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그동안 한국 스포츠의 효자 종목 하면 투기 종목을 꼽는 사람들이 많았다. 태권도, 유도, 레슬링, 복싱 등이 대표적인 종목들이다. 하지만 유도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종목은 이번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부진한 성적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사격, 볼링, 펜싱 등이 10개 안팎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새로운 효자 종목으로 떠올랐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종목들인 것이 눈길을 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종목은 사격이다. 모두 13개의 금메달을 따내 주최국이자 사격 강국인 중국을 크게 위협하는 수준을 보였다. 3관왕에 오른 이대명(한국체대), 한진섭(충남체육회)을 비롯해 모두 7명의 선수를 다관왕으로 배출시키는 위력을 보여줬다.
볼링과 펜싱 역시 각각 12개 금메달이 걸린 가운데 8개, 7개를 획득하며 크게 주목받았다. 여자 볼링에서만 금메달 4개를 따낸 황선옥(평택시청), 여자 펜싱 플뢰레 2관왕을 거둔 남현희(성남시청) 등이 이번 대회를 통해 간판 선수임을 재확인했고, 전반적으로 선수들이 고른 기량을 보여주며 절반 이상을 휩쓸었다.
그밖에 6개 금메달을 따내 일본과 근소한 차이로 접전을 펼친 유도, 전종목 싹쓸이에 성공한 양궁, 골프 등도 '전통적인 효자 종목'으로서 큰 성과를 낸 종목들이었다. 도로 부문에서 깜짝 금메달 2개를 쏟아내는 등 모두 4개 금메달을 따낸 사이클도 나름대로 선전한 효자 종목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3개의 투기 종목 부진은 안타까웠다. 태권도는 바뀐 전자 호구 적응에 실패하고, 이란, 중국 등 경쟁국들의 실력 향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며 목표(8-9개)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금메달 4개로 대회를 마쳤다. 그나마 최강 지위는 유지했지만 남녀 성별로 성적을 매기면 이란, 중국에 모두 밀리며 자존심을 구겼다.
레슬링과 복싱의 노골드는 충격적이었다. 지난 도하 대회에서 5개 금메달을 따낸 레슬링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또다시 노골드에 그치며 28년 만에 수모를 당했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한데다 대진 운마저 따르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또 복싱은 지난 도하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노골드에 그치며 아시아 중심에서 변방으로 추락했다. 남녀에서 각각 1개의 동메달을 따낸 것이 전부였지만 여자 복싱에서 부전승으로 따낸 동메달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12개 체급 가운데 1개 메달에 그친 셈이 됐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부실 속에 경쟁력있는 선수를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씁쓸하게 이번 대회를 마쳤다.
'효자 종목'으로 불린 일부 구기 종목의 부진도 아쉬웠다. 연속 우승을 노렸던 여자 핸드볼과 남자 하키는 각각 일본, 파키스탄에 덜미를 잡히고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또 남자 배구 역시 준결승에서 일본과 풀세트 접전 끝에 져 3연패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나마 야구가 8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고, 여자 축구가 사상 첫 메달을 따낸 것이 위안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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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한 기자 pres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