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투수들의 마음을 느껴보려고요."
지난 11월, 롯데 선수단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캠프를 치르고 있었다. 쌀쌀한 날씨의 한국과는 달리 오키나와 한낮의 볕은 따가웠다. 구장 외부 한 켠에는 투수들이 불펜 피칭을 할 수 있도록 따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다음 피칭을 할 투수가 아직 오지 않은 때, 안중열이 마운드처럼 높게 흙을 다져둔 곳에서 투구 동작을 하고 있었다.
다가가 이유를 묻자 안중열은 "투수의 마음을 느껴보려고요"라며 "마운드에서 포수까지 (거리가) 머네요"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시절 이후 투수를 해본 적 없다는 그는 제 위치에서 포수 위치를 번갈아 보며 눈으로 거리를 쟀다.
투수와의 소통을 강조한 최기문 코치의 가르침을 습자지처럼 흡수한 결과다. 포수가 투수의 마음이 될 때 '찰떡 호흡'도 가능하다. 안중열은 "최 코치님은 일단 투수를 알아야 볼배합을 하지, 타자만 생각하고 들어가면 안된다고 하신다. 투수를 고려해 타자를 상대해야지 진정으로 '배터리'가 싸우는 것이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마운드에 올라 투수의 마음이 되어보는 것도, 투수를 이해하려는 생각의 발로다.
롯데는 양의지 영입전에 뛰어드는 대신 포수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 군 제대 전력인 김준태도 있지만, 가장 기대를 받는 자원은 안중열이다. 2018 시즌 후반기 부상에서 복귀해 팀의 막판 순위싸움을 이끌었다. 부족한 부분을 잘 보강한다면 롯데 안방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안중열 스스로도 다음 시즌을 기회로 여기고 있다. 길었던 부상의 터널을 빠져나온 그에게 힘겨운 훈련은 지치기보단 즐겁다. 그는 "스파이크 신고, 글러브 끼고 야구하는 게 최고다. 한번 아프고 바닥을 경험하면 정말 절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마무리캠프에서 아쉬웠던 점을 보완했다. 안중열은 "최 코치님이 내게 어울리는 스텝, 풋워크, 스로인 등을 알려주셨다. 배우면서 느끼는 바가 있으니 더 열심히 하고 싶고, 잘 만들어가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부상 방지다. 그는 "안 아프게 야구할 수 있는 방법, 탄탄한 수비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lobelia12@xportsnews.com /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채정연 기자 lobelia1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