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멀리서부터 긍정의 기운이 가득 느껴졌던 만남이었다. '공모자들'(2012)과 '기술자들'(2014)에 이어 세 번째 연출작 '반드시 잡는다'로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친 김홍선 감독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29일 개봉한 '반드시 잡는다'는 30년 전 미제사건과 동일한 수법의 살인이 또다시 시작되자, 동네를 잘 아는 터줏대감과 사건을 잘 아는 전직 형사가 촉과 감으로 범인을 쫓는 미제사건 추적 스릴러다.
제피가루 작가의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를 원작으로, 각색 작업을 거쳐 '아리동'이라는 가제로 지난 해 10월 24일 촬영을 시작해 올해 1월 20일 크랭크업 후 11월 29일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백윤식과 성동일이 투톱으로 나서 아리동에 한 평생 살아온 터줏대감 심덕수, 30년 전 미제사건의 범인을 쫓는 전직 형사 박평달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고, 천호진과 배종옥, 김혜인, 조달환 등이 함께 해 영화의 완성에 힘을 보탰다.
'반드시 잡는다'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김홍선 감독을 마주했다. 김홍선 감독은 "일반 관객들의 반응을 블라인드 시사회를 통해 봤는데,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서 다행으로 생각해요"라면서 본 개봉 후 이어질 작품에 대한 관심에도 기대를 내비쳤다.
상업영화 데뷔작 '공모자들'을 통해 선 굵은 연출 감각을 뽐내며 그 해 열린 제33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감독상을 거머쥔 김홍선 감독은 이후에도 '기술자들'과 '반드시 잡는다'까지 꾸준히 새 작품을 내놓으며 관객과 소통해 왔다.
'ㅇㅇ자들'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연이어 내놓은 것을 빗대 "이번 작품도 'ㅇㅇ자들'이라는 제목이 될 줄 알았다"고 농담을 던지자 김홍선 감독은 호탕하게 웃어 보이며 "제목도 여러 가지 후보가 있었어요. 제작사와 마케팅팀, 배급사, 저 이렇게 같이 논의를 했었죠. '아리동'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촬영을 진행했었고, 제목을 좀 더 고민해봤으면 좋겠다고 해서 의견을 나누던 중 '반드시 잡는다'라는 제목이 후보 중에 가장 좋아서 택하게 됐어요. 제작사 AD406이 만든 영화 '끝까지 간다'와 비슷한 좋은 느낌이기도 했고요"라고 답했다.
김홍선 감독은 '반드시 잡는다' 제목이 정해지기까지 과정을 설명하며 가제였던 '아리동'이 적힌 대본을 함께 보여줬다. 그림 콘티 역시 존재하고 사용할 수 있지만, 이전 작품을 할 때부터 A4 용지로 모아놓은 대본을 항상 지니고 다니며 촬영을 진행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자신의 분신 같은 이 존재를 지난 '기술자들' 당시에는 중간에 잊어버려 마음이 아팠다는 과거 에피소드도 곁들였다. 또 당시 대본에 적혀 있지 않았던 장면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추가해 찍었다는 이야기도 더하며 영화 설명을 이어갔다.
웹툰을 각색하는 과정부터 신중함을 기했다. 김홍선 감독은 "웹툰은 만화적 상상력과 캐릭터들이 조금 더 많죠. 에피소드도 많기 때문에 분량이 길고요. 그래서 그 분량을 조절해야 했고, 웹툰 자체도 정말 재미있지만 영화로 만들기에는 약간 다른 측면이 있어서 바꿔야 할 부분이 필요했어요. 사회적인 이야기가 좀 더 진하지는 않지만,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그런 부분에 좀 더 중점을 뒀죠"라고 말했다.
백윤식, 성동일을 비롯해 천호진, 배종옥 등 선배 배우들과의 작업 역시 한없이 즐거운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선배님들을 모시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었다면서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다시 한 번 내비친다. '반드시 잡는다'를 통해 배우는 새로운 연기를 선보일 수 있고, 또 감독에게는 배우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도전의 기회가 주어진 것에 김홍선 감독은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며 느끼는 쾌감과 희열이 있었죠"라고 다시 한 번 웃었다.
"백윤식, 성동일 선배님이 조화된 느낌을 밀고 나가야 톤과 매너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고, 천호진 선배님과 배종옥 선배님도 그 역할을 너무나 잘 해주셨어요. 천호진 선배님만 봐도, 정말 열심히 공부하시고 준비를 해오셨거든요. 감독 입장에서는 정말 최고죠. 배종옥 선배님은 저희 촬영을 하고 몇 개월 후에 후시녹음을 할 일이 있었는데, 진짜 그 감정이 그대로시더라고요. 감탄이 정말 저절로 나왔어요. 조달환 씨도 '공모자들'부터 세 작품 계속 같이 하고 있는데, 정말 변함이 없는 친구죠."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 영화진흥위원회에 심의를 넣기까지, 수위 조절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위험할 수 있는 장면에서는 안전 문제에 대한 고려를 최우선으로 했다. "안전을 최고로 생각하는, 안전지상주의 감독이다"라고 너스레를 떨던 김홍선 감독은 "지금까지 현장에서 사고가 난 적은 없지만, 사고가 나면 현장의 분위기부터 해서 영화 자체가 힘들어지거든요. 항상 배우들에게도 '위험할 것 같으면 참지 말고 NG 내라'고 얘기해요. 다시 하면 되니까요. 그만큼 안전은 중요한 문제고, '반드시 잡는다'에서도 더 신경을 썼어요"라고 설명했다.
'반드시 잡는다'와 함께 했던 시간을 떠올린 김홍선 감독은 "모든 게 순조로웠어요"라면서 작품을 함께 했던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다시 한 번 전하면서 "'공모자들'과 '기술자들'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각색, 배우 분들 캐스팅부터 투자까지 바로 결정이 됐고요. 한 작품이 나올 때까지 그 과정이 정말 힘든데, 제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도와줘서 복을 받은 것 같아요. 그것 자체가 행운이고, 제가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라고 시원하게 웃었다.
'영화가 살아야 배우가 산다'는 것이 김홍선 감독의 생각이다. 매 작품 관객과의 소통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것도 이 이유 때문이다.
"영화가 잘 돼야 배우들이 보이는 것이죠. 배우가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사람들이 영화를 안보면 그 배우가 나오는지도 모르잖아요. 좋은 영화를 만들고 그 안에서 배우들이 돋보이게끔 만들어야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과 소통을 많이 해야 좋은 것이기 때문에, 영화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많이 고민을 하죠."
평소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성격이라는 김홍선 감독은 "평소에도 먹고 싶은 것을 참는 것 말고는 다 잘 참는 편이에요"라고 또 한 번 크게 웃으며 치열한 영화 현장에서 감독이라는 이름으로 받을 수 있는 수많은 무게와 짐 역시도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매 순간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을 함께 전했다.
"스스로 즐길 수 있는 마음이 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기자간담회 때도, 저는 힘든 것이 하나도 없었다고 했는데 그게 진짜였거든요.(웃음) 그런 면에서는 눈치가 없어서 그러는 것 같기도 한데, 어떻게 보면 이런 것에 대해 무던한 성격이 영화 일을 하면서도 크게 스트레스 없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까지도 자신이 운이 좋았다고 말한 김홍선 감독은 "이번 영화가 전라남·북도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진행됐거든요. 힘들었을 텐데 추운 겨울을 참아준 배우 분들과 스태프 분들에게 고맙죠. 또 이 작품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충분히 지원해 준 차지현(AD406) 대표에게 정말 감사하고요. 작품을 결정하고 과감히 투자해 준 NEW도 저를 많이 믿어줘서 진짜 고마워요. 감독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면서 색깔까지 낼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게 쉽지 않은데 이번에도 잘 지원해주시고 믿어주신 것, 직·간접적으로 저희 영화에 연관돼 있는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해요"라고 계속해서 인사를 전했다.
이제는 스크린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또 그 관객들과 소통하는 일들만이 남았다. 김홍선 감독은 "저는 영화 개봉하는 것은 항상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영화를 만드는 것도 목숨 걸고 해야 한다고 믿고요. 목숨 걸고 해야 다음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영화가 이렇게 개봉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떨리고 기분 좋은 일이죠. 너무나 기분 좋고 행복합니다"라고 '반드시 잡는다'를 향한 애정과 앞으로도 이어질 변함없는 열정을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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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