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22:24
스포츠

[기자수첩] 허정무 감독 '기다리다 지친다'

기사입력 2010.02.11 15:39 / 기사수정 2010.02.11 15:39

이동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이동호 기자] 한국 국가대표팀이 지난 10일, 2010 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32년간 공식 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중국에 0-3으로 완패하였다.

 이후 국가대표팀과 허정무 감독을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비단 중국전만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다. 대표팀 감독을 맡은 지 2년이 넘었지만 이전부터 선수 선발이나 전술에 대한 의문점은 많았고, 성공을 한 적도 있지만 실패한 적이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현재로선 우리 선수들을 더 지켜봐 주고 대표팀을 감싸주어야 하는 게 맞지만, 대표팀의 수장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남아공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허정무 감독을 믿고 가야 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올 1월 남아공과 스페인 전지훈련을 거치면서 팬들의 답답함만 더 커지고 있다.
 
월드컵이 4개월 남은 시점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실험과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들. 우리는 언제 즈음 만족스런 결과를 느낄 수 있을까? 정말 기다리다가 지친다.
 
전술의 실험? 선수의 실험?
 
일반인이 축구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에게 비해 전술을 비롯한 여려 측면의 지식이나 보는 눈이 달리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손 쳐도 의문이 가는 부분들이 있다. 특히 이전에도 그랬고 올해 치른 전지훈련에서도 그랬지만 4-4-2 전형에서 선수기용이 그렇다.
 
4-4-2를 계속 써오면서 전문적인 윙어나 측면 수비수를 대신 할 선수를 찾는 것은 좋다. 그러나 뾰족할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데도 계속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이번 중국전에서 중앙 수비수 이정수를 측면으로 기용했고 중앙 미드필더가 본 포지션인 오장은과 김두현을 측면으로 돌려 볼 점유율은 높아졌지만 상대의 측면을 시원하게 뚫을 수가 없었고 측면 수비수들이 힘들어 질 수밖에 없었다.
 
수원에서 종종 측면에서 플레이를 하는 김두현이지만, 국가대표팀에서는 어떤 주문을 받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수원에서의 활약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잠비아와의 경기에서도 중앙 수비수가 본업인 강민수와 이정수를 차례로 측면에 세워두고 그렇게 대가를 치렀음에도 허정무 감독의 시도는 계속 되었다.
 
2009시즌 포항이 최고의 한해를 보내는데 큰 기여를 한 김재성도 그렇다. 김태수-김재성-신형민으로 이어지는 두터운 미드필더진을 보유한 포항에서 적재적소에 찔러주는 패스로 우리는 김재성을 알고 있다.
 
그래서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김재성이 소집되었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비록 라트비아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긴 했지만 김재성의 활약은 미비했다. 바로 중앙 미드필더가 아닌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출장했기 때문이다.
 
김재성을 스탠딩 윙어로 쓸 생각이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허정무 감독의 전술에 새 옷을 입은 선수들은 옷의 크기가 맞지 않았다. 결국, 전술이나 선수의 실험에서 모두 성공을 하지 못하였다.
 
일관된 선수 선발과 전략
 
‘안정환과 이천수에게 국가대표팀의 문이 열려있고, 한국 중앙 수비진은 (자동)문이 열려있다‘. 현재 한국 대표팀의 중앙 수비진을 보면 이 말이 항상 떠오른다.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한두 경기만 보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너무나도 지속되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제주 유나이티드의 실점은 리그 전체에서 밑에서 세 번째였고, 한 경기에선 무려 8골을 헌납해준 적도 있다. 이 중앙 수비진이 조용형과 강민수(현 수원 삼성)다.
 
허정무 감독이 오래전부터 강민수를 데리고 있으며 함께 해왔고, 정해성 수석코치가 부천SK시절부터 조용형을 애지중지했다고 선수를 편애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건 조용형과 강민수도 정말 좋은 선수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K리그 1~4위 팀의 중앙 수비수가 국가대표팀 경기엔 나서지도 못하고 리그에서도 꾸준히 실점하고 팀 순위가 14위인 지난 시즌 제주의 중앙 수비진이 그대로 국가대표팀에 있으니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전략 또한 그렇다. 중국전을 본 바와 같이 분명 전반전에 몇몇 선수들은 제 컨디션이 아니었고, 중국 수비수들이 앞으로 나오지 않고 철저히 뒤에 배치해 한국 선수들의 돌파를 철저히 차단했다.
 
그러나 측면 돌파가 그렇게 되지 않고 우리만의 빠른 전개가 되지 않음에도 후반전이 시작되었을 때 선수교체는 공격수에서 이뤄졌다. 이승렬이 K리그에서 측면에서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다시 한 번 공격수로 나섰다.
 
그래도 경기가 풀리지 않자 노병준을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투입하며 분위기를 전환하려 했지만 그때는 중국의 페이스에 말려 이미 늦고 말았다. 차라리 처음부터 노병준을 공격수로, 이승렬을 측면 미드필더로 교체했었다면 어떠했을까 싶다.
 
허정무 감독은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등의 해외파가 오면 달라질 것이라고 굳건히 믿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가대표팀의 사정은 해외파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너무나 확연하다. 특히나 박지성이 있고 없을 때가 더욱 그렇다.
 
때로는 현 국가대표팀이 해외파의 주도 아래 이뤄지는 것인지, 허정무 감독의 주도 아래 이뤄지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사진=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허정무 감독 ⓒ 엑스포츠뉴스 정재훈]



이동호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