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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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지 키워드로 본 2008 한국축구

기사입력 2008.12.29 18:05 / 기사수정 2008.12.29 18:05

이천우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천우 기자] 다사다난했던 2008년이 이제 3일 남았다. 한국축구의 2008년도 이제 저물어가고 있다. 이쯤 되면 정리하는 마음으로 올 한해 벌어졌던 일들을 총 결산할 필요가 있다. 본 기자는 10가지 키워드로는 쉽진 않겠지만 2008년 한국축구를 결산해보려 한다. (번호는 순위와 상관없음을 알려드린다.)



1. ‘박니’와 ‘루카성훈’의 갱생

사람 일은 그 아무도 모른다.

그 누가 알았을까? 박성호(대전 시티즌)와 정성훈(부산아이파크)가 이렇게 개과천선할지를. 두 선수는 전 소속팀인 부산과 대전에서 뛸 당시 ‘골 DNA’가없는 골게터로 명성을 떨쳤다. 골대 앞에서 발 저림은 박성호를 별명 박니를 허울로 치부하게 하였고 정성훈을 ‘1골당 1억’의 사나이로 치부했다.

그런데 박성호와 정성훈의 처지는 서로 소속팀을 맞바꾼 순간부터 달라졌다. 박성호는 김은중 이후 오랫동안 침묵했던 토종 해결사로 떠올랐고 정성훈 역시 ‘황새’ 황선홍 감독의 과외수업을 받아 국가대표급으로 성장했다.

박성호는 올 시즌에 앞서 10골을 목표로 삼았지만 도달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31경기 7골 4도움. 팀 내 최다득점이자, 최다 공격 포인트로 공격의 기둥에 우뚝 섰다. 대전 팬들의 걱정을 말끔히 벗어던지는 ‘만점’ 활약으로 2009년의 활약이 더욱더 기대되고 있다.

정성훈은 박성호보다 더 비상했다. 육체적으로 더욱 강해졌고 발 기술 또한, 예리해졌다. 그동안 부진했던 골 결정력도 끌어올렸고 공격진에서 그가 내뿜는 위협도 대단하다. 특히나 허정무 호에도 발탁되며 A매치에 4경기 출장했다. 리그에서 주변에 머물던 선수가 1년 만에 국가대표의 중심 선수로 성장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둘의 트레이드는 윈-윈이었고 2009년에 어쩌면 K-리그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던 공격수 둘이 태극 마크를 달고 공격을 책임질지도 모른다.



2. 내셔널리그 울산 현대미포조선 2연속 우승

K-리그의 하부리그 내셔널리그 2008년의 주인공은 울산 현대미포조선(이하 울산)이었다. 울산은 시즌 내내 안정된 전력을 바탕으로 순항했다. 최순호 감독의 지도력이 뒷받침되어 챔피언결정전에서 ‘난적’ 수원시청을 제압하고 울산은 우승의 기쁨을 맛보았다.

비록 준우승팀 수원시청은 첫 리그 제패가 좌절되었지만 덕장 김창겸 감독의 축구철학이 꽃피며 진짜 재밌는 경기를 선보였다.

3. 2009 WK-리그 출범

2008년 11월 27일 한국 여자축구연맹 이의수 회장은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에서 ‘WK-리그’의 역사적인 출범을 알렸다.

그동안 남자축구의 많은 관심과는 비교해 여자축구는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Beautiful football'이라는 모토 아래 2009년엔 여자축구도 관심을 받을 언덕이 생겼다. 예쁘장한 여자축구선수들이 선보이는 터프한 축구경기를 보고 싶은 축구팬들은 4월부터 매월 월요일 7시 펼쳐지는 WK-리그의 경기장으로 가보자.

역사적인 여자축구의 새 시대, WK-리그의 출범 소식은 빼놓을 수 없는 ‘꺼리’다.

4. 승부조작 파문

2008년엔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가을, K3리그와 내셔널리그의 승부조작이 일어났던 것으로 알려져 팬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중국에서 벌어지는 ‘스코어 내기’에서 한국의 브로커가 축구선수들에게 접근해 돈을 주고 패배를 종용했던 것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K3리그와 내셔널리그는 물론 K-리그까지 조사를 받았지만 K-리그는 승부조작의 검은 그늘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결국, K3리그와 내셔널리그에서 승부조작에 관련한 관계자들과 선수들을 모조리 구속되었다. 또 대한축구협회도 승부조작에 관여한 선수들과 관계자들을 영구 제명했고 '교육 강화', '자체 감시 및 사법 당국과의 협조', '공지활동 강화'라는 3가지 방안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5. 이천수와 고종수의 추락

정성훈과 박성호가 2008년 떠올랐다면 이천수와 고종수는 떨어졌다.

이천수는 2007년 8월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 진출했지만 1년 만에 K-리그 수원으로 복귀했고 4경기 1골이라는 부진한 성적을 냈다. 또 그는 훈련 태도 태만과 코칭스태프와의 불화로 현재 수원에서 임의 탈퇴돼 퇴출 위기에 몰렸다.

한때 한국 최고의 선수였지만 불운과 불화로 인해 현재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또 야심 차게 부활을 시도했던 고종수도 다시 내려앉았다. 2008시즌 초 연봉문제로 팀과 갈등을 겪었던 고종수는 시즌 막판 고질적인 무릎부상을 당한 것은 악재였다. 부상 치료에 관해 구단과 고종수는 또 마찰을 겪으며 재계약 여부가 확실치 않다.

한국축구의 ‘메시아’였던 이천수와 고종수. 연이은 악재를 극복하고 2009년에 다시금 별로 떠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6. K-리그 수원 우승

K-리그의 마지막을 우승으로 수놓았던 수원.

차범근 감독은 ‘엘리트주의’에 탈피해 2군 선수들을 파격적으로 기용하는 ‘모험적 리더쉽’을 추구하며 많은 깨달음과 함께 우승을 부산물로 얻었다. 선수들에게 그동안 어려웠던 차 감독에서 ‘가까운 당신’이 된 차 감독은 첫 직선제 주장 송종국으로 하여금 선수단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수용했다. 또한, 전술적인 유연성도 빛을 발했다.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플랫3로 심하게 당했던 것을 거울로 삼아 2차전에서 플랫4를 내세우며 우승의 주춧돌을 쌓았다.

최성현, 홍순학, 배기종, 최성환 등은 차범근 감독의 모험 기용을 활약이라는 은혜로 되갚았고 그랑블루의 최고의 응원, 모기업의 탄탄한 지원 속에 차범근 감독은 2004년 우승 이후 두 번째 별을 수원에 안겼다.

7. 공부하는 축구선수 육성과 U 리그

그동안 유럽 혹은 일본의 이상으로만 느껴졌던 공부하는 축구선수의 양성이 한국에서도 이뤄진다.

초중고 전국대회를 폐지하고 주말 지역 리그제를 실시하는 것이 골자다. 축구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해 축구 바라기가 아닌 학업에도 충실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한축구협회는 교육인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의 긴밀한 협조가 이뤄진다고 한다.

그러나 초중고 현장의 감독들과 학부모들의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감독들과 학부모들은 ‘현장의 의견을 무시한 탁상공론 행정이다.’라며 지역 리그제에 반대하고 있다.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축구협회와 학부모, 감독들이 머리를 맞대어 ‘솔로몬의 지혜’로 한국에서도 ‘공부 전국 1등 축구부 000’ 를 보았으면 한다.

한편, 올해 처음 시범 운영된 대학 축구리그는 성공적으로 운영되었다. 정식명칭으로 ‘U-리그’는 수도권의 10개 대학이 참가해 5월부터 10월까지 치러졌다. U-리그 초대 챔피언으론 경희대가 올랐다. 비록 지방의 대학들이 참가하진 않아 ‘수도권 리그’라는 비아냥도 들었지만 대회 운영은 비교적 성공이라는 중평이다.

8. 일본발 엔화 침투

중국돈이 하부리그를 괴롭혔다면 일본돈이 K-리그를 괴롭히고 있다.

유례없는 경기 침체에 K-리그의 재능이 일본으로 유출될 위기에 처했다. 아시아 쿼터제와 더불어 엔고현상으로 J-리그 팀들이 한국의 유능한 선수들을 스카우트하는 데에 전쟁 통이다.

연일 한국선수들의 J-리그 행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고 K-리그 구단들은 선수들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K-리그 선수들은 안정된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것과 거액의 돈이 유혹하는 J-리그의 구애를 쉽게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의 해외진출은 반겨줄 만 하지만, 무차별적으로 유출되는 유망주들의 해외진출은 그리 좋은 모습만은 아니다. J-리그에 진출하기 전 한국축구를 이끌어갈 유능한 선수들이 한번쯤 더 고심하길 바란다.



9. 롤러코스터보다 더 흥미진진했던 허정무 호

축구국가대표 허정무 감독은 올 한해 가장 수고했다.

출범 때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던 허 감독은 무색무취의 전술과 색깔, 무득점 행진으로 언론과 축구팬들에게 뭇매를 맞아야 했다. 특히 지난 월드컵 최종예선 사우디 전까지 불안정한 경기력으로 7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의문부호를 달게 했다.

그러나 박지성의 주장 선임과 ‘쌍룡’ 이청용-기성용을 비롯한 K-리거들의 활약으로 19년 동안 이기지 못했던 사우디에 승리를 거두며 그동안의 비판을 씻어내었다.

허 감독은 K-리그 경기가 있을 때마다 계속 나타나 선수관찰을 했고 K-리그에서 맹활약한 정성훈과 송정현, 최효진, 하대성을 국가대표팀에 합류시켰다. 이들의 합류는 국가대표의 인재창고를 넓히는 데에 한 몫 했고 내년 1월 제주 동계 전훈 멤버에도 김동찬이라는 새 얼굴이 발탁되어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10. 제주에서 개최된 FA컵

2008 한국축구계 마지막 이벤트인 FA컵이 따뜻한 남쪽 제주도에서 치러졌다.

올림픽 예선 일정으로 한없이 미뤄진 FA컵은 결국 추운 날씨 때문에 제주도에서 치러졌다. 텅 빈 관중석에 언론사 기자들로 가득 찬 제주 종합운동장에서 2008 FA컵의 승자는 포항 스틸러스가 되었다.

파리아스의 매직이 아닌 실력으로 경남FC를 2:0으로 꺾고 작년 준우승에 머문 아픔이 우승으로 보답한 것이다. 포항과 경남의 경기력은 유럽 못지 않았지만 우승의 열기를 지펴줄 관중이 부족했다.

‘정통성’과 ‘흥행’ 모두 놓친 2008 FA컵. 올해의 시행착오를 교훈으로 삼아 지금부터라도 한국축구 최고의 이벤트 FA컵의 역사를 켜켜이 쌓아가길 기대해본다.

[사진=(C) 엑스포츠뉴스 김금석, 김혜미, 엑스포츠뉴스DB]



이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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