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9.04 12:45 / 기사수정 2009.09.04 12:45
5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호주와의 평가전은 마치 2002년 월드컵의 향수를 느끼게 할 만큼 당시 활약했던 선수, 코칭스태프가 한자리에서 대결을 펼쳐 흥미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한국 대표팀의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비롯해 이영표(알 힐랄), 설기현(풀럼), 김남일(빗셀 고베), 이운재(수원 삼성) 등 5명은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 이후 3년 만에 함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뭉쳐 경기에 나서며, 2002, 2006년 월드컵 수석코치이자 2007년 아시안컵 대표팀 감독이었던 핌 베어벡 호주 감독은 '적장'으로 오랜만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밟게 된다.
인연, 그리고 변화
이른바 '2002 세대 5인방'과 베어벡 감독의 인연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 베어벡 수석코치의 지휘 아래 1년 반 동안 대표팀에서 동고동락했던 이들은 아시아 최초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를 창조해내는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이후에도 딕 아드보카트 감독 체제에서 또 한 번 수석코치와 선수로 뭉친 이들은 월드컵 원정 첫 승이라는 성과를 이뤄내면서 또 한 번 좋은 추억을 남겼다. 이후 베어벡 감독은 2006년 7월부터 약 1년간 대표팀 감독으로 승격하며,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을 지휘하기도 했다.
베어벡 감독이 한국을 떠난 이후, 대표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허정무 현 대표팀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뒤, 젊은 선수들이 전면에 나서며 대대적인 세대교체와 전술 실험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 사이, 2002년 월드컵 멤버들의 입지는 부분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고, 급기야 설기현, 김남일은 1년 넘게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하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그렇다고 '2002세대'가 완전히 몰락한 것은 아니다. 이영표, 이운재는 여전히 주전으로 매 경기 선발 출장하면서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장)에 가입하는 등 맹활약을 펼치고 있고, 박지성은 '주장' 위치까지 올라 젊은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매김했다.
자신감, 패기가 넘치는 젊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이 우려된다고 판단한 허정무 감독은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뒤, '신-구 조화'를 꾀한다는 측면에서 설기현, 김남일을 다시 불러들였다. 그야말로 '2002세대의 귀환'이 어느 정도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2002세대의 귀환' 후 갖는 첫 경기가 하필 옛 스승인 베어벡 감독과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베어벡 감독은 대표팀 감독까지 역임했을 만큼 한국 축구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이방인 지도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2002세대 외에도 이근호, 김치우, 강민수, 오범석 등이 '베어벡호' 당시 키워진 선수들로 거의 모든 한국대표팀 선수를 베어벡 감독이 알고 있을 정도다. 그야말로 서로 알고 있는 건 다 알고서 평가전을 치르는 셈이 됐다.
변화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과제
일단 주전 보장이 확실한 박지성, 이영표, 이운재보다는 오랜만에 대표팀에 발탁된 설기현, 김남일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청용(볼튼), 염기훈(울산) 등과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설기현은 좌우 윙포워드, 공격수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능력을 앞세워 자신의 장기를 충분히 보여줘야 승산이 있다.
또, 조원희(위건), 김정우(성남)와 경쟁을 벌이는 김남일은 공격과 수비를 두루 갖춰야 하는 4-4-2에서 좀 더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다. 1년 동안 자리를 비운 사이, 후배 선수들의 입지가 탄탄해져 쉽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베테랑'다운 자세로 이를 극복해야 앞으로 '롱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팀 승리는 물론 개개인에게 주어진 과제도 풀어내야 하는 2002세대. 오랜만에 뭉치는 5인방이 좋은 경기력으로 옛 스승, 베어벡 감독의 마음을 놀라게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이영표 (C) 엑스포츠뉴스 DB, 남궁경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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