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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전설(海東傳說)6 (1) 연습과 실전의 차이

기사입력 2006.11.13 05:50 / 기사수정 2006.11.13 05:50

김종수 기자

    

글: 김종수/그림: 이영화 화백


"오늘은 각 조별로 나눠서 연습경기를 갖도록 하겠다."

교관의 말이 귓전에 들려오는 순간 정차룡의 가슴은 두근두근 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긴장하지 말자. 잘할 수 있을 거야…'

연습경기가 있을 때마다 습관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놀림과 수모를 받았었던가.
아무리 많이 겪어도 영 적응이 되지 않는 기분들이었다.

"안쪽으로 들어오지 말고 바깥에서 자리만 잡고 기다려."

한 조가 된 조수철이 정차룡의 어깨를 툭 치며 나직하게 한마디했다. 무뚝뚝했지만 강한 믿음이 가는 음성이었다.

'그…그래. 이제 나한테는 백발백중의 격발 능력이 있잖아…"

조수철의 말에 용기를 얻은 정차룡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재수 없는 늙은이 같으니…'

불현듯 어제 보았던 박현수라는 정원사노인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정차룡은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 머리를 휘휘 내저었다.

삐익…
뿔피리소리와 함께 연습경기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연습경기는 조수철, 정차룡등이 포함된 일조와 김준수가 이끄는 오조의 시합이었다.

쉬쉬쉭-
역시 조수철이었다.
또래 중에서 가장 앞서가는 그답게 놀라운 기술을 앞세워 마구잡이로 오조의 수비망을 허무는 것이었다.
점수차이는 순식간에 십여 점 차이로 벌어졌다.

"혼자서는 안돼! 두 명 이상이 합동수비(合同守備)를 펼쳐!"

동료들을 쳐다보며 김준수가 소리쳤다.
터텅!
조수철이 던진 공이 나무판을 맞고 튀어 올랐다. 합동수비에 막혀 처음으로 공격에 실패한 것이었다.

"어엇!"

자신 쪽으로 공이 날아옴에 정차룡의 얼굴 가득 당황한 기색이 그려졌다.

'자…잡자…'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정차룡은 양손을 내밀었다.
타탁.
그 순간 정차룡의 앞으로 누군가가 홱 지나가며 공을 가로채갔다. 김준수였다.

"자! 속공(速攻)이다."

김준수의 손을 떠난 공은 그물 주머니 밑에서 기다리던 동료에게 정확히 전달되었다.
철썩.
멋지게 속공을 성공한 김준수가 동료와 힘차게 손바닥을 마주쳤다.

"자자…지금부터다."

한번의 속공성공에 오조의 기세가 후끈 달아올랐다.
오조에서는 거칠게 조수철을 합동수비하고 있었다.
정차룡에게는 아예 수비 같은 것은 붙지도 않고 있는 모습이었다. 철저한 무시, 바로 그것이었다.
정차룡은 별다르게 개의치 않는 모습으로 조수철의 움직임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에게 수비가 잘 붙지 않는 것이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당연히 그러려니 하는 심정이었다.
그물 주머니 쪽으로 파고들던 조수철이 시선은 정면으로 한 채 손목만 오른쪽으로 가볍게 꺾었다.

휘익.
공은 정확히 구석에서 멀거니 서있던 정차룡에게로 전달되었다.

"……"

정차룡은 짐짓 당황스러웠다. 어느 정도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갑자기 앞이 캄캄해지는 것이었다.

"뭐해? 어서 쏴!"

쳐다보고 있던 일조의 동료들이 답답하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다가가지마. 그냥 골이 나무판을 맞고 튀어 오르면 그것을 잡을 준비나 해."

서둘러 정차룡을 향해 뛰어가려는 동료를 김준수가 막았다. 때문에 잠시 주춤거렸음에도 정차룡은 공을 던질 수가 있었다.
터텅.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된 상태에서 불안정하게 쏜 공이 정확할 리가 없었다. 공은 나무판을 맞고 튀어 올랐고 김준수는 낙하지점을 포착해 재빨리 낚아챘다.

"자 뛰어."

김준수가 공을 잡았다하면 여지없이 속공이 펼쳐졌다. 다른 것은 몰라도 뛰는 동료의 앞으로 전달되는 공의 정확성 하나만큼은 일품이었다.

'역시 차룡이는 차룡이일뿐이야. 공을 던지는 실력이 아무리 늘었어도 연습경기는 또 틀린 것이지.'

자신의 예상이 맞았음에 정차룡을 힐끗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있는 김준수였다.
조수철은 계속해서 수 차례 정차룡에게  공을 빼주었다. 하지만 정차룡이 던진 공은 번번이 그물주머니를 빗겨가고 있었다.

"……"

정차룡은 같은 조의 동료들에게 미안해서 고개조차 제대로 들기 힘든 심정이었다.
오조에서는 아예 정차룡을 없는 사람 취급했고, 조수철은 고집스럽게 공을 바깥으로 빼주었다. 정차룡이 실패한 공은 대부분 오조의 속공으로 끝이 났다.

"병신 육갑떨고 자빠졌네. 너 지금 이제까지 뭐한 거냐?"

전반전이 끝나고 터벅터벅 대기실 쪽으로 걸어가는 정차룡의 옆쪽으로 기분 나쁜 빈정거림이 들려왔다. 누군지 돌아볼 필요도 없었다. 항상 정차룡을 못살게 구는 이창헌이었다.

"그러게, 도대체 어제는 어떻게 그렇게 잘 던졌던 것이지?"

"어떻게는, 무슨 약이라도 먹었었나보지."

"아항, 그렇구나. 그럼 지금은 약발이 떨어진 것인가 보네."

이창헌과 어울려 다니는 패거리들 역시 한마디씩 빼놓지 않고 해댔다.
정차룡은 속이 쓰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야! 너희들 그게 무슨 말이야? 힘들게 경기를 마친 친구한테 격려는 못해줄망정."

오히려 뒤이어 들려온 소리가 정차룡을 화들짝 놀라게 했다.
정차룡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들려온 쪽을 돌아다보았다.
임희정이 양옆구리에 손을 댄 채 이창헌패거리를 흘겨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언제 왔지…'

임희정이 보고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던지라 정차룡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차룡아. 얘들 신경 쓰지 말고 후반전에는 기운 내서 잘해봐."

정차룡을 쳐다보며 임희정이 주먹을 꼭 쥐어 보였다. 그러나 정차룡에게는 그다지 격려로 느껴지지 않았다.

"킥킥킥…아무리 그래봤자 소용없어. 너도 알다시피 저 녀석은 구제불능이라고."

"맞아. 맞아. 격려 같은 것은 좀 통할상대한테 하는 거야."

"뭐야? 너희들은 차룡이가 불쌍하지도 않아?"

자신의 말을 장난으로 받아침에 골이 난 임희정이 언성을 올렸다.

"불쌍? 하하핫…차룡이는 좋겠다. 불쌍하다는 소리도 듣고."

가뜩이나 붉어져있던 정차룡의 얼굴이 더더욱 시뻘개졌다.

"아니, 그게 아니야. 차룡아. 그러니까 내 말은…"

당황한 임희정이 정차룡을 쳐다보며 손사래를 쳤다.

"……"

온몸에서 힘이 쭉 빠짐을 느낀 정차룡은 그대로 등을 돌려 대기실로 들어갔다.

(계속)

※ 본 작품은 프로농구잡지 월간 '점프볼'을 통해 연재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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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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