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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 군단' 한화에 필요한 것은 '스몰볼'

기사입력 2009.07.14 13:49 / 기사수정 2009.07.14 13:49

손현길 기자



[엑스포츠뉴스=손현길 기자]
아무리 뛰어난 타자나 투수라 할지라도 매 경기 똑같은 컨디션을 가지고 최고의 실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그날 컨디션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빠른 주루 플레이'다.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말이 있듯, 주루 플레이는 슬럼프가 찾아오지 않는다. 빠른 발이야말로 '스몰볼'의 핵심이며 팀에게 승리를 안겨주기도 하는 복덩이다.

지난 시즌 2위 자리를 놓고 두산과 경쟁하던 팀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팬들도 당연히 그 팀의 4강 진출을 확신했다. 하지만 WBC 이후 시작된 후반기, 귀신에라도 홀린 듯 팀은 무너져 내렸고 결국 시즌 5위로 4강 진출을 놓치고 말았다. 강력한 다이너마이트 타선과 연패를 끊어줄 수 있는 좌완 에이스도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빠른 발이 없었다. 스피드가 결여됐다는 것은 세밀한 작전 야구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게 한화는 V2의 꿈을 다시 한 번 접어야 했다.

한화는 육상부가 없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 한화는 이범호-김태균-김태완의 기존 타선에 디아즈-이도형-송광민이 가세해 더욱 더 파괴력 있는 강타선을 구축했다. 한화를 상대하는 투수들은 하나같이'쉬어갈 틈이 없다' 며 한화의 강타선을 겁냈다. 시즌 초반 김태균을 비롯해 중심 타선의 부상으로 주춤했음에도 거포군단 한화는 14일 현재 119개의 홈런으로 8개의 팀 중 홈런 부문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119개의 엄청난 홈런 개수에 걸맞지 않게 팀 성적은 8위로 리그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밥상을 차려줄 선수가 없다는 점이다. 한화의 1번 타자 강동우가 101개의 안타로 출루해 14개(도루부문 8위)의 도루를 성공하는 동안 SK의 정근우는 99개의 안타를 치고 29개(도루부문 2위)의 도루를 성공했다.

도루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LG의 이대형이 96개의 안타를 치는 동안 38개의 도루를 한 것에 비한다면 더욱 부족해 보이기만 한다. 이는 한화가 루상에 주자를 내보냈을 때, 상대 투수에게 주자를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타자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빠른 발은 상대 팀을 흔들어 놓는다

야구를 하는데 있어서 작전은 시간 싸움이다. 작전이 걸렸을 때, 주자가 한 발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다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런 작전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도루이다. 비록 실패의 확률도 안고 달려야 하지만 잘만하면 공짜로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는 무서운 작전인 것이다.

한 베이스를 더 진루하는 것 이외에 '달리는 선수'가 있다는 것은 분명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된다. 우선 '달리는 선수'가 출루 하는 것 자체만으로 수비진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파급력을 갖을 수 있다. 2루수와 유격수는 주자의 도루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수비 범위가 좁아지고 1루수 역시 주자를 베이스에 더 가까이 묶어두기 위해 수비 범위를 좁힐 수밖에 없다.

또한, '달리는 선수'가 루상에 나가게 되면 상대 배터리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우선 투수는 주자의 도루를 의식하게 되고, 상대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와인드업을 하지 못하고 셋 포지션 상태에서 던져야 하므로 일반적으로 구속이 줄어든다. 덤으로 다음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는 주자의 도루를 막기 위해 직구 위주의 볼 배합을 가져가는 것을 예상해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실제로 지난 시즌 상위권 팀들은 도루를 통해 상대 수비진을 확실히 흔들어 놓았다. 우승팀 SK는 총 170개의 도루를, '육상부' 두산은 리그 최다인 189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상대팀의 혼을 빼놨다. '가을야구 신화'를 쓴 롯데 역시 133개의 적지 않은 도루 수를 기록했다. 이는 올 시즌에서도 반영되어 지난 시즌 잘 뛰지 않던 팀들이 발야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달릴 선수가 없는 한화는 35개의 도루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화에게 필요한 것은 '스몰볼'

무시무시한 장타력과 파괴력을 지닌 한화의 타선은 분명 큰 장점이다. 하지만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면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파괴력에 정교하고 세밀한 스몰볼이 가미되어야 한다. 한화는 119개의 홈런으로 이 부문 선두를 마크하는 동안 629개의 삼진으로 역시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즉 정교한 야구보다는 큰 한 방을 노리는 '빅볼' 야구에 중점을 두었단 이야기다.

물론 달릴 수 있는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느린 선수들에게 무조건 뛰어라 하고 강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달릴 수 없다면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상대 배터리를 피곤하게 해 주어야 한다. KIA 포수 김상훈은 "주자가 뛰려는 모션, 희생번트를 대려는 모션 하나하나에도 투수들은 힘들어한다. 특히 투구 밸런스가 무너진다"고 이야기 했다. 즉, 상대팀에게 내가 뛰다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편하게 투구할 수 있게 놔두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도루나 희생번트 등 빠른 발과 정교한 작전수행능력과 홈런이나 장타 한 방 중에 어느 것이 더 점수를 뽑는 데 효율적이냐에 대한 물음에는 누구도 확실한 답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둘 중 하나만 밀고 나가는 팀은 분명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고 확신한다. 한화의 빅볼은 다른 구단에게 큰 위협이 된다. 여기에 정교하고 세밀하게 다듬어진 스몰볼이 가미 된다면 후반기 한화의 대반전이 일어날 것이다.

[사진 = 추승우 (C)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손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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