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1.21 02:26 / 기사수정 2010.01.21 02:26
-방송 준비 때 게임을 하시는 것도 봤는데, 실제로 PD님이나 작가님의 철권을 하시는지, 또 실력은 어떠신지 궁금하다.
박 작가: 아…. 저는 워낙에 게임방송에서 일은 많이 했지만, 게임을 즐기거나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도 보고 들은 게 있으니까, 보면 이제 상황이 어떻게 되고 어떤 기술인지 대강은 아는데, 내가 실제로 철권을 하면 막 마구잡이로 한다. 어쩌다가 한판 따내면 막 좋아하기도 한다.
이 PD: 안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웃음) 그런데 이 친구가 예전에 철권 열전 찍을 때 지난 시즌 8강에 올랐던 레드 스타 선수. 그 친구에게 어쩌다가 한 판을 이긴 거다. 그냥 막 누르다가.
박 작가: 현규한테도 한 판 이긴 적 있다.
이 PD: 그걸 계속 얘기하고 다니는 거다. 자기 한판 이겼다고. "내가 레드스타 한테도 한판 따낸 사람이야" 하면서. 어처구니가 없다. (웃음)
박 작가: 근데 다른 게임 리그를 할 때는 대본을 쓰면서, 관심을 안 갖는 경우가 많았는데, 철권 같은 경우는 스토리도 그렇고 캐릭터도 그렇고 하면서도 관심이 많이 가고, 아 정말 좋아할 수밖에 없구나.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 잘 만든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고, 좀 알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나름대로 공부를 좀 하고 있다.
박 작가: "캐릭터? '데빌 진'이요" (웃음) 이래 봬도 잡기도 연속으로 3번 풀어봤고, 레이저도 쏴봤다.
이 PD: 제 경우 브라이언으로 하는데, 온라인으로는 녹색 단까지 찍어봤고, 오프라인은 그린(게임랜드)에 가서 매일 하다보니까, 그린에는 사람들이 워낙 다들 잘하지 않나. 그래서 계급을 올릴 수가 없다. 거기서는 만날 털리고 승단 도우미만 하고 온다. 그래도, 나름 지면서도 많이 배우고 있다. 기술은 몇 가지, 공중콤보 정도는 넣는데, 맨날 저렴한 콤보만 넣는다고 쟤들(박현규 씨)에게 혼난다.
-유리나 씨가 철권을 생각보다 잘하시더라. 또 박상현 캐스터도 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
이 PD: 박상현 씨 같은 경우에는 같이 많이 했었다. 박상현, 정인호, 저, 박현규 해설, 그리고 가끔 이승원 해설도 같이 한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이승원 해설은 저번 시즌에 이바노프 선수와 특별전도 했었지 않나. 다들 철권을 좋아한다. 다들 집에서도 가정용 게임기로 하고 있고, 같이 히어로 센터에 모여서 게임을 한 적도 있고, 다들 재밌어 하고 같이 다들 즐기니까 실력은 늘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리나 씨도 그렇고 이수린 한가은 씨도 그런데, 그분들도 단순 방송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즉 그냥 라운드 판넬만 들고 왔다갔다 하는게 아니라, 본인들이 우리 팀 안에 흡수가 되려고 많이 노력한다. 그래서 연습도 많이 하고, 실제로 각자 오락실에 가서 연습도 많이 한다고 하더라. 게임도 많이 하고.
▲녹화전 직접 기계 세팅을 마친 이병국 PD가 점검차 철권 게임을 하고 있다.
▼ 크래쉬 걸은 UFC, K-1 같은 격투기에서 영감을 얻어
-리그에 등장하는 크래쉬 걸이 방송에서 겉돌지 않고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선수들도 같이 응원해주고, 무엇보다 억지로 하는 느낌이 아니라 스스로도 재미있게 한다는 느낌이 든다. 처음에 프로그램 구상을 하시면서 모델을 섭외하게 된 계기와, 그 역할에 대해 어떻게 고민하셨는지 궁금하다.
이 PD: 일단 철권이라는 게임이 지극히 남성적이지 않나. 물론 여성유저들도 많이 있지만. 그럼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남자들의 게임이기 때문에, 뭐랄까 그런 것을 중화시키는 개념이랄까. UFC나 K-1같은 곳을 봐도, 그런 것을 한순간에 중화시켜주는 촉매 역할을 하는 분들이 계시다. 그런데 단순히 그냥 존재만으로 있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단순한 존재뿐만이 아니라, '같이 어울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 부분을 1대 크래쉬 걸인 이수린, 한가은 씨가 너무 훌륭하게 소화를 해주셨다. 실제 본인들도 너무 즐겨했고. 서로에게 좋은 효과가 발휘됐다고 생각한다.
-1대 크래쉬 걸 이수린 씨의 근황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다. 다시 나올 예정은 없나?
이 PD: 이수린 씨는 현재 모델 활동을 쉬고 있는 중이라 못 나오고 있는데, 지금도 서로 연락을 하고 있고 본인도 하고 싶어하시기 때문에, 언제건 돌아올 가능성은 열려있다.
▼ 박상현 캐스터의, 오프닝 멘트에 대한 에피소드
-작가님께 드리는 질문이다. 박상현 캐스터가 하고 계신 리그 오프닝 멘트를 매주 써주시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매주 오프닝 멘트를 준비하시는 느낌이 어떤가.
박 작가: 아무리 작가라는 직업이 여러 종류의 글을 쓰지만, 상현 씨가 하는 그 대사는 대부분 이제 남자들의 언어이지 않나. '사나이들' 이런 단어는 별로 우리가 쓰지 않는 단어이다. 처음에는 자료도 많이 찾고,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나, 지금도 인터넷을 하면서도 그런 비슷한 게 나오면 바로 메모를 한다. TV를 보다가도, CF를 보다가도 쓸만한 멘트가 있으면 다 메모를 해서 응용을 한다든지, 아니면 거기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다시 글을 쓴다든지. 그래서 지금 시즌 3이 됐는데, 그래서 좀 밑천이 떨어졌다고 할까. 그래서 좀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본다. 이런 종류의 멘트가 많이 나오는 애니나 그런 걸 추천을 받아서 밤새 몰아서 보기도 하고 한다.
-선수들의 별명도 직접 지으시는가. 가령 최근 샤넬 선수의 '명품 알리사'라는 별명을 지으신 것도 작가님이신지.
박 작가: 직접 짓기는 하지만, 기술이라던가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박현규 해설이나 이병국 PD의 조언을 받아서 하고 있다.
-멘트가 빨리 지나가서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기억에 잘 안남기도 하고 아깝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여태까지 만드신 멘트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멘트는 어떤 것인가.
박 작가: 일단 이런 경우가 있었다. 이상하게 어떤 포인트가 사람마다 다른 경우가 있지 않나. 나는 좀 이렇게 힘을 주려고 썼는데,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영 아니라던가… 예를 들어, "한 산에 호랑이가 둘일 수 없듯이, 진정한 거인은 둘이 될 수 없다" 이 멘트가 나는 되게 정말 정말 힘을 주려고 쓴 거였는데, 사람들이 좋아하긴 하면서도, 웃겨 하더라. 스타 무한도전 가서도 이걸 막 이상하게 패러디하고 하는 거다. 지금까지도 볼 때마다 박상현 캐스터나 정인호 해설은 이렇게 막 웃으면서 막 얘기를 한다.
이 PD: 시청자 분들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박 작가가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 썼는데, 되게 코믹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철권 열전 때도 아주 진지하게 썼는데, 만드는 과정에서 재밌게 바뀌어 버린 적도 많이 있었다. 그런데 그 자체도 되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것도 하나의 팬들이 사랑해주는 과정이라고 할까, 그렇게 바라보고 싶다.
박 작가: 박상현 캐스터는 이런 걸(무대 멘트), 아무 데서나 안 한다. 이런 것은 다른 데서 시켜도, 테켄 크래쉬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라 하면서 다른 데서는 절대 안 하기로 했다.
이 PD: 실제로 박상현 캐스터가 오락실 가서 게임을 하는데, 사람들이 막 박상현 캐스터를 알아보고, 게임기 반대 편에서 "사나이에게는 물러설 수 있는 싸움이 없다" 막 그런다고 하더라. 그래서 자기는 오락실 가기가 민망하다고 한다.
박 작가: 그 멘트들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상현 씨밖에 없는 것 같다.
이 PD: 어쨌든 간에 팬들이 기억해준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시작이라고 본다. 사랑해주는 과정이라고 보고.
-박상현 캐스터는 잠깐 나와서 오프닝 멘트만 하고 들어가니, 비중이 좀 작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PD: 그건 아니다. 우리는 박상현 캐스터의 비중을 크게 생각하고 있다.
박 작가: 우리가 여타 다른 리그와 가장 차별화를 두기 위해서 시도한 게, 상현씨의 역할이었다.
이 PD: 실제로 박상현씨의 롤 모델로 삼은 사람이 있다. UFC를 보면 경기 시작할 때 딱 한 번 나오는 매니저가 한 분 있다. 중요한 경기에 앞서서 등장하는데, 별 내용도 없고 우리처럼 멘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선수소개만 하는데도 무게감이 있다. 실제로 그 분들의 포스가 뭔가 생각을 해봤더니. 그분은 중간 중간에 많이 나오지 않는다. 경기 시작전에만 딱 한번 나오고, 경기 끝나고 간단히 소개해주는 정도뿐이다. 그 사람이 많이 등장하고, 뭐 여러 군데 계속 나온다고 해서 그런 포스가 뿜어져 나온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돌격 철권 히어로'에서 메인이 되셨기 때문에, 만약 서운한 점이 있었다면 풀리셨을 것 같다.
이 PD: 돌격 철권히어로는 좀 다른 얘기기는 한데, 그런 경우 상현 씨의 진행능력이 좀 더 빛을 발하는 그런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E스포츠 공인대회 인증'과 '프로게이머 자격증 부여'는 선수들의 복지를 위한 것
-테켄 크래쉬가 E스포츠 공인대회로 인증을 받았는데, MBC게임 측에서 공인대회 인증을 추진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PD: 일단 제일 큰 이유는, 선수들의 복지 때문이다. 선수들이 언제까지 계속 하건 간에, 그냥 아마추어 선수로 남는 것은 좀 뭐랄까, 아깝다고 해야 할까. 그 선수들이 일단 기본적으로 상금에 대한 세금이 대단히 크다. 22%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프로 게이머가 되면 3.3%로 엄청나게 줄어든다. 그게 가장 큰 이유고, 실제로 그렇다. 한 때 그런 루머가 돈 적이 있는데 "프로게이머가 되면 아마리그, 즉 오락실 대회 같은 것은 참가할 수가 없다" 이런 말이 돈 적이 있다. 또 "연회비가 10만 원이 넘게 든다" 는 말도 있었는데, 사실이 아니다. 연회비는 1년에 3만 원 정도만 내면 되는 걸로 알고 있고, 공식적인 것은 상금을 탔을 때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고, 또 아마추어 대회도 다 참가할 수있다. 그런 것을 많이 오해하는 분들이 있더라.
-선수를 희생해서 리그를 발전시키겠다는 게 아니라, 선수를 우선으로 하겠다는 생각이신 것 같다.
이 PD: 실제로 어떤 친한 선수들이 나에게 문의를 한 적이 있다. "형, 이거 프로 게이머 만약 된다 해도, 프로 게임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걸로 월급받을 것도 아닌데 이거 꼭 해야 할까요?"나는 그 친구에게 자신있게 대답을 한다. 나중에 니가 아들을 낳거나, 혹은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 누군가가 너에게 물었어. "형, 철권 얼마나 잘해요?" 그 친구에게 얘기를 해줄 때, "나 옛날에 철권 좀 했어", "나 옛날에 철권 프로게이머였어" 이거는 뉘앙스가 좀 다르지 않나.
-일본의 투극과 같은 수준이 높은 대회와 연결되어 국내 대표 선발전이나, 일본 대회 본선 중계를 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 예전, 철권 열전에서도 투극 대회를 다룬 적이 있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추진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가.
이 PD: 실제로 한 적도 있었고, 이번에 '아카디아'에서 우리에게 취재 자료를 요청해서 아마 조만간 실리지 않을까 싶다. 투극이란 대회를 진행하는 주최사가 '아카디아'라는 일본의 게임 매거진이다. 거기서도 관심 있게 테켄 크래쉬를 봐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테켄 크래쉬 팬 분들과 시청자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 PD: 일단은 너무나 많이 성원해주시고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염려해주시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우리도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부분들도 많고, 어쨌든 우리 제작진은 최선을 다해서 선수들의 복지라던가, 그리고 시청자들이 느끼는 최고의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서, 생각하시는 것 이상으로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으니까,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면 좋겠고, 앞으로도 점점 더 키워서, 더 새롭고 신선한 재미를 여러분에게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박 작가: 저도 제작진 입장이긴 하지만, 만들면서 자부심도 많이 느끼고 방청객 여러분이나, 성원해주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는 게 정말 몸으로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선수들이건 팬들이건 좋아해 주시기는 하지만, 불만사항이나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희가 해결해 드릴 수 없거나 그런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저희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믿어 주시고 계속해서 성원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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