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맞대결, 특히 인천에서의 승부는 유독 치열했던 경기가 많았다.
4월 12일, 이날 경기도 호랑이와 비룡의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연장 12회까지 양 팀 도합 등판한 투수만 16명, 안타 22개와 볼넷 17개가 나왔다. 무엇보다 잔루는 31개에 달했다. 경기 시간만 5시간 17분, 이날 경기는 올 시즌 치러진 720경기 중 최장 시간 경기로 기록됐다. 중요한 것은 이런 진 빠지는 경기를 하고도 웃는 팀은 없었다는 점이다.
선발투수로는 제이콥 터너와 브록 다익손이 나와 나란히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터너는 피안타와 사사구 5개 씩을 기록했지만 실점을 최소화 했고, 다익손 역시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으로 효율적으로 KIA 타선을 막았다. SK가 김성현과 고종욱의 안타를 묶어 선취점을 냈으나 6회초 박찬호 2루타, 최원준 우전안타 후 이명기의 땅볼 때 1-1 동점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KIA가 7회 한 점을 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박민호가 올라온 뒤 이범호가 2루타를 쳤고, 이창진의 희생번트 후 1사 3루에서 문선재의 희생플라이에 대주자 유재신이 들어왔다. 하지만 8회말 SK가 허도환과 김성현의 연속 볼넷으로 만든 2사 1·2루에서 이재원의 적시타로 다시 균형을 맞췄고, 이어 고종욱의 안타로 다시 점수를 뒤집었다.
다시 리드를 잡은 SK, 9회말 당시 마무리 김태훈이 등판했고 선두 이창진을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문선재와 한승택을 각각 삼진,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승리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하나. 그러나 대타 홍재호 타석에서 땅볼을 잘 잡은 최정의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홈에 있던 이창진이 홈을 밟았다. 다 잡았던 승리는 눈앞에서 멀어졌다.
설상가상 SK는 10회초가 시작되자마자 선두타자를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시켰고, 이 출루는 결국 득점까지 이어졌다. 점수는 4-3. 그래도 여전히 SK에게 기회는 있었고, 김윤동 상대 배영섭의 우전안타, 폭투 후 고종욱의 3루타로 다시 점수는 4-4가 됐다. 그리고 정의윤 고의4구, 로맥 볼넷으로 만루가 되며 SK가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는 베테랑 김강민. 김강민은 풀카운트 이후에도 두 개의 공을 커트했고, 9구를 타격했다. 하지만 이 공은 허망하게도 3루수 뜬공이 됐고, 경기는 연장 11회로 접어들었다. 시즌이 모두 끝난 후, 반 경기가 모자라 두산의 경기를 기다려야 했던 김강민은 이날 이 장면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그는 자신이 친 공 하나로 팀의 운명이 갈렸다고 자책했다.
이후 4번의 이닝이 계속됐지만 추가 득점을 내는 팀은 없었다. 11회말 SK는 연속 사구로 만든 1사 1·2루에서 나주환과 이재원이 파울플라이로 물러났고, 12회말에는 이준영 상대 2사 만루에서 강승호의 삼진으로 결국 무승부로 경기가 종료됐다. 이 경기 후 KIA는 2연승을 했으나 그 뒤 9연패 수렁에 빠졌고, SK는 4연패에 빠지며 1위 자리를 NC에게 내줬다.
당시에는 지나가는 한 경기였을 지 모르지만 특히 SK에겐 이날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것이 더욱 치명적이었다. 이날 경기 때문에 SK가 정규시즌 1위를 놓쳤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압도적이었던 승차를 지키지 못한 후반기 성적이 문제였다. 그러나 돌이켜봤을 때 단 반 경기 차만 더 앞섰어도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던 SK에게 가장 뼈아픈 한 경기가 있다면, 가장 아쉬운 하루는 이날의 무승부였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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