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덕행 기자] SWOT 분석은 기업이 마케팅 전략 수립에 활용하는 분석법으로 내부적 요소의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외부적 요소의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ening)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기업이 아닌 개인이 SWOT 분석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는 '롤드컵' 개막을 앞두고 LCK 3팀의 전력을 SWOT 분석법을 활용해 파헤쳐봤다. 두 번째 팀은 LCK 2시드 DRX다.
S -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팀의 중심으로 성장한 '쵸비' 정지훈
2020시즌을 앞두고 'cvMax' 김대호 감독과 함께 DRX로 팀을 옮긴 '쵸비' 정지훈은 1년 만에 팀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도란' 최현준과 '표식' 홍창현, '데프트' 김혁규, '케리아' 류민석이 시즌 중반 조금씩 흔들릴 때도 '쵸비' 정지훈은 묵묵하게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정지훈 역시 부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지훈은 정규시즌 2라운드 담원게이밍과의 경기에서 카밀을 플레이하며 0/8/0이라는 역대 최악의 KDA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 이후 보여준 정지훈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개인방송을 진행하던 정지훈은 같은 팀 미드 라이너가 당시와 똑같은 룬, 스킨을 재현한 카밀을 선택한 것을 확인하고는 유쾌하게 웃어넘기며 '멘탈갑'의 모습을 보여줬다. 어쩌면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는 좋지 않은 기록을 남겼지만 정지훈은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지 않고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 후 정지훈은 더욱더 성장한 모습으로 팀의 단단한 중심이 됐다.
정지훈이 미드에서 굳건히 버텨주었기 때문에 DRX의 다른 선수들은 편안하게 게임에 임할 수 있었고 빠르게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결국 DRX는 서머 시즌을 2위로 마무리할 수 있었고, 정지훈은 팀 내에서 가장 높은 POG 포인트를 받았다.
W - '믿을맨'이었던 바텀 듀오의 후반기 부진
'데프트' 김혁규와 '케리아' 류민석 조합은 스프링 시즌 신구의 적절한 조화로 최고의 바텀 듀오로 떠올랐다. 전 맵을 가로지르는 류민석의 로밍과 혼자서도 바텀 라인을 지켜내는 김혁규의 조합은 팀에 큰 이득을 줬고 중후반 단계에서도 두 사람은 막강한 위력을 자랑했다.
서머 초반부에도 두 사람의 조합은 막강했다. 그러나 시즌 중후반부로 넘어가며 '믿을맨'이었던 두 사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온 맵을 가로젓는 플레이가 특기였던 류민석의 플레는 상대에게 많이 파훼 된 모습을 보였다. 서머 시즌에 접어들며 서포터의 로밍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미드·탑 라이너들이 서포터의 로밍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더군다나 김혁규의 부진이 겹치며 류민석 입장에서는 쉽게 로밍을 가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류민석이 자신감 있게 로밍을 갈 수 있었던 데에는 김혁규가 버텨줄 것이라는 믿음이 밑바탕에 있었지만 김혁규가 쉽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섣불리 원거리딜러를 떠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다만 많은 팬들은 여전히 두 사람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수도 있을 롤드컵 우승에 사활을 걸고 있는 김혁규와 승부욕에 눈물까지 보인 류민석은 쉽게 무너질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O - 우승후보 'TES'와 한조, 오히려 기회다
DRX는 조 추첨에서 'TES' '플라이퀘스트'와 같은 조에 편성됐다. 조 편성 결과를 받아들인 팬들은 하나같이 어려운 조라고 입을 모았다. LPL 서머 시즌 우승팀인 'TES'는 많은 전문가들이 꼽는 우승후보 중 하나다. '369'바이자하오, '카사' 홍하오쉬안, '나이트' 줘딩, '재키러브' 유웬보, '유안지아' 량자위안 등 모든 라인에서 탄탄한 전력을 자랑한다.
LCS 2시드 플라이퀘스트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복병이다. 한국 팬들에게는 '이그나' 이동근이 플레이하는 팀으로 친숙한 플라이퀘스트는 2시즌 연속 준우승을 거둘 정도로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마지막 한자리는 LEC의 '매드 라이온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휴머노이드' 마렉 브라즈다가 중심이 된 매드 라이온스 역시 플라이퀘스트만큼의 저력이 있는 팀이다.
우승후보와 같은 조에 편성된 것이 위기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우승이 목표인 DRX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TES와의 2번의 승부는 DRX에게 현재 자신들의 폼이 어느정도 인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어느 쪽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기회다.
또한 조별리그를 통과만 한다면 결승전까지는 TES를 만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변수가 많은 토너먼트 무대에서 우승후보 중 한 팀과 만나지 않는다는 것이 확정된다는 것은 충분히 기분 좋은 점이다.
T - 외부의 저평가, '소년만화'의 클리셰로 만들어라
DRX는 유독 외부의 평가가 박한 팀이다. 2020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DRX가 롤드컵에 갈 것이라고 확언한 사람은 많지 않다. 일부 팬들 역시 '이번 시즌은 힘들 것 같다'며 다음 시즌을 기약하기도 했다. DRX가 2라운드 초반 전승을 달릴 때에도 '일시적인 상승세다'라며 평가절하하는 이도 있었다.
DRX는 이러한 외부의 저평가를 모두 극복하고 LCK 팀 중 가장 먼저 롤드컵 진출을 확정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DRX를 향한 저평가는 존재하고 있다. DRX에게 기분 나쁜 평가이겠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가장 좋은 것은 외부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들의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의치 않다면 자신들을 저평가하던 이들에게 잠재울만한 실력을 키우기 위한 원동력으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혹은 이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며 부담감을 덜어내는 것도 좋다.
이번 시즌 DRX를 보며 많은 팬들이 '소년만화같다'는 평가를 남겼다. 가능성만 보여준 중고신인 '도란', 연습생 생활을 거치지 않은 인터넷 방송인 출신 정글러 '표식', 은사와 함께 팀을 옮겨 우승을 노리는 미드라이너 '쵸비',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냈지만 숙원인 롤드컵 우승을 남겨둔 '데프트', 최고의 재능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보여준 것이 없던 '케리아'가 만난 것이 만화같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김대호 감독의 이야기까지 더해지며 더 큰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졌다.
DRX를 향한 외부의 저평가 역시 소년만화에서는 '뻔한 클리셰' 중 하나다.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은 '이건 안될 것 같다' '이번엔 어렵다'며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주인공은 이를 극복하고 모두를 놀라게 한다. DRX 팬들은 DRX 선수들이 외부의 저평가마저 극복하며 '롤드컵 우승'이라는 완결을 낼 수 있기를 기원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이덕행 기자 dh.le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DB, LOL 이스포츠, DRX
이덕행 기자 dh.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