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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완파' 둥가의 브라질이 특별한 이유는?

기사입력 2009.09.10 12:54 / 기사수정 2009.09.10 12:54

박문수 기자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축구는 영국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브라질에 의해 완성되었다.'라는 말이 있다.

지난 1958년 스웨덴 월드컵을 시작으로 5차례나 우승을 이룩한 브라질은 넓은 선수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 축구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때문에, 브라질은 축구의 상징이자 그 자체로 인식되었고 월드컵 단골손님이자 영원한 '축구 왕국'으로 불리고 있다.

브라질은 이번 월드컵 진출로 19번의 월드컵에 개근하였다. 2014년 월드컵이 브라질에서 열린다는 것을 고려할 때 그들은 20회의 월드컵에 모두 출전하는 세계 최고의 기록을 보유하게 된다.

이번 남미 예선에서 그들은 16경기 동안 32득점 9실점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득실차는 공격력이 주무기인 브라질이 막강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쉽게 지지 않는 팀으로 변했음을 의미한다.

'4-3-1-2의 둥가 호' 칠레 완파

브라질은 10일 오전(한국시간) 에스타디우 피투아쿠에서 열린 2010년 남아공월드컵 남미예선 16라운드 칠레와의 경기에서 주전급 선수의 결장 속에서도 4-2 승리를 기록. 9승6무1패(승점 33점)를 기록해 아르헨티나에 승리한 파라과이(승점 30점)와 격차를 벌렸다.

기존의 팀과 다르기 때문에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들은 칠레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비야레알의 니우마르는 이 날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 호비뉴와 파비아누를 대신해 남은 두 자리의 포워드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그는 올림피크 리옹에서의 실패를 딛고 코린치안스와 인터나시오날에서 갱생했다. 한편, '로마의 골칫덩이' 밥티스타는 추가 골을 넣으며 애국자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지난 2006 독일 월드컵의 수장인 파헤이라가 4-2-2-2로 대표되는 무리한 공격적인 전술 때문에 조국의 씁쓸한 8강 탈락을 한 전례를 볼 때 둥가의 브라질은 강력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한 4-3-1-2전술을 택한 점에서 기대가 크다.

특히 이른 시간에 본선행 티켓을 확보한 점과 기대되는 선수들이 즐비한 것은 브라질에 준 주전급 선수들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실험 기회를 뜻한다. 지옥의 볼리비아 원정은 걸림돌이지만 예선 마지막 라운드인 베네수엘라와의 홈 경기임을 감안할 때 파투와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디에구로 대표되는 준 주전급 선수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진출 국가의 윤곽이 드러난 지금. 브라질 대표팀의 상황은 어떠할까?

'실리'를 추구한 둥가, 토너먼트의 강자로 부상하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은 브라질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우승이란 최고의 선물을 들고 온 선수들을 향해 관중은 브라질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비판받았다. 당시 사령탑인 파헤이라는 2006년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것인지 지나치게 공격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다가 실패했다.

현재 둥가의 브라질은 4-3-1-2전형이다. 기본적인 포백을 유지한 상태에서 수비적인 미드필더 2명과 중원에 힘을 실어줄 중앙 미드필더 한 명을 허리에 배치하며, 공격의 지휘자이자 꼭짓점으로 카카를 배치 시킨다. 호비뉴는 최전방 포워드인 파비아누를 보좌하며 측면과 중앙을 오고 감으로써 공격진에게 생기를 불어준다.




▲ 1994 미국 월드컵 우승팀과 현재의 브라질 : 두 팀은 가장 유사한 형태의 전술을 지녔다.

이 전술이 단기간 내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부임 초반, 다니엘 카르발류와 바그네르 로베, 알렉스 등. 다양한 선수들을 실험한 둥가는 카카와 호나우지뉴로 대표되는 '스타 플레이어'를 배제시켰다.

이름값은 떨어지지만 수준급 기량을 갖춘 선수들의 기용을 통해 기존의 스타 플레이어와 경쟁을 시켰고 이는 카카에게 AC 밀란에서 보여준 포워드적 성향을 버리고 철저히 공격의 시발점으로써 지휘자 역할을 맡기게 되었다. 이는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진가를 발휘했으며 브라질은 스페인에게 뺏긴 피파랭킹 1위 자리를 탈환하며 '세계 최강'이란 타이틀을 재획득시켰다.

그럼에도, 자국 팬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삼바 축구의 화려함을 주무기로 삼은 브라질이 지나치게 '안티 풋볼'을 표방한 점과 '선 수비 후 역습' 체제를 선택한 점은 기존의 브라질과 다르다는 이유로 외면받을 수 있다.

하지만, 둥가의 브라질이 공격적인 부문을 자제하는 대신 승리와 강자라는 멋진 선물을 가져다준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과 멋진 포옹과 세리머니를 함께 나누는 그의 모습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그라운드를 휘어잡은 선수 시절과 사뭇 다르다. 그는 자신이 소집한 선수들과 친분이 두텁고 그들의 감독이 아닌 선배로 자리매김하였다.

이 때문에 소속 클럽에서의 활약과 달리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더욱 비상하는 선수들을 낳게 되었다.

'선수단' 정리 및 재고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다.

브라질은 넓은 선수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 축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브라질 출신 용병들은 내로라하는 클럽의 소속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선사하고 있으며 몇몇 선수는 팀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러나 이 많은 선수가 대표팀에 승선할 수 없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왕인 그라피테와 이탈리아 '세리에 A의 드록바' 아마우리은 대표팀이 대표적인 예이다. 둥가 부임 이후, 잦은 기회를 받았지만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지 못한 디에구는 재입성의 기회가 있지만 몇몇 선수들은 수준급 기량을 지녔음에도 대표팀과 결별할지 모른다.

스페인의 마르코스 세나와 크로아티아의 에두아르도 다 실바, 포르투갈의 페페와 데코, 리에드손, 독일의 케빈 쿠라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브라질 국적을 포기한 채 다른 나라로 귀화한 브라질 출신의 선수들이다. FIFA의 회장 블래터는 인터뷰를 통해 "몇 년 안에 모든 대표팀에 브라질 출신 선수들이 즐비할 것이다."라고 했다. 우리와 밀접한 일본도 브라질 출신 귀화 선수 때문에 재미를 본 적도 있다.

즉, 남은 기간 동안 수준급 선수들의 기량 점검과 대표팀과의 호흡 여부를 가늠함으로써 선수 유출을 막아야 된다.

유벤투스 돌풍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한 디에구는 카카의 백업인 줄리우 밥티스타보다 기량면에서 월등하며, 아마우리와 그라피테는 파비아누의 잠재적인 경쟁자이자 준 주전급선수로 유용하다.

최근 대표팀에 입성한 필리페 카스미르스키는 안드레 산투스와 기량이 비슷하며 부진한 클레베르와 경험 부족인 마르셀루에 비해서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필리페는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고의 왼쪽 풀백 중 하나로 손꼽혔으며 바르셀로나가 다니엘 알베스의 짝으로 점찍은 전례가 있다.

최근 브라질은 과거 화려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공격력은 사라졌다. 둥가가 지휘봉을 잡은 이래로 브라질은 토너먼트에서의 끈질김과 여유, 인내심, 그리고 강력한 체력이란 요소를 첨가시켰다. 기존의 브라질이 가지고 있던 화려함 속에 감춰진 삼바 축구와는 다소 거리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실리를 중시하는 팀으로 변했다.

이 때문에 둥가의 브라질은 뛰어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그의 축구 철학은 강 팀을 상대로 더욱 빛나며 토너먼트에서 요구되는 요소를 모두 제시한다. 이러한 요인은 2006년 독일 월드컵보다 얕아진 선수 구성과 국내 팬들의 외면 속에서도 브라질이 절대 강자란 것과 남아공 월드컵에서 가장 기대되는 팀임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브라질은 '화려한 축구'를 잃었지만, 어떻게 이겨야 하는지를 아는 하나의 팀이 되었다. 지금 현재 브라질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고, 우승 후보다운 모습으로 2010년 남아공에 입성할 것이다. 과연, 내년 여름에도 브라질의 강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 지켜보자.

참고: 지난 15년간 브라질 전술 변천사



[사진=국제 축구 연맹(FIFA)에 보도된 브라질 대표팀]

 



박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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