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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울산의 아들'에서 '포항의 전사'가 된 사나이

기사입력 2010.07.12 15:12 / 기사수정 2010.07.12 15:12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10일 오후 7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쏘나타 K-리그 2010 포항 스틸러스와 전남 드래곤즈는 1-1로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경기는 설기현의 K-리그 데뷔무대로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사실 설기현 외에도 포항의 첫 유니폼을 입고 뛴 선수가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울산 현대에서 임대 이적한 최전방 공격수 이진호.



이진호는 K-리그 팬들 사이에서 '울산의 아들'로 알려진 선수다. 울산 토박이인 이진호는 어린 시절부터 늘 울산 공설운동장을 찾아 '울산 현대'를 외치며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언젠가는 꼭 울산의 선수로 그라운드에서 뛰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진호는 U-16 대표팀을 거친 뒤 그의 꿈대로 2003년 울산에 입단했다. 이후 상무를 제대하고 2008년 다시 울산에 합류한 이진호는 팀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해 왔다. 한순간도 게으름 없이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고, 골을 넣으면 유니폼의 앰블럼에 입을 맞추며 울산 서포터즈 '처용 전사'를 향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런 이진호를 팬들도 사랑했고, 울산의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라 여겨왔다.

그러나 이진호는 올 시즌 새로 영입된 오르티고사, 카르멜로 등 외국인 공격수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출장 시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이진호는 구단과 합의 하에 출장 기회를 잡기 위해 오래전부터 자신에게 구애를 해 온 포항으로 6개월간 시한부 임대 이적을 결정하게 됐다.

이진호의 임대 이적에 '처용전사'는 프랜차이즈 선수를 방출했다며 분노했고, 결국 구단과 김호곤 울산 감독이 직접 나서 해명을 해야 할 정도였다. 이진호에 대한 울산 팬들의 사랑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올 시즌 포항은 전반기 내내 외국인 공격수 스테보와 데닐손이 이적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지 못해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설기현의 부상 복귀 뿐 아니라 이진호의 가세로 포항은 후반기 대도약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진호는 투박하지만 열정이 넘치는 플레이 스타일로 울산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그의 존재는 포항의 공격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을 것이다. 또한 헤딩 능력이 뛰어난 이진호의 포스트 플레이를 활용한 공격 전개는 돌파능력이 있는 모따와 설기현과 좋은 조합을 이루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 이진호는 검붉은 유니폼이 조금 어색했지만, 90분 풀타임을 뛰며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그라운드에 쏟아냈다. 이진호는 자신의 장점인 제공권을 십분 활용한 플레이를 펼치며 포항의 공격 루트를 창출해 냈다.  헤딩 경합 중에는 전남의 정인환과 부딪히며 피를 흘리기도 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에 붕대를 매고 90분 풀타임을 뛰는 투혼을 보여줬다.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후반 11분 이진호는 상대 수비수를 절묘하게 속인 뒤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이어받은 김형일이 선제골을 기록했다. 비록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지만, 이진호는 포항 데뷔전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나름의 성과를 올렸다. 

포항의 박창현 감독 대행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했는데, 이진호는 기대했던 대로 열심히 뛰어줬지만, 설기현이 아직은 100% 몸 상태가 아니어서 기대에 못 미쳤던 것 같다"며 설기현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던 이날 경기에서 오히려 이진호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이진호의 6개월 뒤 거취는 아직 미지수다. 그가 사랑하는 울산으로 돌아갈 수도, 포항에 남을 수도, 제3의 구단으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가진 축구에 대한 열정의 에너지가 포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사진=이진호 (C) 포항 스틸러스 제공]



전성호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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