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1.10 10:52 / 기사수정 2009.01.10 10:52
그러나 많은 이들이 리 웨이펑의 수원 삼성 입단에 대해서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중국 선수가 얼마나 할 수 있겠냐는 반응부터, 국가대표팀 경기나 AFC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보여준 그의 매너를 문제 삼는 경우도 있다. 과연, 리 웨이펑의 영입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쓸모없는 일인 것일까?
배터랑 수비수의 획득
리 웨이펑은 중국 대표팀으로 A매치에서 105경기를 뛴 바가 있는 선수이다. 물론 중국 대표팀은 아시아권에서조차 좋은 성적을 못 내고 있는 팀인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 대항전 105경기라는 것은 그 수치 자체만으로도 무시하기는 힘들다. 수많은 A매치에서 리 웨이펑은 국가대표팀의 주장으로 활동하면서, 때로는 다혈질인 중국 대표팀을 달래고, 판정에 대해서 어필할때는 팀을 위해서 제대로 어필하면서 주장의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해왔다.
그리고 비록 많은 경기를 뛰지는 못했지만, 02/03시즌 프리미어리그 에버튼에서 뛴 경력이 있고, 중국 브라질 유학파 1세대로 어려서부터 많은 경험을 쌓은 선수라는 점이 장점이다.
리 웨이펑의 수비적 능력을 보더라도 이런 사실들이 묻어나온다. 리 웨이펑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대인마크인데, 그의 체격과 강한 체력, 그리고 경험에서 나온 영리함으로 상대팀 선수를 묶어 놓는데 큰 능력을 발휘한다. 또한, 공격력도 좋은 편이다. A매치에서는 현재 13골을 득점하고 있을 정도로 수비수인 점을 감안할 때 준수한 득점력을 보여준다.
수비수라는 포지션은 어떤 천재적인 번뜩임 보다도, 수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필드에서 드러난다는 사실을 볼 때 78년생 리 웨이펑의 영입은 만족할만한 영입이다. 마토와 이정수가 빠져나갔던 강력한 수비진을 완전히 메울지는 미지수이지만, 그의 존재가 수원 수비진에 보탬이 되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대비
지난 2005시즌, 부푼 꿈을 안고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았던 수원은 선전에 발목을 잡히며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게 되었다.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잡으려던 차 주전들의 부상이 겹치는 등의 악재가 따르기는 했으나, 그 당시 A3컵을 가져가면서 무시무시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던 수원이 선전에 패해 탈락한 것은 충격이었다. 그 당시 리웨이펑은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결승골을 어시스트해 수원이 눈물을 흘리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올해. 수원은 두 번 실수하지 않을 생각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리 웨이펑의 영입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필연적으로 만나야할 중국팀에 대해 아주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선전 핑안에서 1998년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한 리 웨이펑은 11시즌에 걸친 C-리그의 경험과, 중국 국가대표팀의 경력으로 중국팀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잘 알고 만나는 리그에 비해 대륙컵이 변수가 많이 작용한다는 점을 비춰볼 때, 리 웨이펑의 영입은 수많은 변수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카드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의 교류
마지막으로 리 웨이펑의 영입은 수원이 중국과 교류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차범근 감독이 중국에 있을 때 발탁했었던 리 웨이펑은 9일 중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차범근 감독은 내 축구 인생 첫 번째 감독이다"라며 "감독님은 젖먹이에 불과했던 나를 1군으로 이끌어 주셨다"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리 웨이펑은 차범근 감독을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하며 앞으로 뛰게 될 팀 수원에 대해서도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머물러 봤지만 수원은 외적 관리 측면이나 선수들의 프로정신, 훈련 태도, 경기 자세에 있어서 잉글랜드와 비교해도 결코 차이가 없는 팀이다. 심지어 구단의 시설 면에서도 유럽 명문프로구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런 리 웨이펑의 호의적인 인터뷰와 중국의 축구 열기가 뜨겁다는 점을 생각할 때, 리 웨이펑의 영입은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앞으로도 아시아쿼터제를 이용해서 많은 좋은 인재들의 영입이 이어질 수 있고, 보다 큰 무대에서 뛰고 싶어하는 중국 선수들에게 K-리그는 그들이 '선망하는 무대'로 커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공한증'에 치를 떠는 중국으로써는 한국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한국 무대를 밟고 싶어할 가능성이 있고, 리그 입장에서는 유입되는 선수들을 사용해, 중국의 축구 시장을 유치하면서 더 나은 리그 수익 구조를 창출할 수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사실은 리 웨이펑이 K-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는 사실이다. 북한 국적의 선수로 주목받았던 안영학은 수원에서 아쉬운 활약을 펼쳤었다. 말이 통하더라도 다른 리그에 적응한다는 것은 쉬운 사실이 아니다. 과연 '용병'이지만 피부색은 같은 리 웨이펑, 그러나 말이 다른 중국의 선수가 수원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또한 팬들이 가장 우려하는 다혈질의 성격은 K-리그에서는 어떤 식으로 표현이 될까?
리 웨이펑의 영입은 좋은 현상이다. 얻을 수 있는 이점도 많다. 그러나 그 이점이 얼마나 발휘될 것인가는 피치에서 보여줄 그의 모습이다. 리 웨이펑의 수원 입성, 2009 K-리그를 기대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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