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저 막 갖다 쓰셔도 돼요. 그러려고 온 거에요."
최근 LG는 유강남, 정상호가 부상 이탈하며 안방 위기에 놓였다. 1군 엔트리에 고정되어 있던 두 포수가 모두 빠진 것. 그러나 39세 백업 포수가 반전을 만들었다. 이성우의 든든한 활약 속 LG가 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성우의 야구 인생은 굵지 않지만 길다. 육성선수로 2000년 LG 입단 후 방출됐고, 이후 SK-KIA-SK를 거쳐 결국 자신의 첫 프로팀이었던 LG로 돌아왔다. '제 3의 포수' 역할이었지만 마다하지 않았다. LG 유니폼을 다시 입고 2군에서 김정민 배터리 코치와 구슬땀을 흘렸다.
이성우는 "지난해 LG에서 연락을 받고 1년을 알차게 보내자는 생각을 했다. 구단에서 '2군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을 수도 있지만, 선수들을 잘 다독이고 모범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며 "2군에서 김정민 코치님이 감사하게도 정말 신경 많이 써주셨고, 챙겨주셨다. 나 또한 김정민 코치님을 보며 많이 배웠다"고 감사를 전했다.
류중일 감독은 이성우의 리드를 칭찬하며 그의 경험을 높이 샀다. 이성우는 "결과가 좋게 나와서 그런 말을 듣는 것 같다. 좋은 사인을 내도 투수들이 잘 던지지 않으면 결국 소용 없는 것"이라며 "어린 투수들이 많은데, 내 역할은 투수들이 차분하게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 생활을 하며 오래 자신을 괴롭혔던 '주전 부담'을 내려뒀다. 이성우는 "백업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1군에서 주어지는 기회에 압박감이 심했다. 와이프가 혜민스님 책을 선물해주기도 했다. 빨리 1군에서 자리잡고 돈을 벌어 부모님, 와이프, 아이들을 편하게 하고 싶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백업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편해졌다. 와이프도 "백업이라도 괜찮다"며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며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자신의 위치를 자각한 후 더욱 야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지만 내려놓으니 훌훌 털게 되더라. 앞만 보고 달렸는데 주위가 보였다. 왜 20대 때 그러지 못했을까 싶었다"며 웃었다.
급작스럽게 1군 메인 포수가 됐지만, 그는 다시 오지 않을지 모르는 기회를 즐기려 한다. 더그아웃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것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액션이다. 이성우는 "난 요즘 즐기고 있다. 내게 언제가 1군 마지막 경기일지 모른다. 파이팅이 나오고, 액션이 나오는 것도 지금을 즐기고 너무 좋기 때문이다. 파이팅이 있어야 팀도 산다. 포수는 항상 밝아야한다. 도루 잡고 리액션도 할 줄 알아야 한다. 더그아웃 분위기 뛰는 것도 내 역할, 고참의 역할이다"고 말했다.
이성우의 활약에 팀 동료도 거들었다. 김용의는 "(이)성우 형은 보고 배울 수 밖에 없다. 파이팅도 너무 좋고, 이래서 베테랑이구나 싶다. 투수들이 흔들릴 때 바로 마운드에 오르는 것을 보고 느꼈다. 역시 베테랑이다. 우리 팀에 제일 필요한 선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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