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1.05 11:28 / 기사수정 2008.11.05 11:28
지난 2007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SK 유니폼을 입은 김광현은 데뷔 첫 해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무적으로 군림했던 아마야구 시절과는 다른 차원의 야구에 적응해야 했고, 그만큼 체감하는 시련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3승 7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나선 2007 한국시리즈. 온 국민이 지켜보는 꿈의 무대에서 김광현은 드디어 그가 가지고 있던 잠재력을 터뜨렸다.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22승 투수' 리오스(전 두산)와 선발 맞대결을 벌이며 7.1이닝 1피안타 무실점 9삼진의 엄청난 호투로 한국시리즈 승운의 물줄기를 SK 쪽으로 가져온 것이다. 김광현이 기록한 9개의 삼진은 한국시리즈 신인 최다 탈삼진 기록이기도 했다. 이후 SK는 김광현 호투의 기를 받아 4연승으로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프로야구 우승팀이 출전해 일본, 대만, 중국팀과 일정을 벌여 아시아 최강팀을 가리는 2007 코나미 컵 아시아시리즈에서도 김광현의 위력은 계속됐다. 김광현은 일본시리즈 우승팀인 주니치 드래곤즈를 맞아 선발 등판해 6.2 이닝 동안 1점만 내주며 한국 프로팀으로는 최초로 일본 프로팀을 상대로 승리 투수가 되는 기염을 토했다. 상대팀인 주니치의 오치아이 히로미츠 감독조차 "19살의 나이지만 아주 훌륭한 피칭을 선보였다."라며 김광현을 극찬했다.
두 번의 큰 대회에서 승리투수가 된 자신감 때문이었을까. 김광현은 2008프로야구 정규시즌에서는 더 큰 위력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시즌 개막 후 첫 경기에서는 아쉽게 패했지만, 이후 곧바로 6연승을 거두며 투수부문 각종 순위권에서 1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6월 7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손민한을 상대로 데뷔 첫 완봉승(2-0)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첫 완봉승으로, 풍부한 투수자원을 바탕으로 적절한 투수교체를 하는 팀 마운드 운영을 감안할 때 그만큼 완벽한 피칭을 선보인 것이다.
이후 6월 22일 문학 삼성전을 승리(9-3)로 이끌면서 가장 먼저 10승 고지 점령에 성공한 김광현은 6월 29일 허리 통증으로 잠시 2군으로 강등되는 고비를 맞았다. 하지만, 성실한 재활훈련을 소화한 김광현은 10일이 지난 7월 9일 문학 삼성전 마운드에 다시 올라 7이닝 동안 안타 3개만을 내주며 무실점 호투, 시즌 11승을 거두는 패기를 선보였다.
이후 올림픽 브레이크까지 김광현이 거둔 전반기 성적은 11승 4패 평균 자책점 2.94. 지닌 시즌과 비교하면 괄목상대할 만한 성적이었다.
전반기를 마치고 출전한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더욱 펄펄 날았다. 김광현은 한국야구의 숙적인 일본전에 두 차례 선발투수로 출전하며 '새로운 일본킬러'로 자리 잡았다. 김광현은 일본과의 예선전에서 5.1이닝 동안 3피안타 1실점하며 팀 승리에 주춧돌을 놓았다. 결승 진출이 걸린 준결승전에서는 8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금메달을 향한 길을 환히 비추는 눈부신 피칭을 했다. 베이징올림픽 최종 성적은 1승 14.1이닝 3실점, 평균 자책점 1.88. 그야말로 특급 활약이었다.
베이징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온 김광현은 세계무대에서도 통한다는 자신감을 덤으로 얻어왔다. 그 결과 올림픽 이후 재개된 후반기 시즌에서 김광현은 7경기에 등판해 5승 무패 평균 자책점 1.11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특히 시즌 막바지에는 다승왕을 확정하고 탈삼진과 평균자책점 1위에 함께 도전하며 트리플 크라운 달성을 눈앞에 두는 등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이슈 메이커로 자리 잡기도 했다. 김광현은 아쉽게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놓치며 트리플 크라운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다승 1위(16승), 탈삼진 1위(150개), 평균자책점 2위(2.39), 승률 2위(0.800)를 기록하며 투수부문 주요 순위에서 최고의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맞이한 대망의 2008 한국시리즈. 김광현은 1차전에 등판해 5.2이닝 동안 3실점(2자책점) 했지만 경기 감각을 찾지 못한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패전투수의 아픔을 맛봤다. 지난해의 김광현이 이 성적을 거뒀다면 '호투'라는 평가를 받았겠지만 올해 김광현이 보여준 실력이 너무나 빼어났기에 '5.2이닝 2자책점'이라는 결과는 많은 야구 관계자와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김광현 본인도 성에 차지 않은 피칭을 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그런지 SK가 3승 1패로 앞선 한국시리즈 5차전에 선발 등판하는 김광현의 눈매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매서웠다. 올 시즌 김광현은 팀의 중요한 경기마다 승리투수가 되는 인연을 만들어 왔다. 김성근 감독의 프로통사 1천 승 경기(9.5 문학 히어로즈전)와 SK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하는 경기(9.21 문학 KIA전) 등 2경기에 모두 등판해 승리 투수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 시리즈 우승도 김광현의 손으로 만들어 낼 것'이라는 주위의 예상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주위의 수많은 기대가 부담스러웠을 텐데도 김광현은 씩씩했다. 5차전 경기 초반은 1차전과 흡사했다. 1회 1사 3루와 2회 무사 1,2루 등 연속으로 실점 위기를 맞은 김광현은 두산의 강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이후 마운드 위에서 특유의 미소를 되찾은 김광현은 6.1이닝을 4피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올 시즌 팀의 세 번째 역사적인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시리즈 5차전 MVP는 덤이었다. 비록 자신이 염원했던 한국시리즈 3승 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1승에 평균 자책점 1.50의 빼어난 피칭으로 SK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우승 뒤 김광현은 그라운드에서 팬과 함께 환호하며 우승 세리머니로 원더걸스의 '노바디' 댄스를 선보여 팬의 환호를 받았는데, 이 장면은 동영상으로 촬영되어 모 포털 사이트에서 '김광현 노바디'가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데뷔 초 팬의 많은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던 19세의 청년이 이제 대한민국 국민의 관심 1호 대상이 되고, 또 그 관심을 팬에 대한 사랑으로 되돌려 주고 있다.
김광현의 또 다른 도전은 1주일 뒤 다시 시작된다. 2008 아시아시리즈에서 지난해 일본팀에 우승을 넘겨 준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투수로서 트리플 크라운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2008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 그리고 아시아 시리즈 우승이라는 또 다른 트리플 크라운 달성이 김광현의 어깨에 달려있다. 이미 김광현은 개인 미니홈피 제목을 '도쿄테러'로 설정해 놓은 상태다. '신 일본 킬러' 김광현이 일본 야구의 심장부인 도쿄돔에서 일본팀을 상대로 다시 한 번 승리투수가 되는 것, 당당한 2008년 MVP 후보 김광현이 남겨놓은 올해의 마지막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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