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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인터뷰] 테켄 크래쉬의 오늘이 있기까지, '정인호, 박현규 해설의 철권 스토리' ②

기사입력 2010.06.02 08:43 / 기사수정 2010.06.02 08:43

백종모 기자

* ①편에서 이어집니다.


*철권이라는 게임을 방송으로 전달하기 위한 노력

-두 분은 모두 게이머 출신이면서 해설을 하고 계신데요. 게이머 시절로 돌아가서, 언제부터 말에 소질이 있다거나 방송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셨나요.

정인호: 보통 어휘력이라고 하는 게 책을 많이 읽거나 다방면에서 많은 지식을 습득해서 발휘되는 경우도 있지만, 저는 일상생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약간 평소에 과묵한 스타일보다는 수다도 많이 떨고 누군가를 만나서 대화하는 것도 즐기는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 소위 말하는 말을 잘한다고 생각할 수가 있는데, 저는 좀 수다가 많은 스타일이에요. 관심 분야가 동일해서 대화가 풀어진다면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박상현 캐스터랑 커피숍 가서 얘기를 하면 3~4시간 정도 떠드는 경우도 있어요. 남자 둘이서. (웃음) 해설자로 제 진로를 결정하고 나서는, 일상생활 외적인 부분으로도 노력을 좀 한 것 같아요. 게이머 출신이었지만 게임을 하기만 했지, 이 상황에서 어떻게 말을 해야겠다고 공부를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진로를 결정하고부터는 책도 많이 읽으려고 노렸했고, 그런 건 있었어요.

박현규: 제가 말을 잘한다고 생각하진 않고요. 제가 하는 것은 일단 중계 형식의 포맷보다는 뭐랄까 수위가 약간 높다고 해야 할까요. 시청자 분들도 일반적인 중계형식이 아닌 특이한 그런 면을 좋아해 주신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중계적인 부분에서는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이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을 잘한다기보다 시청자 분들이 좋게 봐주시고 계시는 것 같아요.

▲중계 시작전 포즈를 취해준 정인호, 박현규 해설

-철권에는 수많은 기술이 존재하는데요, 기술 이름 외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기술 이름이 틀린다는 지적도 가끔 있는데요.

정인호: 그 부분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철권을 중계하는데 있어서 방송 내적으로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2년이 다 되가는데도, 아직까지 기술 이름을 가끔 틀려서 많은 분들이 조언이나 지적을 해주시는데, 그게 제일 힘든 것 같아요. 기술이 너무 많기도 하고, 기술 명을 알면서도 방송으로 말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서 8글자 10글자가 넘어간다거나 너무 외래어가 강한 느낌의 기술들도 많고, 방송으로 좀 부적합하다고 생각해서 언급을 안 하는 그런 기술들이 많거든요.

-기술 이름도 그렇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점에서도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정인호: 처음에 가장 힘들었던 것이 그 동체 시력을 못 따라 가는 부분이었죠. 제 눈에는 기원권이 보여서 기원권을 말했는데, 이미 초풍까지 맞고 캐릭터는 하늘에 떠있어요. 그러다 보면 박현규 해설이 말하고 뒤따라서 제가 그대로 말하는 그런 형태가 시즌 1때는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래서 좀 더 빨리 볼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동영상을 계속 반복해서 봤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노력도 필요했었고, 사실 철권이라는 게 중계하기에는 좀 어려운 면이 있죠.

-박현규 해설의 경우 직접 여러 캐릭터를 해봐야 해설이 가능할 것 같은데, 실제로 어느 정도의 캐릭터를 플레이 하는지 궁금합니다.

박현규: 일단 전 캐릭터를 다 하고 있고요. 전 캐릭터의 모션을 캡쳐를 해 두었고, 발동 프레임이라고 하죠. 그런 부분이나 또 각도라고 하죠, 해설할 때 앵글이라고 표현하는. 그런 판정 프레임이나 지형 같은 부분까지 매일 준비한다고 보시면 되요. 그런데 게임 내적으로 신경 쓸 부분도 많지만, 오히려 방송 적으로 전달하는데 어려운 면이 더 커요. 보이긴 보이는데 이걸 어떻게 얘기를 해드려야 되나 하는 부분 말이죠. 쉽게 얘기를 하고 싶은데, 제 식대로 얘기하면 그런 부분에서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표현하기 어렵더라고요. 또 발음 문제도 있고요. 그게 해설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막상 보였고, 제 입장에서는 굉장히 쉬운 부분이지만 그 걸 시청자 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전달해야 하잖아요. 그게 생각 외로 좀 힘든 것 같아요.

-방송 전 준비를 많이 하실 것 같은데요. 보통 방송 전 어떤 부분을 어느 정도 준비하시나요.

정인호: 일단 저는 게임 내적인 부분에서 박현규 해설에 대한 신뢰도가 굉장히 높아요. 그래서 저는 방송적인 부분을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 박현규 해설과 항상 방송 전에 서로의 호흡적인 부분과, 지난 방송을 모니터 해보고 보는 입장에서 좀 힘들었던 부분이나 집중 안됐던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하고요. 저는 선수들의 최근 흐름, 그러니까 이번에 어떤 부분을 중요시 하고 나왔는지, 어떤 형태로 승리를 많이 땄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합니다. 게임 내적인 부분은 박현규 해설에게 의존을 하는 부분이 많죠. 아마, 역할 분담이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박현규: 저는 그 반대로 방송적인 부분은 역할 분담을 통해서 정인호 해설에게 많이 의존을 하는 편이에요. 정인호 해설은 철권에 몸담았던 분은 아니었고, 말씀 하셨던 것처럼 배우면서 하는 입장이시잖아요. 그래서 저는 게이머 출신으로서 중요하게 다뤄야할 부분을 신경 쓰고 있어요. 방송적인 면에서 어떻게 얘기할까하는 생각도 하지만, 중계할 때 내가 게이머라면 '여기서 왜 이걸 할까' 그런 심리적인 부분을 많이 생각해요. 그래서 특별히 눈에 보이는 부분을 준비한다기보다, 사람들의 심리 같은 부분을 파악하려고 노력해요. 다행히 평소에 만나는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선수들이다보니 직접적으로 파악할 기회가 많죠. 가령 이 친구는 한 달 전에 만났을 때는 콤보를 어떻게 때렸는데 지금은 어떻게 때리더라. 또 대회 땐 어떻게 했었나, 이런 식의 생각을 많이 하죠.

*'철권 열전, 내일은 어디냐'에 대한 기억

-'철권 열전 내일은 어디냐'는 아케이드 게임을 주제로 다루었다는 면에서 당시로는 획기적이었고 또, 테켄 크래쉬의 출발점이기도 한 의미 있는 프로그램인데요.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세월 탓인지 요즘 감각과는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도 많아요. 정인호 해설께서도 매번 코스프레를 하고 나오셨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지금 생각하실 때 어떠신가요.

정인호: 아마 시간이 좀 더 지나서 지금 하는 방송을 봐도, '저렇게 못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할 거예요. 누구나 다 그런 것 같아요. 처음에는 철권에 대한 지식도 부족했고, 박현규 해설과 호흡을 맞출 시간도 부족했었기 때문에 지금 봐도 '철권이란게 이 정도의 매력이 있다'는 것이 전달만 됐을 뿐, 냉정하게 봤을 때 방송 내적으로 저의 언행이나 멘트가 좋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말씀해 주신 부분이 정확한 것 같아요. 획기적이었고 철권의 재미를 전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정도.

-그 때 하셨던 복장 때문에 좀 안 좋은 기억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질문을 준비하고 보니 '성춘 쇼'에서 더 심한 분장을 하고 나오시더라고요. 참 방송을 열심히 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인호: (한참 웃은 뒤) 그게 참… 그러면 안 되는데, 심지어 그 복장을 한 제 모습을 봤을 때 제 자신이 너무 싫었어요. 사실 해설자 입장에서 제 말에 힘을 실으려면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좀 과묵하면서도 뭔가 진정성이 많이 담긴 이미지를 많이 보여줘야 될 텐데,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하지만 저와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알았던 임성춘 씨가 메인 MC가 됐기 때문에, 순수하게 그 형을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하기로 결정했던 거고요. 사실, 방송 녹화 전까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담당 PD님에게도 못할 것 같다는 말도 3~4번 드렸었는데, 결론 적으로는 좋게 좋게 성춘 형을 위해서 하게 됐고요. 다시는 안 할 겁니다! (웃음) 철권 때도 그렇고 솔직히 코스프레가 힘들었고, 내키진 않았지만 그런 부분을 좋아해주시는 분도 많았기 때문에 했던 거고요. 앞으로는 그런 민폐는 끼치지 않겠습니다. (웃음)

-임성춘 해설과 많이 친하신 것 같습니다. 철권 쪽으로는 어떤 분과 친분이 있으신가요. 알고 지내는 철권 게이머도 있나요?

정인호: 같이 일하고 있는 엠비씨 게임 스태프들과는 모두 친한 편이구요, 철권 게이머 중에서는 철권 열전부터 봐온 무릎 선수와, 제 철권 실력에 아주 조금 영향을 준 홀맨 선수가 가장 친한 거 같아요. 다른 선수들과도 간단한 인사와 대화는 하는 정도입니다.


*테켄 크래쉬 중계 어록, "모르면 맞아야죠"

-테켄 크래쉬 중계 어록이 많은데요. 이런 대사들은 즉흥적으로 떠오른 것인지 미리 준비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가령 박현규 해설의 '모르면 맞아야죠'라는 말은 상당히 유명해 졌는데요.

박현규: 일부러 만들어서 한 말은 아니고요. 거의 즉흥적인 건데, 사실 평소에 선수들 간에 많이 쓰는 말이에요. 게임을 할 때 캐릭터가 워낙 많다보니까, 알고 지내는 애들이 저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마치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듯이 "형 이 기술 막히면 어떻게 돼" 이런 식으로. 그럴 때 농담 식으로 '모르면 맞아야지' 이렇게 얘기를 많이 했어요. 모르면 일단 맞고, 돈을 계속 투자해서 투자한 만큼 성과를 거두라는 의미로요. 그런데, 방송 당시에 몰입을 많이 하다 보니 그 말이 나왔던 거예요. 특별히 그런 표현을 미리 준비를 한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정인호 해설도 '레이지에서', '돌고 도는 이지선다', '~를 심어놨기 때문에' 등 인상에 남는 말이 많아요.

정인호: 저는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철권이라는 게임을 통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어떻게 하면 긴장되고 몰입시켜줄 수 있을까. 그런데 철권이 그런 면에서 굉장히 좋은 게임이더라고요. 다른 격투 게임과 달리 레이지 모드가 있어서 '일발역전'이 나올 수 있다는 그런 긴장감이 철권 중계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레이지를 강조하다 보니 그런 말들이 생긴 것 같고요. 그리고 박현규 해설을 통해서 철권을 지식적으로 배울 때에도 '이지선다'에 대한 중요성, 뭐를 심어놔야 그 다음에 어떤 게 들어가고 더 큰 걸 때릴 수 있다는 부분을 시청자 여러분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런 생각 때문에 그런 말도 많이 나온 것 같아요. 음… 그런 거죠. 어록을 만들어서 이 말을 꼭 해야지 그런 건 전혀 없고요. 다만, 순간순간 '이게  중요하겠다!'라고 느끼거나 제가 방송 모니터링을 하면서 '이 부분은 지금처럼 힘을 줘야겠다'라고 생각이 드는 경우 계속 가져가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방송을 보면 반복되는 표현도 되게 많을 거예요. 그런 건 제가 밀고 있는 것들이에요. (웃음)

 -그밖에 기억에 남거나, 야심차게 준비했는데 묻힌 멘트는 없나요.

정인호: 저도 여러 커뮤니티에서 저희 프로그램이나 제가 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피드백을 얻고자 모니터링을 많이 해요. 커뮤니티를 보면 그런 지적이 있어요. 이 상황에서 이런 표현들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다던가, 그런 경우 성공적이지 못한 표현인 거죠. 다른 것들은 아까 언급해주신 것들 같은 경우 이미 많이들 좋아하시는 흐름이라고 생각을 하고, 지적을 받는 것들은 아직 인정을 못 받는 것인데, 다양하게 해야 질리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딱히 묻혔다거나, 그런 멘트는 별로 기억에 없는 것 같네요.

-외국 대회에서도 테켄 크래쉬 중계를 따라하던데 혹시 보셨는지요.

박현규: '레이지', '마무리' 이런 것들을 따라 하던데 레이지는 몰라도 마무리는 한국말이잖아요. 게임하는 친구들끼리 좀 웃었던 같아요. 흑인이나 백인이나 다양한 민족이 게임 하나 때문에 외국말도 배우고, 테켄 크래쉬가 오늘 방송하면 다음 날이면 챙겨 보고, 또 커뮤니티에서 '통발러브가 잘하냐, 레인이 잘하냐'면서 토론도 하더라고요. 때로는 저에게 영어로 물어보거나, 아니면 번역 사이트를 통해서 물어보는 외국 분들도 있어요. 재밌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게이머 간에 하는 말과 방송 용어는 다소 차이가 있는데요. 가끔씩 비방 용어가 나오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정인호: 고쳐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박현규 해설의 그런 모습이 있어서 지금처럼 더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하거든요. 물론 제가 끝나고 지적하는 경우도 있어요. '여기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던가 조언해주는 경우도 있긴 한데, 뭐랄까 야성의 이미지? 길들여지지 않았지만, 그러면서도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 그런 면이 박현규 해설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정인호 해설도 해설 초창기 때 그런 류의 경험이 있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정인호: 그런데 그 일은 정말 오해에요. 제가 비속어를 썼다는 동영상이 돌아다니고 검색엔진에서도 제 이름을 검색 해보면 그런 얘기가 아직도 나오는 걸 알아요. 어차피 시간도 지났고 번복한다고 해도 아무도 안 믿어줘서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비속어를 썼던 건 아니고, 정말 선수 이름이 기억이 안 나서 '성'에서 멈췄던 건데, 편집을 해서 동영상을 퍼트린 분이 굉장히 능력자시더라고요. 누가 봐도 비속어를 썼던 것처럼 보이긴 하더라고요. 방송 끝나고 집에 갔는데, 제가 욕을 했다고 게시판에 글이 올라와 있는 거예요. 그래서 동영상 편집한 걸 봤더니 이건 누가 봐도 그렇게 들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해설자가 선수 이름을 순간적으로 잊었다는 게 더 창피했기 때문에 아무 얘기를 안했던 거거든요. 그냥 재밌었던 에피소드였던 것 같아요.


*스타급 선수를 한 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테켄 크래쉬 리그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른 바 '스타 선수'가 필요할 텐데, 이런 부분에서 중계진의 역할이 클 것 같습니다.

정인호: 지난 시즌까지는 철권을 많은 분들에게 알려야겠다는 부분이 강했다고 한다면, 이제 테켄 크래쉬의 인지도 자체는 많이 쌓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시즌부터는 선수 포장과 선수 개개인의 색깔을 확실하게 분류해 보자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특히 이번 시즌은 그동안 다소 묻혀있었던 선수들이 소위 말하는 스타덤에 올라서 많은 분들이 알아주시게 된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하오' 선수 같은 경우 이번 시즌에 포장이 좀 잘 됐다라고 생각 하거든요. '벽에서의 공격력'이라는 한 부분을 가지고 여러 가지 말도 많이 했었고, 강조를 많이 하다 보니 딱 선수의 색깔이 잡혀서 더 재밌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더 많이 노력을 해야죠.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런 노력이 성공적인 경우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특정 선수에게 편중됐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박현규: 글쎄요, 하오 선수의 경우 임팩트가 워낙에 강했죠. 쉽게 얘기해서 너무나 잘했던 선수고, 테켄 크래쉬를 첫 시즌부터 계속 봐왔을 때, 이 선수가 예전에는 '텍켄 갓'이었다 이런 식으로 말했었지만, 사실 데이터 적으로는 보여준 게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시즌에 본인이 많은 부분을 느낀 것 같아요. 게임하는 선수는 그런 걸 갖고 있거든요. 가령 자신이 계급도 높고 평소에 게임을 잘하면, 거품이라고 할까 자기 스스로 부진해지는 그런 경우가 있어요. 이번에 하오 선수는 그런 걸 잊고 게임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본 실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거죠. 그렇게 될 자질을 갖춘 선수였기 때문에, 정인호 해설이 말씀하신 그런 이미지와 부합해서 포장이 잘 된 것이지 일부러 과장을 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다른 선수의 경우에는 어떤가요.

박현규: 쉽게 얘기해서 그런 선수들이 많아요. 테켄 크래쉬에 올라온 선수들, 가령 이번 시즌의 정점남 선수라던가 이런 선수는 엄청 잘하는데, 방송적인 경험에서 따라주지 못하다 보니 저희가 포장을 못해주고 칭찬을 할 기회가 없을 뿐이에요. 이 선수도 언젠가 지금의 하오 선수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단지 방송적인 경험 때문에 긴장을 하게 되는 면이 작용하고, 또 경기라는 게 누가 이기면 다른 누군가는 지지 않습니까. 그런 점 때문에 좀 안타깝죠.

*'의문부호'를 달고 시작한 철권 방송

-테켄 크래쉬 4번째 결승전이 대성황 속에 치러졌는데요. 테켄 크래쉬 리그가 계속 발전해 온 것에 대한 감회가 어떠신가요.

정인호: '철권 열전 내일은 어디냐'를 기획했을 당시에 연출자 선생님의 마인드도 그렇고, 모든 제작진이 사실 '잘 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 부호' 상태에서 시작을 했었죠. 왜냐면, 그런 형태의 프로그램이 없었을 뿐더러, '철권'으로 진지하게 접근한 게임 방송이 없었거든요. 그런 것들에 대한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시작 해보니 생각보다 느낌이 괜찮더라고요. 하면 할수록 더욱 더 확신이 생겼고요. 결론적으로 지금 4번째 시즌, 그리고 어제 끝난 결승전에 정말 많은 분들이 현장을 찾아주셔서 저희가 다시 한 번 열기를 느낄 수가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확인해 가면서 자신감을 좀 얻는 것 같아요. 여기서 우리가 조금만 더 하면, 철권을 통한 프로그램이 잘될 수가 있겠구나. 이런 식으로 꾸려 나가다 보면, E스포츠에 한 획을 긋는 리그로 자리 잡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것들을 팬 여러분들의 열정을 통해 저희가 알게 되는 거죠. 아직까지 보완해야 할 점도 많지만 그런 부분을 하나하나 다 체크해 나가다 보면 지금보다 더 크고 괜찮은 리그로 성장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테켄 크래쉬가 과거부터 지금에 오기까지 제작진 중 한명으로써 느낀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정인호: 많죠. 하지만, 저희는 그렇게 얘기를 해요. 현규와도 항상 얘기 하는 게, 너무 많은 것을 우리가 포용해서 다 하려고 하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우리는 중계 내적인 부분만 열심히 하자'는 거예요. 외적은 부분은 다른 스텝 분들이나 그런 분들이 잘 해주실 것이라 믿고, 저희는 중계에만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방송을 하면서 힘들다고 느낄 때

-정인호 해설은 엠비시 게임 내에서 굉장히 많은 프로를 소화하고 계신데 힘들거나 어려운 점은 없나요.

정인호: 어렵다기보다 여러 게임에서 재밌게 중계를 하고 있어요. 가끔 일이 편중되는 기간에는 좀 힘들기도 하죠. 사실, 신체적으로 성대 결절이 생겨서 작년 말부터 올해 봄 직전까지 고생을 했어요. 이런 부분은 좀 힘들었던 것 같고요. 다른 외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긴 하지만, 다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테켄 크래쉬 리그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는데요,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정인호: 철권은 자연스럽게 게임 그 자체로 재미가 있어요. 방송을 하고 있으면 일이기 때문에 의무감의 형태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을 즐기다 보면 방송이 잘 나와요. 철권이라는 게임 자체가 너무 재미있는 것 같아요.

-게이머일 때와 비교할 때 방송인, 즉 공인으로써 힘든 부분은 없나요.

정인호: 저희가 연예인은 아니라서, 많은 분들이 보시지만 인사 정도만 할 뿐이지 극성팬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생활하는 데 있어서 불편한 건 없고요. 좀 괴롭혀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는데 별로 그런 분들은 많지가 않은 것 같아요.

박현규: 저도 밖에 나가서 많은 분들이 많이 알아보시거나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별로 그렇게 불편한 부분은 못 느끼고 있어요.

-시청자의 의견이나 인터넷 게시판 등을 보면서 상처를 받는다거나 하는 경우는 없으신가요.

박현규: 저는 제가 납득을 하는 부분이라면 신경을 쓰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제가 인정하는 부분, 그러니까 정인호 해설이 말씀하신 것처럼 가령 방송적인 부분에서 어떤 부분이 좀 부족했다거나, 아까 말씀하셨던 방송에 부적합한 용어가 나왔다던가, 아니면 발음적인 부분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이라던가. 그렇게 제가 마땅히 받아들여야 할 부분은 받아들이고 반성을 하죠. 하지만, 인터넷 상에서 그냥 맹목적으로 하는 말들이 있잖아요. 사실과 무관하게 얘기를 한다거나,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신경 쓰거나 스트레스를 받아야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긴 시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정리를 해 볼까요. 중계 진으로서 생각하는 테켄 크래쉬 리그의 발전 방향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인호: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제가 할 일은 조금 더 팬 여러분들에게 선수들이 훌륭하고 특색 있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식상하지만 가장 중요한 말을 덧붙이자면 더욱더 재밌고 활기찬 방송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마지막으로 테켄 크래쉬 팬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인호: 이번 시즌엔 그 동안의 시즌들보다 더 여러분들의 열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시즌이었습니다. e-sports의 새로운 획을 긋는 그날까지 여러분들의 관심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현규: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앞으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백종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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