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1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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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김연아와 마오, 실전에서 누가 더 강한가?

기사입력 2008.12.02 17:37 / 기사수정 2008.12.02 17:3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쇼트프로그램 2분 40초, 그리고 프리스케이팅 4분을 위해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빙판 위에 몸을 내던집니다. 연습 때는 90%에 가까운 점프 성공률을 기록했지만 실전에 들어서면 50%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수많은 시간동안 다져온 실력을 실전경기에 쏟아 부으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실전에서 실수를 줄이고 연습을 통해 얻은 기량을 온전하게 발휘하려면 정신적인 비중이 매우 큽니다. 짧은 순간에 최상의 기량을 발휘해야하는 채점 경기는 모두 ‘마인드 컨트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세계정상급의 선수가 되려면 뛰어난 점프 기술과 표현력, 그리고 스케이팅 기술과 체력 등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을 갖췄어도 정신력이 강하지 못해 좌절한 선수들도 적지 않습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18, 군포 수리고)를 직접적으로 대면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너무나 대범하다'라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피겨 선수들의 직접적인 경험담을 들어보면 경기를 앞두고 대기하는 시간은 1분이 한 시간처럼 길다고 밝힌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짧은 실전경기에서 최상의 연기를 발휘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실전에서도 성공률이 높은 점프를 익히려면 몸에 완전히 배일 정도로 익혀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긴장감이 흐르는 실전 경기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선수들은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짜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연아의 경우, 이번 시즌에 출전한 두 번의 그랑프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해왔기 때문입니다.

반면, 아사다 마오는 이번 시즌에 들어오면서 변화를 추구했습니다. 우선적으로 문제가 지적된 점프를 교정하려 했지만 ‘플러츠’(러츠지만 플립에 가까운 잘못된 점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트리플 악셀은 점프 회전수의 부족과 투풋 착지 등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됐던 트리플 러츠를 빼고 트리플 플립과 살코, 토룹 등을 배치한 것은 고득점을 노리기 위한 아사다의 전담코치인 타티아나 타라소바의 전략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많은 점수를 받기 위한 타라소바의 전략이 들어가 있지만 문제는 아사다 마오가 이 프로그램에 적응한 시기가 짧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라 해도 새로운 구성의 프로그램과 교정된 점프를 실전에서 제대로 발휘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김연아가 이번 시즌에 들어서면서 프로그램을 많이 바꾸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기존에 하던 연기를 충실하게 하기만 해도 최고의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이유는 실전 경기에서 실수를 최대로 줄이기 위한 전략도 있었습니다.

연습 때, 최상의 연기를 펼쳤다하더라도 실전에 들어서면 잘못된 버릇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기량의 좋고 그름을 떠나 모든 피겨 선수들은 공통적으로 어릴 적부터 옳지 못한 방법으로 배운 버릇은 실전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지독한 연습 벌레인 아사다 마오의 노력과 치밀하고 강도 높은 훈련 방식으로 유명한 타라소바 콤비는 비시즌동안 마오의 잘못된 점프를 고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확실하게 고친 것으로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된 트리플 러츠는 그대로였으며 나머지 점프들도 의문점들이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제아무리 연습 시에 수정됐다는 점프라 할지라고 극도의 긴장감이 흐르는 실전 경기에 나서면 자신도 모르게 잘못된 버릇이 그대로 나오게 됩니다. 아사다가 연습 시에 정말로 점프들을 고쳤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적어도 실전 경기를 통해서 나타난 모습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실전에서 강한 것은 심리적인 강함에서도 나옵니다. 그러나 선수들이 무의식중에도 능숙하게 할 수 있는지의 프로그램인가의 여부에 따라서도 명암이 엇갈리게 됩니다. 김연아는 그랑프리 1차 대회인 'Skate America'와 3차 대회인 'Cup of China'에서 큰 기복 없이 고른 연기를 펼쳤습니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플립에 대한 '롱엣지' 판정여부가 미심쩍게 나타난 상황에서 그랑프리 파이널을 앞두고 있습니다.

반면, 아사다 마오는 그랑프리 첫 출전인 4차 프랑스 대회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에 적응하지 못한 채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홈인 일본에서 열렸던 그랑프리 6차 'NHK Trophy'에서는 프랑스 대회에 비해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면서 191.13의 점수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프로그램의 익숙함만 놓고 본다면 김연아가 아사다에 비해 실전에서 실수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아무리 아사다가 트리플 악셀을 두 번 구사해도 부당한 롱엣지 판정을 받고선 상당수의 점수를 잃은 ‘Cup of China'에서 기록한 김연아의 191.75의 점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볼 때, 이제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에게 도전하는 위치로 바뀐 것이 여실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아사다 마오가 프랑스 대회에서 자신감을 잃었지만 자국 대회인 'NHK Trophy'에서 점프 몇 가지를 인정받으며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입니다. 반면, 김연아는 200점 고지를 점령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 ’롱엣지‘ 판정을 받은 상황입니다.

아사다 마오는 기자회견을 통해 김연아와의 대결을 직접적으로 언급했지만 김연아는 이 부분을 항상 우회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상대와의 대결도 중요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늘 그래왔듯이 김연아의 최대 적수는 아사다 마오나 조애니 로셰트(22, 캐나다)가 아닌, 바로 '김연아'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경기를 통해 가장 기복이 없고 실전에서 강한 선수는 단연 김연아였습니다. 항상 발목을 잡았던 부상의 악몽도 없는 상태입니다. 스스로를 잘 조절하면서 실수가 없는 경기를 펼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피겨스케이팅은 점수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실수를 누가 더 줄이느냐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는 종목입니다. 진정으로 실전에서 강한 선수가 최후에 웃는 것이 피겨스케이팅인 것을 생각할 때, 경기 당일 자기 자신을 다스리고 최상의 플레이를 펼쳐낼 선수가 그 무대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사진 = 김연아 (C) 김성배 프리랜서, 아사다 마오 (C) 남궁경상 기자, 김연아 삽화 = 배은미 프리랜서]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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