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동현 기자] 대한민국과 그리스의 2010 남아공 축구 월드컵 첫 경기가 열린 지난 12일. 이날 프로야구는 예정됐던 4경기 가운데 두산과 SK의 잠실 경기만 비로 취소됐고, 나머지 3경기는 정상적으로 치러졌다.
이날 3개 구장의 입장객 수는 총 2만9천325명. 야구 도시 부산에서 벌어진 롯데와 한화의 대결에 2만2천355명이 몰린 것을 비롯해 광주 KIA-LG전에 3천776명, 대구 삼성-넥센전에 3천194명의 야구팬들이 각각 찾아왔다.
사직 구장에서는 경기 후 월드컵 단체 응원을 하기로 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광주와 대구에서도 여느 때와 크게 다름 없는 팬들의 응원전이 펼쳐졌다.
많은 관중은 아니었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주말 경기는 매진에 가까운 입장권 판매실적을 올리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축구 월드컵 한국팀 경기가 바로 이어 펼쳐지는 날에 이정도 관중이 몰렸다면 나쁘지 않은 흥행성적표다.
특히, 이날 프로야구 경기 개시 시각이 월드컵을 피해 오후 4시로 변경된 점까지 고려한다면 3만명에 가까운 관중수는 결코 작다고 볼 수 없었다. 2006년 독일 축구 월드컵 당시 한국팀의 두 경기가 새벽 시간대에 열렸는데도 야구장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던 것과 대조적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에 힘입어 프로야구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2년 연속 500만 관중을 넘어서 명실상부한 제1의 프로 스포츠로 인정받게 됐으며 프로야구의 브랜드 가치가 훌쩍 뛰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경기와 관계 없이 프로야구 1,2군 일정을 미루지 않고 소화할 계획을 세웠다.
오는 11월에 열리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맞추려면 스케줄을 미루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적인 이유. 그와 함께, 최근 절정에 오른 프로야구의 인기를 감안할 때 타종목 경기 때문에 야구를 안할 이유가 없다는 상징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오후 4시에 시작한 경기, 그리고 이날 경기장에 모인 3만명의 관객들이 프로야구를 향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첫째로, 프로야구의 기반이 이제 어느정도 다져졌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지난 2006년 3월 열린 제1회 WBC에서 한국은 4강 신화를 이뤄내며 야구붐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해 6월 축구 월드컵 열기에 밀려 페넌트레이스 총 관중수는 전년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때의 재판이 올해에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는 프로야구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에 관한 것이다. '주말 경기=5시'라는 원칙은 축구 경기를 피하느라 지켜지지 못했다.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가 열리는 17일에도 평소 주중 경기보다 2시간 이른 오후 4시 30분에 '플레이 볼'이 선언된다.
그로 인해 직장인 등 다수의 야구팬들은 당일 프로야구를 온전히 즐기기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앞으로 프로야구가 지금보다 더 강한 경쟁력으로 무장한다면 굳이 경기 시간을 옮기지 않고도 흥행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축구 월드컵을 통해 야구계에 전달된 과제다.
[사진 = 12일 광주 구장 ⓒ KIA 타이거즈 제공]
이동현 기자 hone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