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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페타지니와 달라야 한다

기사입력 2007.02.21 22:31 / 기사수정 2007.02.21 22:31

박현철 기자
[엑스포츠뉴스 = 박현철 기자] 지난 시즌이 끝나고 이승엽은 요미우리와 4년 30억엔(추정. 약 233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치바 롯데 마린스를 떠나 1년 1억 6천만엔(약 11억 5천만원)에 입단 했음을 생각해보면 말 그대로 '돈벼락'을 맞은 셈.

그러나 2003', 2004' 시즌의 주포 로베르토 페타지니(36.시애틀 매리너스)의 행보를 보면 마냥 기뻐할 수 만은 없는 일이다. 페타지니의 풍족했지만 부담스럽던 요미우리 시절을 알아 보자.

중복투자의 희생양 로베르토 페타지니

2002' 일본시리즈 우승 후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33.뉴욕 양키스)가 MLB에 진출하면서 요미우리가 낙점한 대체자는 검증된 홈런왕 출신 용병. 2003' 시즌을 앞두고 요미우리는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주포 페타지니를 영입했다.

2001년 42홈런으로 센트럴리그 홈런왕을 차지했던 그에게 요미우리는 연봉 7억 2천만엔(당시 약 65억원)의 역대 최고 대우를 제시하며 마쓰이의 자리를 맡겼다.

페타지니가 입단하자마자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사령탑을 맡고 있던 하라 다쓰노리(49.현 요미우리 감독) 감독은 1루수를 기요하라 가즈히로(39.오릭스)로 고정시키며 페타지니에게 우익수 이동을 지시했다. 

1999' 시즌 삼성 서정환(50.현 KIA감독)감독이 이승엽을 위해 쌍방울에서 데려온 1루수 김기태(39.전 SK)를 좌익수에 배치하며 '만세' 외야진을 만든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선수 생활의 대부분을 1루수로 보냈고 무릎마저 좋지 않던 페타지니에겐 너무나 위험했던 우익수 자리. 시즌 전 오른쪽 어깨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던 그에게  결국 무릎부상까지 찾아왔다. 

7억 2천만엔짜리 거물은 그 해 30경기 이상을 결장하면서도 .323 34홈런 81타점을 기록했다.  수준급 활약이었지만 너무나 높은 연봉은 그를 먹튀 아닌 먹튀로 만들었고 팀도 리그 2위에 그치며 하라 감독이 사퇴하기에 이른다.

무한 이기주의 요미우리 타선

2004년 요미우리는 명투수 출신 호리우치 쓰네오(61)를 감독으로, 다이에 호크스에서 고쿠보 히로키(36.소프트뱅크), 긴데쓰 버팔로즈에서 터피 로즈(39)를 데려오며 리그 우승을 노리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투수진에서 우에하라 코지(32)의 구위 저하, 2003' 신인왕 키사누키 히로시(27)의 2년차 징크스, 마무리 가와하라 준이치(31.세이부)의 부진으로 누수가 생겼다. 

그 문제를 감안해 페타지니와 다카하시 요시노부(32)가 주축이 된 호화타선으로 맞불작전을 펼친 결과, 수치상으로는 좋은 결과가 나왔다.

3할 타자가 3명, 30홈런 이상이 5명이나 포진한 최고의 타선이었지만 저마다 자신의 타격을 하는 '무한도전 식'  이기적인 플레이. 타선에서 궂은 일을 해주는 선수가 없었다. 

누상에 나가 투수를 괴롭히는 궂은일을 해줘야 했던 니시 도시히사(35.요코하마)와 시미즈 타카유키(34)는 44홈런 120타점을 합작했지만 그들은 1,2번 타자들이었다.  삼진은 둘이 합쳐 157개. 출루율은 달랑 .335 였다. 넘치는 거포본능으로 '개인주의가 이것이다' 라는 것을 몸으로 보여줬다.

'돈 먹는 용병'의 일본 생활 청산

페타지니의 2004' 성적은 .290 29홈런 84타점. 부상으로 고전한 점,  .409의 출루율로 다카하시, 고쿠보, 로즈의 위력을 더해줬다는 점을 생각하면 준수한 성적이지만 그의 연봉은 너무 많았다. 

결국 요미우리는 우승 2연속 실패, 높은 연봉의 이유를 들어 페타지니를 쫓아냈다. 팀 부진의 원인은 호리우치 감독의 무모한 작전과 선발투수진의 노쇠화, 수준급 마무리 부재에 있었지만 말이다. 

결국 연봉 7억 2천만엔의 스타는 팀의 부진을 떠안고 '돈 먹는 용병'이라는 낙인이 찍혀 일본을 떠났다. 만약 당시 요미우리에 아카호시 노리히로(30.한신), 가와사키 무네노리(27.소프트뱅크) 같은 타자가 있었다면, 그리고 연봉이 조금만 낮았더라면 페타지니의 일본생활 말년은 따뜻했을 것이다.

한 배를 탄 오가사와라

요미우리는 FA로 오가사와라 미치히로(33)영입에 성공, 듬직한 3번타자를 영입했다. 좌타자 일색의 중심타선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이승엽에게 분명 득이 되는 일이다.

통산 .320  239홈런 730타점. 2000년에는 31홈런 24도루로 호타준족의 면모도 과시한 선수다.  또한 전 소속팀 니혼햄 파이터즈의 연고지도 2003년까지 도쿄돔이었다는 점. 출중한 실력과 풍부한 경험의 3번타자는 이승엽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해줄 것이다.

.313 32홈런 100타점-.323 41홈런 108타점으로 이어지는 3,4번 라인은 성적만으로도 투수들에겐 두려움 그 자체. 부상이나 갑작스런 기량쇠퇴만 없다면 이승엽은 올 시즌 좋은 우산을 선물받은 셈이다.   

자원은 풍부, 실력은 글쎄   

아직 남겨진 문제는 테이블 세터진. 지난해 시미즈의 부진(.216 6홈런 20타점)은 끔찍한 수준이었다. 수비가 좋지 않은 시미즈에게서 정확한 타격마저 없어진다면 내년 시즌 요미우리에서 그의 자리는 없어질 것이다.

지난 시즌 .261 11도루를 기록한 야노 겐지(27)는 그나마 유망주들 중 가능성을 내비췄지만 고만고만한 후보들을 멀찌감치 떨어뜨릴 정도는 되지 못한다. 지난 시즌 25도루를 기록한 '쾌준족' 스즈키 타카노리(29)의 주루플레이는 수준급이지만 .241의 타율은 보완이 필요한 상태. 

과거의 만능선수 키무라 타쿠야(35)는  2004'시즌 히로시마 시절부터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 점은 98' 신인왕 오제키 류이치(31)도 마찬가지. 코사카 마코토(34)는 2005' 시즌의 타격감을 찾지 못하고 정확성이 형편없던 치바 롯데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

데뷔 시즌 .270의 타율을 기록한 와키야 료타(26)의 타격은 알폰소 소리아노(31.시카고 컵스)나 제프 프랭코어(25.애틀랜타)를 연상시킨다. 타석에서의 참을성과 주루능력향상이 그에게 숙제로 남아있다. 

통산 .191의 가메이 요시유키(25)는 이번 스프링캠프가 중요한 상태. 작년 비슷한 위치에 서 있던 야노, 와키야가 지난 시즌 부터 조금씩 앞서가며 목을 조여오고 있다. 

새롭게 영입된 타니 요시토모(34)는 탁월했던 정확도를 되찾는다면 주전 라인업에 투입될 수 있다. 그러나 타격감을 되찾지 못한다면 2004년 외야 백업으로 전락한 이데 류이치(36.전 소프트뱅크)의 전철을 밟게 된다.

숙변처럼 오래된 요미우리의 문제 중 하나는 바로 테이블세터진의 문제이다. 이것이 올 시즌 해결되지 않으면 그 파급효과는 이승엽에게도 미치게 된다. 마치 페타지니가 입었던 피해처럼.

거인용병 성공사례 진행 중

'순혈주의'로 이름난 요미우리에서 용병이 환영받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는 일이다. 타 팀에서 검증된 용병, 이름값 높은 용병을 물량공세로 데려왔다가 실패하면 매정하게 내치는 팀이 바로 요미우리. 

페타지니 외에도 앞서 나왔던 터피 로즈, 95년 치바 롯데 방어율왕 에릭 힐먼(43), 다이에에서 100세이브를 넘긴 로드니 페드라자(38) 등 많은 선수들이 일본무대 성공사례를 끝까지 쓰지 못하고 요미우리에서 매정하게 버림 받았다.

위의 용병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승엽은 아직도 발전 중인 선수이다. 자만하지 않고 절차탁마하며 그는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실력을 키워가고 있다. 올해 그에게요미우리에서의 2년 연속 성공을 기대해본다.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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