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2.23 16:02 / 기사수정 2010.02.23 16:02
[엑스포츠뉴스=권기훈 기자] 시즌 초, 디에구와 펠리페 멜루를 비롯한 대단한 재능들을 영입하면서 이번 시즌 세리에A 인테르의 독주를 막아낼 가장 강력한 후보라고 평가받은 유벤투스는 야심 차게 자신들의 레전드 출신이자, 임시 감독이었던 치로 페라라를 감독으로 선임하였다.
치로 페라라가 이끄는 유벤투스는 시즌 초, 4연승을 달리면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으나, 5라운드 제노아 전과 6라운드 피오렌티나전에서 무승부를 거두더니 7라운드 팔레르모전에서 2-0으로 완패를 당하면서 분위기가 이상해지기 시작하였다.
결국, 유벤투스는 리그 중반, 10위권까지 떨어지면서 다음 시즌 챔피언스 리그는 물론, 유로파 리그 진출권에서도 멀어지는 분위기였다. 다급해진 유벤투스 수뇌부들은 거스 히딩크, 라파 베니테스 등 유명 감독들을 차례로 노려봤으나, 히딩크는 너무 많은 주급을 요구하였고, 베니테즈는 리버풀에서의 계약기간이 만료되지 않아서 영입하지 못하였다.
더욱더 다급해진 유벤투스는 또 다른 자신들의 레전드 출신인 클라우디오 젠틸레와 자그마치 1999년에 ‘올해의 감독상’을 탔던 알베르토 자케로니를 노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젠틸레는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이탈리아 U-21 대표팀을 감독했던 경험밖에 없는, 비교적 검증되지 않은 감독이기에 1998-99시즌, 무너져가는 밀란을 이끌고 스쿠데토를 차지한 경험이 있는 자케로니로 최종 결정되었다.
자케로니가 유벤투스 감독을 맞는다는 이야기가 공식적으로 나오자, 많은 사람은 유벤투스의 결정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하였다. 자케로니는 이미 ‘오래된’ 감독이고, 최신 전술 트렌드는 알지도 못하고, 알고자 하는 의지조차 없는 감독이라는 평가를 하며 그를 영입한 유벤투스를 비웃기 시작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자케로니 감독은 현 칠레감독 마르셀로 비엘사와 함께 세상에 몇 남지 않은 3백 신봉자이기 때문이다. 이미 현대축구의 대세는 3백을 파괴하는 방법을 확실히 알고 있고, 4-3-3 같은 전술에서 4백의 풀백과 측면 공격수가 같이 펼치는 공격을 3-4-3에서 한 명의 윙백으로 막기는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케로니는 2007년 토리노의 감독을 역임한 이후 3년이 다돼가는 시간 동안 무직 상태로 있었고, 그를 원하는 팀은 중소클럽이든, 대형클럽이든 아무 곳도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자케로니를 선택한 유벤투스는 비난받았다.
하지만, 자케로니는 자신의 전술을 비웃은 사람들을 현재까지는 완벽히 망신시켜주고 있다. 자신의 데뷔전이었던 21라운드, 난적 라치오와의 원정경기에서 1-1로 무승부를 거두며 나름 선방하더니 23라운드에서 5경기 만에 승리를 안겨주었고, 또한 네덜란드의 강호, 아약스와의 유로파리그 32강 원정 경기에서는 2골을 몰아친 아마우리의 활약으로 2-1로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사실 자케로니가 지금까지 한 일 중 가장 인정받아야 할 일은 바로 아마우리를 살려낸 것이다. 팔레르모 시절, 프리롤로 리그를 휩쓸던 아마우리는 유벤투스로 이적 후, 라니에리와 페라라의 연달은 잘못된 판단 때문에 자신에게 맞지 않는 타겟맨 생활을 해야 했고, 이에 계속되는 부진을 거듭하였다.
하지만 자케로니는 아마우리에게 더욱 어울리는 롤을 부여하였고, 타겟맨보다는 아래에서 내려와서 플레이하게 시켰다. 결국 아마우리는 아약스와의 경기에서 2골, 리그에서도 1골을 추가하며 한동안 1골도 득점하지 못했던 부진을 깨끗이 씻어내고 있다.
이미 시대가 지났다라고 취급받던 자케로니. 과연 그가 이끄는 유벤투스가 어떻게 변할지, 앞으로의 세리에A 일정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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