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이 올해 첫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12월 20일 개봉 후 파죽지세로 흥행을 이어 온 시간 속에 4일 오전 개봉 16일 만에 천만 관객을 넘어선 중심에는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원동연 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원동연 대표는 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1995)의 각본을 시작으로 '미녀는 괴로워'(2006),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등의 흥행작을 제작했다.
'신과함께'가 600만 관객을 넘은 이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던 원동연 대표는 영화의 흥행에 기쁜 마음을 표하면서도 조심스럽고 겸손한 마음을 잃지 않았다.
-명함에 적혀 있는 이메일 주소도 그렇고, SNS까지 ID를 '수줍다'는 뜻의 'Shy'와 이름 이니셜 'WDY'를 합친 'Shywdy'로 쓰고 있다.
"모든 ID가 'Shywdy'이예요.(웃음) 제 성격이 활달하고 발랄해 보이는데 사실 굉장한 샤이 가이(Shy guy)예요. 저는 'Shy'란 표현을 정말 좋아해요. 수줍은 것, 금방 다가가지 못하고 이런 것 정말 좋아합니다."
-개봉 후 반응이 뜨겁다.
"마음이 편안하거나 그렇진 않아요. 개봉하고 나서 3kg 정도가 빠졌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안 먹어도 배부르겠다'고 하는데, 안 먹으면 배고프죠.(웃음) 사실 굉장히 예민해요. 사람들에게 예민한 것 말고, 제 자신에게요."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앞서 '신과함께' 제작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개봉 전까지, '이 작품이 과연 겨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그 어느 작품보다 많이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우려 많았죠. 저 역시 '강철비'와 1987'을 다 봤는데, 정말 좋은 영화, 또 헤비급 영화들이잖아요. '어떻게 되든 어려운 싸움이 되겠다' 싶었었죠. 고민이 많아서, 살도 엄청 빠졌었어요. 같이 붙었던 영화들이 좋고 센 영화들이어서, 전체적인 시장이 커진 효과는 있다고 생각해요. 시장에 있어서는 좋은 현상이라고 보죠."
-'신과함께'는 이례적으로 12월 20일이라는 개봉일을 일찍부터 못 박았었다.
"4개월 전에 말했죠.(웃음) 이런 경우는 없어요. 사실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자신감의 표현이었거든요. 또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마음도 컸죠. 다행히도, 개봉했던 주보다 예매율 같은 것이 떨어짐 없이 오히려 올라가니까, '이걸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나' 25년 영화 인생에서, 저도 좀 당황스럽긴 해요.(웃음)"
-'신과함께'가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감성을 잘 움직였다는 평이 있다.
"맞아요. 그 감성을 건드린 것이라고 봐요. 사실 언론·배급 시사회 때 저와 김용화 감독, PD는 굉장히 침울했었거든요. 이 영화를 좋아해줄 줄 알았는데 좋아해주지 않으니까요. 호평도 있지만 악평도 있고 그러니까 대중도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고민을 했었고요."
-무려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려서 세상에 나온 작품이다.
"처음 '신과함께'를 봤던 것이 2011년이에요. 웹툰이 저승, 이승, 신화편으로 3부작인데, 저는 저승편 연재가 끝났을 때인 2011년에 봤던 것이거든요. 저는 작품을 결정할 때 오래 생각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본능적으로 끌렸냐, 아니냐가 중요해요.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판단을 했고, 판권을 알아보고 나서 구입하게 됐죠. 처음에 제안했던 김용화 감독이 '영화로 만드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고사했고, 그 사이 저 역시 다른 작품을 하면서 바쁜 상태였기 때문에 답보 상태였었어요. 그렇게 4년이 지나고 다시 김용화 감독을 만나서 얘기를 했고, 세 편으로 나눠진 만화의 내용을 묶어서 1·2편으로 나눠 만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했죠. 이후에 투자를 결정받기까지, 그때까지가 가장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이것만은 꼭 지키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면.
"원작의 메시지와 정신만큼은 가져가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원작의 정신이라는 게, 나의 현세의 삶이 내세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나와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다 연결돼서 우리 삶을 규정한다는 것이거든요. 나의 삶이 꼭 나만의 것은 아니고, 모든 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고 착하게 살고 하는 내용이요. 이런 보편적인 것을 갖고 가는 게 뻔하면 재미없으니 뻔하지 않게 가는 것이 필요했는데, 저희에게는 '지옥의 판타지'라는 묘안이 있었죠.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새로운 그릇에 담은 점, 경험하지 않았던 것을 완전 새롭게 느끼게 해 준 것이 많은 관객들이 좋아해준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요."
-'신과함께'와 함께, 유독 많이 언급됐던 단어가 '신파'이기도 하다.
"저희 영화가 첫 날 관객이 40만 명이 들었었거든요. 관객들의 평과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구나' 싶었어요. 직접 돈을 내고, 또 첫 날 봤다는 것은 이 영화를 기다렸다가 선택했다는 것이잖아요. 관여도가 높은, 고(高) 관여 고객인 것이죠. 소문을 듣고 온 관객이 아니라, 아예 '신과함께'를 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오신 분들이라서, 그래서 저희는 첫날 관객 숫자가 아니라 관객들의 반응에 조금 마음을 놓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개봉한 영화는 꼭 극장에 가서 다시 본다고 했다.
"저는 영화를 만들고 극장에서 관객들과 영화를 보는 시간이 제일 행복해요. 아마 제작자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많은 걸요?(웃음) 하루에 열 번을 본다 한들, 다 외우고 있는 내용이지만 지겹지 않죠. 그래서 저는 시간이 되면 무조건 극장으로 가요. 영화를 보고 우는 게 아니라 관객 반응을 보고 울거든요. 600만 명 이상이 본 영화가 되고, 관객 분들도 '재미있는 영화구나'라고 생각하고 극장에 들어오시게 돼요. 그래서 영화 역시 선순환 구조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신과함께' 드라마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드라마 판권도 저희가 갖고 있거든요. 계획인 것이죠. 2년 후의 이야기에요. 방송사나 감독같은, 플랫폼까지 정해진 것은 없어요. 영화는 뺄셈의 미학이지만 드라마는 덧셈의 미학이잖아요. 원작에 충실할 예정이고요. 아직은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없어 더 드릴 말씀은 없네요."
-작품을 선택할 때 특별히 고려하는 점이 있다면.
"'세태를 분석하고 흐름을 읽고, 미래를 예측해서 하냐' 이렇게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크리에이터가 크리에이티브를 어떻게 설명하겠어요. 저 역시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야기에 포커싱을 많이 맞추는 사람이다 보니까 이야기를 보는 측면들이 많이 있기는 하죠. 지금은 직접 쓰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보는 감각은 유지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건 본능이죠. 제 영화 중에 잘 되지 않은 영화도 많거든요. 사실 좋은 건 아니에요. 일정하게 가는 게 좋은데, 그런 건 또 다른 잘 하는 분들이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요.(웃음) 모 아니면 도인, 저 같은 사람도 있어야죠.(웃음)"
-올 한 해는 원동연 대표에게 어떤 한 해였나. 그리고 2018년의 계획은.
"올해는 힘들었죠. 상반기에 '대립군'이라는 영화도 있었는데, 제가 좋아한 영화였지만 잘 안 됐기 때문에 '내가 과욕을 부려서 그런가' 하는 마음이 있었고요. 너무 바빠서 고통스러울 수 있는 시간도 없었어요. 1월 3일부터는 다시 본격적으로 '신과함께' 2부 작업이 시작돼요. 김용화 감독에게도 '2일까지만 쉬라'고 했거든요.(웃음) 8월에 2편이 개봉할 때에도, 엄청난 경쟁일 테니까 다시 열심히 작업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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