 섰다.
지난 8월, 팬퍼시픽 대회를 통해 재기에 성공했던 박태환은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르며 옛 모습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무엇보다 심리적인 안정감, 자신감을 찾아 자신의 경기력을 모두 보여준 것이 값졌다. 올 한 해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박태환은 내년 7월 세계선수권, 그리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자유형 세계 최고 선수'로 더욱 거듭나려 한다.
2006년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07년 세계선수권,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박태환에 뜻하지 않은 시련이 찾아온 것은 지난해였다. 목표 의식이 사라지고, 잠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며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단 하나의 메달도 거머쥐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특히 예선 통과조차도 하지 못하고 저조한 기록 때문에 그 충격은 더 심하게 느껴졌다.
이 때문에 과연 박태환이 곧바로 재기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통상 흐트러진 자세를 고치고 다시 최고 실력을 보여주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태환은 부진했던 지난 해의 아픔을 훌훌 털고, 단 1년도 안 돼 옛 기량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다시 목표가 생기고, 뭔가 해보이겠다는 의지를 갖다보니 자연스럽게 운동에만 몰입하게 됐고 이는 빠른 시간에 재기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컸다. 열심히 하려는 박태환에게 '스승' 노민상 수영대표팀 감독은 열의를 다하는 지도와 지원으로 오래된 제자의 재기를 도왔다. 또 지난해 부진 이후 새롭게 영입한 마이클 볼 코치도 호주, 괌 등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재도약 발판을 마련하는데 큰 힘이 됐다.
본인의 의지와 주변의 도움이 골고루 조화를 이루면서 박태환은 하루가 다르게 무섭게 다시 떠올랐다. 검게 그을린 피부만큼이나 그의 최고를 향한 열정은 더욱 불타올랐고, 8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열린 팬퍼시픽 수영선수권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당시 자유형 200m와 400m에 출전한 박태환은 400m에서 금메달, 2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2008년 베이징올림픽 수준의 성적을 내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주종목인 400m에서는 시즌 세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정상 궤도에 진입했음을 알렸다. 좋은 성적과 기록으로 수영에 대한 재미를 다시 찾은 것 또한 박태환에게는 매우 의미있는 대회였다.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박태환은 3개월 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도전장을 던졌다. 중국의 라이벌 장 린과 떠오르는 신예 쑨 양의 거센 추격이 예상되면서 예측 불허의 승부를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박태환은 흔들림이 없었고,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모두 보여주며 쾌거를 이뤄냈다.
첫 경기인 자유형 200m에서 박태환은 아시아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1분44초80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자유형 400m에서는 3분41초53으로 골인해 올 시즌 최고 기록을 세우고 2번째 금메달을 획득했다. 완전하게 자유형 최고의 선수로 거듭난 것이다.
박태환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국제 대회로는 4년 전 아시안게임 참가가 유일했던 자유형 100m에서 무서운 스피드를 발휘하며 막판 대역전극을 이끌어내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2회 연속 3관왕의 위업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자유형 1천500m 은메달을 비롯해 계영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추가한 박태환은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7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들을 모두 보여주며 모처럼 최고 수준의 기량을 큰 대회에서 보여준 것이 눈에 띄었다. 자존심, 명예도 회복하고 환한 웃음을 되찾은 것 또한 소득이라면 큰 소득이었다.
이제 박태환은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다시 출발한다. 지난해 로마 세계선수권의 아픔을 딛고 내년 7월 상하이 세계선수권에서 '세계 타이틀'에 도전한다. 이를 바탕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더 높이 도약하려 한다.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 뿐 아니라 그에 걸맞게 세계 기록에도 도전장을 던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도약을 이룬 박태환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현재 주종목인 자유형 200, 400m를 비롯해 100m를 할 지 1천500를 할 지에 대해서는 더욱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박태환은 심사숙고 해서 이를 결정한 뒤, 내년 초 본격적으로 세계선수권을 목표로 다시 구슬땀을 흘릴 전망이다.
바닥을 치고 다시 높게 비상한 마린보이. 그의 새로운 도전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했다. 꾸준한 세계 최고를 향한 마린 보이의 2011년 도전은 과연 어떻게 이어질 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사진= 박태환 (C) Gettyimages/멀티비츠, 엑스포츠뉴스 DB]
김지한 기자 pres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