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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로스, 더 이상 유럽의 변방이 아니다

기사입력 2009.07.13 02:18 / 기사수정 2009.07.13 02:18

강승룡 기자

[엑스포츠뉴스=강승룡] 인구가 80만 명에 불과한 지중해 동부의 작은 섬나라 키프로스. 이들의 행보가 심상치가 않다.

FIFA 랭킹 73위의 키프로스는 유럽에서 변방으로 취급받았고, 월드컵 예선이나 유럽 예선에서 강팀들의 승점 쌓기 상대로 여겨진 팀이지만, 최근의 경기 결과를 보면 강팀들도 그들로부터 승점 3점을 획득하는 것이 그리 순탄치 않아 보인다.

비록 월드컵 본선이나 유로대회 본선에 진출하기엔 여전히 버거운 전력이지만, 본선 진출이 다급한 팀들에게 있어서는 발목을 잡힐 수 있는 정도로 성장했다. 국가대표 경기뿐만 아니라 클럽 대항전에서도 아노르토시스가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진출하여 역사적인 1승을 기록함으로써, 강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키프로스 축구의 돌풍은 유로 2008 예선전에서 시작된다. 홈에서 열린 아일랜드와의 경기에서 거둔 5-2의 대승은 유럽 전역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아일랜드는 독일 원정에서 불운의 골로 석패할 정도로 강한 전력이 있었던 팀이기 때문이다. 이어서 벌어진 강력한 우승후보 독일과의 경기에서 1-1로 비기면서 그들의 돌풍을 이어갔다.

키프로스는 아일랜드 원정에서도 녹록지 않은 전력을 발휘하며 본선 진출에 실낱같은 희망을 기대하던 아일랜드를 상대로 선제골을 터뜨리면서 다시 한 번 그들에게 충격을 선사했고, 아일랜드는 피넌의 극적인 동점골로 힘겹게 비기면서 본선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유로 2008 예선 D조에서 키프로스는 4승 2무 6패로 승점 14점을 기록하며 6위를 차지하긴 하였으나, 3위 아일랜드와의 승점 차는 3점에 불과했다.

유로2008 예선에서 보여준 키프로스 축구의 선전은 2008/09시즌의 챔피언스리그에서 이어졌다. 챔피언스리그 3차 예선에 진출한 아노르토시스는 그리스의 명문 올림피아코스를 상대로 홈에서 3-0의 대승을 거두고, 원정에서 1-0으로 패하면서 키프로스 클럽의 역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루었다. 아노르토시스는 조별리그 B조에서 인터 밀란, 베르더 브레멘, 파나티나이코스와 한 조에 속하였는데, 나머지 세 팀의 1승 제물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예상은 브레멘과의 원정 경기에서 보기 좋게 빗나갔다. 브레멘은 화끈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대량 득점을 통하여 홈에서 1승을 챙기려 하였지만, 오히려 아노르토시스의 견고한 수비에 고전하며 한 골도 뽑지 못하고 0-0무승부를 기록하였다. 브레멘에게는 충격적인 결과였고, 아노르토시스에는 키프로스 역사상 챔피언스리그 첫 승점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파나티나이코스와의 2차전은 아노르토시스가 결코 운으로 본선에 올라온 것이 아님을 확실하게 증명한 경기였다. 유로2004 우승의 주역인 델라스를 비롯하여 그리스 국적의 선수들이 5명이나 포진한 아노르토시스는 예선에서 올림피아코스를 상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파나티나이코스를 공략하였고, 결국 3-1의 승리를 거두면서 키프로스 클럽 최초의 챔피언스리그 1승을 기록하게 된다.

그들의 돌풍은 세리에 A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인터 밀란에겐 통하지 않는 듯싶었다. 밀라노 원정에서 0-1로 패하면서 그들의 돌풍이 잦아드는가 싶었더니, 홈에서 열린 4차전에서는 인터 밀란을 상대로 세 골을 뽑아내며 리드하기 시작했다. 인터 밀란은 이변의 희생양이 될 위기에 처했고, 크루즈의 동점골로 가까스로 그들의 돌풍을 저지할 수 있었다.

4차전까지 1승 2무 1패로 조 2위를 유지하던 아노르토시스는 승리가 다급한 브레멘을 상대로 두 골을 먼저 뽑아내며 16강 진출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디에구에 페널티킥 골을 허용하고 알메이다에 동점골을 헌납하면서 아쉬운 2-2무승부를 기록했고, 최종전에서 파나티나이코스에 패하면서 인터 밀란을 꺾은 브레멘에게도 순위가 밀려 조 최하위로 탈락이 확정되었다.

인터 밀란과 브레멘을 상대로 리드를 지키지 못한 게 아쉬운 부분이었고, 이것은 유럽 명문팀들의 전통에 도전하기엔 아직은 부족한 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했다.

비록 유럽 상위권 팀들과의 격차는 상당하지만, 최근의 국가대표나 클럽 경기에서 강팀을 상대로 주눅이 들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키프로스 축구의 미래는 밝다고 볼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성과들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키프로스가 메이저 대회 본선에 진출하고 클럽 대항전에서 더 나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결코 꿈만은 아닐 것이다.



강승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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