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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스페셜] 결코 외롭지 않은, 축구 종가의 '자존심' 리버풀

기사입력 2009.01.01 20:37 / 기사수정 2009.01.01 20:37

안경남 기자



[엑스포츠뉴스=안경남 기자] 2009년 새해 첫날, 프리미어리그(EPL) 선두를 달리고 있는 클럽은 어디일까? 바로 축구 종가 최다 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는 '붉은 제국' 리버풀이다. 1부 리그 통산 18회 우승기록을 가지고 있는 리버풀은, 리그 우승 뿐 아니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5차례나 정상에 오른 명실상부한 '축구 종가의 자존심'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리버풀은 꽤 오랜 시간 정규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리버풀이 마지막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해가 1990년이니, 정확히 19년 동안 종가의 자존심은 라이벌 클럽들의 우승을 지켜봐야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축구 열기만큼은 그 어느 곳에서도 뒤지지 않는 클럽이 리버풀이다.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이 발표한 '분위기로 본 세계 최고 구장 50선'에서 리버풀의 안방인 안필드(Anfield)가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you'll never walk alone"이라는 그들의 응원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결코 외롭지 않은 리버풀.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집안싸움에서 시작된 리버풀의 탄생


리버풀과 에버턴 간에 치러지는 '머지사이드 더비'는 잉글랜드는 물론 유럽에서도 매우 유명한 지역 더비 중 하나이다. 그 만큼 서로간의 신경전이 대단하며 경기 내용도 꽤 더프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두 팀은 같은 곳에서 시작된 뿌리가 같은 클럽이다.

1878년 도밍고FC란 이름으로 시작한 에버턴은 현재 리버풀의 안방인 안필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안필드를 사용하는데 있어 드는 임대료 문제로 대다수의 에버턴 선수들이 안필드를 떠나게 됐고, 텅 빈 안필드는 당시 구단주였던 존 하울딩에 의해 1892년 리버풀이란 이름을 다시금 태어나게 됐다.

1901년 1부 리그 첫 우승, 성장과 추락을 거듭하다

클럽 출범과 동시에 리버풀은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창단 첫 해 지역 리그 우승을 달성하며 2부 리그에 올랐고, 이듬해에도 정상을 차지하며 두 시즌 만에 1부 리그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이후 1부 리그 적응기를 거친 리버풀은 1896년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톰 왓슨 체제 아래 1901년 사상 첫 1부 리그 우승을 달성하며 ‘명문’ 리버풀의 출발을 알렸다.

1905/06시즌 두 번째 정상을 차지한 리버풀은, 그러나 이후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다. 1922~1923년 연달아 정상에 오르며 회복하는 듯 했으나 1946/47시즌 우승을 하기까지 또 다시 장기간 침묵을 지켰다. 결국 1954년 2부 리그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고, 1964년 재차 정상에 오르기까지 꽤 오랜 시간 부진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리버풀의 위대한 지도자, 빌 샹클리


수렁에 빠진 리버풀을 건져 올린 위대한 영웅이 있었으니, 리버풀 팬들에게는 그 이름도 찬란한 빌 샹클리다. 1959년 12월, 리버풀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팀 전체를 리빌딩 하기 시작했다. '득점머신' 로저 헌트를 비롯해 이안 캘리건, 론 에이츠를 과감히 영입하며 리버풀을 새로운 팀으로 변화시켰다.

그 결과 1962년 2부 리그 우승을 달성하며 1부 리그 복귀에 성공했고 1963/64시즌에는 17년 만에 1부 리그 정상에 등극하며 '붉은 제국'의 복귀를 알렸다. 상승세를 탄 리버풀은 1965년 사상 첫 FA컵 우승과 1967년에는 컵 위너스컵에서 준우승을 달성하는 등 불과 몇 년 전 2부 리그 팀이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였다.

'우승 제조기' 밥 페이슬리, 리버풀의 최전성기를 이끌다.

리버풀을 되살린 샹클리 감독은 이후 1973년 '더블'(리그, UEFA컵)과 1974년 FA컵 우승을 마지막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위대한 영웅이 떠났지만 리버풀에게는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운 영웅이 등장했다. 바로 리버풀의 '우승 제조기' 밥 페이슬리 감독이다. 1974년 첫 부임한 그는 리버풀에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선사하며 최전성기를 진두지휘했다.

1975/76시즌 또 다시 더블(리그, UEFA컵)을 달성하며 화려한 출발을 알린 페이슬리 감독은 이듬해 보다 업그레이드 된 더블(리그, 챔피언스리그)를 이룩하며 리버풀을 유럽 최정상에 등극시켰다. 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맛 본 리버풀의 질주는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았다. 곧바로 다음해인 1978년 연이어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붉은 제국'의 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외려 현재 클럽의 레전트라 불리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대거 등장하며 안 그래도 막강한 전력에 더욱 힘을 보탰다. ‘리버풀의 왕’이라 불렸던 케니 달글리쉬, 그램 소니스, 앤런 한센을 비롯해 리버풀 역대 최다골(346골)의 주인공인 이안 러쉬까지, 리버풀은 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1981년 자신의 3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페이슬리 감독은 1983년 ‘더블’ (리그, 리그컵)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챔피언스리그 3회 우승은 페이슬리 감독이 유일하다.) 우승 제조기 페이슬리의 퇴장은 리버풀에게 큰 손실이었지만, 리버풀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큰 시련은 찾아왔다.

헤이젤-힐스브러 참사, 리버풀에 내려진 저주

페이슬리가 떠났지만 리버풀의 막강한 저력은 그대로였다. 리버풀의 새 선장 조 파건 감독은 1983/84시즌 잉글랜드 클럽 최초로 트레블(리그, 리그컵, 챔피언스리그)을 차지하며 ‘붉은 제국’의 전성기를 계속해서 이어갔다. 그러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미 유럽 내에서 상대가 없었던 리버풀은 이듬해인 1985년에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올랐다. 당시 벨기에 헤이셀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리버풀 간의 맞대결에서, 난동을 부린 리버풀 서포터즈에 의해 경기장이 무너지며 39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헤이셀 참사'라 불리는 당시 사건으로 인해 잉글랜드 클럽은 향후 5년간 유럽 클럽대항전 출전을 금지 당했고 당사자인 리버풀은 8년간 유럽 무대에 얼굴을 내비칠 수 없게 되었다.

큰 사고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리버풀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리버풀은 당시 선수로 뛰고 있던 달글리쉬를 선수 겸 감독으로 임명했는데, 1986년 리그와 FA컵 우승이라는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며 잉글랜드 최강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러나 3년 뒤 또 한 번의 대참사가 발생하며 리버풀의 발목을 다시 붙잡았다.

1989년 FA컵 준결승이 열린 힐스브러 스타디움에서 무려 9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참사가 일어난 것. 당시 노팅엄 포레스트와의 대결을 보기 위해 수많은 리버풀 팬들이 힐스브러를 방문했고, 이로 인해 경기장이 무너지고 만 것이었다. 너무 많은 축구팬들이 세상을 떠난 것일까. 리버풀은 힐스브러 참사가 일어난 이듬해 정규리그 우승을 끝으로 19년째 리그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더딘 걸음 그리고 이스탄불의 기적


찬란했던 1980년대를 생각한다면 1990년대 리버풀은 너무도 조용했다. 정규리그는 프리미어리그(EPL)로 개편을 하는 등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으나 리버풀은 점차 퇴보하는 모습이었다. 더욱이 '붉은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독주는 리버풀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물론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FA컵, 리그컵, 컵 위너스컵 등 간간히 우승 트로피를 팬들에게 선사하며 ‘명문 클럽’으로서의 행보는 이어갔기 때문이다. 스타 플레이어도 속속들이 등장했다. 스티브 맥마나만, 제이미 래드냅, 로비 파울러 등 리버풀의 90년대를 대표했다면, 마이클 오웬, 제이미 캐러거, 스티븐 제라드는 리버풀의 '밀레니엄 시대'를 이끌었다.

10년 가까이 침체기를 보낸 리버풀은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와 함께 살아나기 시작했다. 2000/01시즌 트레블(UEFA컵, FA컵, 리그컵)을 달성한 것. 상승세는 이듬해 정규리그 2위로 이어졌고, 2004년 스페인에서 건너 온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 체제 아래 2004/05시즌 AC밀란과 치른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이스탄불의 기적(0-3으로 뒤고 있다가 승부차기 끝에 역전승을 거둠)을 일구며 과거의 명성을 조금씩 되찾아갔다.

기축년 새해 리버풀은 20라운드가 진행된 현재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날 등 라이벌 클럽을 제치고 리그 선두에 올라있다. 19년 만에 정규리그 정상 등극에 가까워진 것이다. 뜨거운 열정을 가진 팬들과 함께 결코 외롭지 않은 길을 걸어 온 '붉은 제국' 리버풀이 정규리그 무관의 한(恨)을 풀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리버풀 구단 우승기록

- 잉글랜드 1부 리그 우승(18회)
: 1900/01, 1905/06, 1921/22, 1922/23, 1946/47, 1963/64, 1965/66, 1972/73, 1975/76, 1976/77, 1978/79, 1979/80, 1981/82, 1982/83, 1983/84, 1985/86, 1987/88, 1989/90

- 잉글랜드 FA컵 우승(7회) : 1965, 1974, 1986, 1989, 1992, 2001, 2006

- 커뮤니티실드 우승(15회) : 1964(공동), 1965(공동), 1966, 1974, 1976, 1977(공동), 1979, 1980, 1982, 1986(공동), 1988, 1989, 1990(공동), 2001, 2006

-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5회) : 1977, 1978, 1981, 1984, 2005

- UEFA컵 우승(3회) : 1973, 1976, 2001

- UEFA 수퍼컵(3회) : 1977, 2001, 2005

[사진=ⓒ리버풀 구단 공식 홈페이지]



안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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