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많은 가능성과 희망을 남기며 한 시즌을 마쳤다. 무엇보다 새 감독 체제 첫 해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울 수 있게 된 것이 큰 성과였다.
제주 유나이티드가 만년 하위팀의 설움을 딛고 쏘나타 K-리그 2010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성공적인 한 시즌을 보냈다. 비록 FC 서울의 벽을 넘지 못해 연고 이전 후 첫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시즌 내내 상위권에 있을 만큼 안정적인 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부천에서 제주로 연고이전한 뒤 제주의 성적은 바닥이었다. 2006년 13위를 시작으로 11위, 10위, 14위 등 4년 연속 단 한 번도 10위권 위로 치고 올라가지 못했던 팀이 제주였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포항 스틸러스에 한 경기 최다 골을 내주며 1-8 대패를 당하고 알툴 감독이 중도 하차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뚜렷한 팀 컬러도 없고, 선수들의 의욕도 떨어지다 보니 제주 축구가 떠오를 가능성은 한동안 없어 보이는 듯했다. 그런 가운데서 등장한 사람이 바로 박경훈 감독이었다.
물론 처음에 박경훈 감독이 부임하자 제주가 환골탈태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미 지난 2007년 국내에서 열린 U-17(17세 이하) 월드컵에서 1승 2패로 예선 탈락한 뼈아픈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독부터 환골탈태하더니 시즌 초반부터 제주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먼저, 이적생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주장 김은중을 비롯해 배기종, 박현범, 김호준 등 제주 축구의 성장을 위해 영입된 선수들의 고른 활약이 팀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됐다.
여기에 구자철, 홍정호 등 기존 신예 선수들의 성장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베테랑 선수 못지않은 기량과 원숙한 모습으로 제주 축구의 중흥을 이끌어냈다. 국가대표, 아시안게임 대표 등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부쩍 성장한 이들의 활약은 그 어느 팀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팀으로 발돋
음 하는데 큰 힘이 됐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박경훈 감독의 '긍정 리더십'이 빛을 발했기에 가능했다. 박 감독은 즐기면서 하는 것을 주요 모토로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는데 중점을 두고 팀을 운영해왔다. 선수들의 패배 의식을 없애는데 온 힘을 기울였던 박경훈 감독의 리더십은 서서히 빛을 발했고, 가장 힘든 시기인 시즌 중후반에 연승 행진을 달리는 계기로 이어졌다.
감독의 안정적인 팀 운영과 선수들의 활약이 함께 더해지면서 제주는 그야말로 강팀으로 거듭났다. 25실점으로 15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은 실점을 했고, 54골로 FC 서울에 이어 가장 많은 팀 득점을 했다. 순위 싸움이 가장 치열한 8-9월에는 5연승을 달리는 등 정규리그 마지막까지 8승 4무, 12경기 무패 행진을 달리며 '지지 않는 팀'이 됐다.
서울의 벽에 막혔지만 챔피언결정전의 투혼도 돋보였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제주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보여주며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만년 최하위권이었던 팀이 진정한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아름다운 2위'로 성공적인 한 시즌을 마치는 순간이었다.
[사진= 박경훈 감독 (C) 엑스포츠뉴스 DB]
김지한 기자 pres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