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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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클 두산! 명승부 45선] ②

기사입력 2005.02.01 02:41 / 기사수정 2005.02.01 02:41

윤욱재 기자






2000




8. ‘싸움닭’ 부활하다!



조계현의 부활은 곧 재활용명가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삼성에서 방출 통보를 받고 갈 길을 헤매다 김인식 감독 품으로 돌아간 조계현. 해태시절 투수코치였던 김인식 감독과 함께 한 스프링캠프에서 조계현은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위에선 주요 전력으로 분류하지 않을 정도로 조계현의 부활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런데 주요 전력이자 개막전 선발후보였던 박명환과 이경필 등 모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김인식 감독은 고심 끝에 조계현을 낙점했다. 게다가 상대는 해태. 하와이 항명사건으로 보복형 트레이드를 당했던 시련을 복수할 기회가 온 것이다.


물론 당시의 해태는 아기호랑이들로 가득했던 시절이었다. 홍세완, 양현석, 김상훈 등 루키선수들이 선발멤버로 출장하고 전년도 홍현우 대신 새로운 3루수로 떠오른 정성훈도 있었다. 선발투수는 최상덕. 암울했던 해태의 말년 속에서 새롭게 떠오른 에이스였다. (조계현과 최상덕은 정확히 1년 뒤 같은 장소에서 다시 선발 맞대결을 벌인다.)


잠실 마운드에 오른 조계현은 4회에 첫 안타를 허용할 정도로 전성기 때와 같은 환상의 컨트롤을 보여줬다. 물오른 피칭을 선사한건 최상덕도 마찬가지였다. 7회까지 0-0으로 팽팽한 투수전이 전개됐다.


8회초 100개 투구수에 근접하자 조금씩 힘들어하던 조계현은 결국 정성훈에게 2루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러나 두산팬들은 그의 환상적인 피칭에 큰 박수로 화답했다. 장성호를 의식해 이혜천을 올렸고 이혜천은 장성호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해 기대에 부응했지만 다음타자 홍세완도 상대하다 좌전적시타를 맞아 선취점을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두산이 아니었다. 홍성흔이 우전안타로 찬스를 만들었고 대타 최훈재가 볼넷을 골랐다. 여기에 김민호의 내야안타까지. 정수근의 내야땅볼로 찬스가 무산되는 듯 했으나 장원진이 이 찬스를 놓치지 않고 우익선상 2루타로 연결하면서 역전 결승타를 만들었다. 순식간에 경기는 역전되었고 9회초 진필중이 마무리 지으면서 만원 관중에게 개막전 승리를 안겼다.



 

9. 잠실을 넘긴 김동주의 한방
 


야구에서 장외홈런은 팬들로 하여금 보는 시원함을 극대화시킨다.


투고타저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 90년대 후반부터 30개 이상을 때려야 홈런왕에 등극할 수 있게 되었고 용병제도가 도입된 후 홈런 수의 증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극심한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99년은 말할 것도 없다. 펜스거리가 짧은 지방구장에서 장외홈런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한국야구 역사에서 잠실구장 장외홈런은 단 한방도 없었다. 내로라하는 한국야구의 거포들도 아직 오르지 못한 산이었다. 불가능과도 같은 이 난제를 김동주가 풀어냈다.


공식 비거리 150m. 상대팀은 롯데였고 투수는 기론이었다. 비록 경기는 내줬지만 다음날 장안의 화제가 되었고 두산은 이 홈런을 기념하기 위해 공이 떨어진 지점에 기념판도 제작했다.


국내 최대의 크기를 자랑하는 잠실구장 밖으로 넘겼다는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었다. 99년 이승엽의 54호로 홈런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컸던 시대였고 김동주의 홈런이 터진 며칠 뒤 박경완은 4연타석 홈런이란 금자탑을 세우기도 했다.




10. ‘507대첩’ 9회초 투아웃부터 5점차를 뒤집다


9회초 투아웃, 스코어는 5-10.


누가 봐도 한 쪽으로 기운 상태. 승부를 지켜보던 팬들도 결과를 예상하고 대부분 떠나버렸고 덕아웃에서도 슬슬 자기 짐들을 챙기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나온 안경현의 안타. 모두가 그러려니 했다. 다음타자 홍성흔도 깨끗한 중전안타를 터뜨리자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박수를 쳤다.


그런데 다음 타석에 들어선 강혁이 우측을 넘기는 파울홈런을 치자 관중석이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고 결국 상대투수 차명석이 자신감있게 승부하지 못한 탓에 볼넷을 얻어 만루를 만들었다. 보다 못한 LG 이광은 감독이 마무리 최향남 투입을 지시했다. 점수차는 컸지만 주자가 꽉 차서 세이브 요건이 충족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최향남이 의욕 있게 던질 수 있을 거라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웬걸. 최향남도 마음먹은 대로 던지지 못하고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는 것이 아닌가. 타석에 섰던 김민호는 가만히 서서 타점 하나를 챙긴 셈이었다.


분위기를 감지한 김인식 감독은 최후의 보루로 이도형을 대타로 내세웠다. 8회에 최훈재를 이미 대타로 써버려서 ‘한방’이 있는 이도형이 마지막 카드였다.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던 최향남은 바깥쪽 직구를 택했고 이도형은 그걸 시원하게 밀어쳤다. 우중간을 가른 주자일소 2루타. 스코어는 어느새 9-10으로 순식간에 박빙의 승부가 되었다.


그래도 원아웃만 잡히면 LG의 승리로 끝나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선 장원진이 집중력을 발휘해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쳐냈고 죽을 힘을 다해 뛴 대주자 이종민이 홈을 밟으면서 한국야구역사상 가장 극적인 동점 승부를 만들어냈다.


우즈의 삼진으로 9회말로 넘어갔고 LG는 선두타자 이종렬이 볼넷을 얻고 출루, 유지현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절호의 찬스를 만들어 두산을 압박했다. 다음타자는 김재현. 9회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 5타수 4안타로 쾌조의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던 상황. 역시 그 감을 속일 순 없었는지 김재현은 우전안타성 라인드라이브를 때려냈고 이대로 끝내기안타가 되는 듯 싶었으나 공은 1루수 강혁의 글러브 속에 빨려 들어갔다. 온 힘을 던져 건져낸 다이빙캐치였다.


곧바로 이어진 10회초 두산 공격. 심정수와 안경현이 연속 볼넷으로 찬스를 잡았고 홍성흔이 유격수 플라이로 투아웃이 되었지만 강혁이 우익선상을 가르는 2루타로 대망의 역전에 성공했다. 5-10을 11-10으로 만든 기적. 두산팬들은 이날을 507대첩으로 기억한다.


두산이 얻은 승리의 기쁨도 컸지만 LG가 받은 쇼크는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 쇼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롯데와의 시즌 7차전에선 8-0으로 이기고 있다가 8-9로 역전 당하는 대형 참사까지 당했던 밀레니엄 트윈스였다.


한편 이날 두산은 좌완투수 김영수를 롯데의 박보현과 맞트레이드했다.




11~12. 하루도 모자르다 이틀연속 끝내기


이번 연재에서 숱한 끝내기 장면들을 소개해드렸지만 사실 이러한 끝내기는 절대 흔한 장면이 아니다. 각양각색의 승부가 펼쳐지는 프로야구에선 항상 끝내기안타나 홈런으로 경기가 마무리되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산은 유난히도 끝내기 승부가 많았고 이틀연속 같은 팀을 상대로 끝내기로 승리를 거두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이틀연속 끝내기쇼의 전말은 이렇다.


드림리그의 치열한 선두 경쟁 속에 만난 현대와 두산. 우즈의 투런으로 앞서간 두산이었지만 현대는 박재홍의 솔로포와 이명수의 희생플라이로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다. 3-3으로 팽팽한 가운데 9회부터 양 팀의 마무리투수들이 총 가동된 가운데 승부는 연장 10회말 판가름 났다.


이종민의 안타와 홍원기의 희생번트, 김민호의 볼넷으로 1사 1,2루의 황금찬스를 맞이한 두산. 결국 위재영의 실투를 놓치지 않은 정수근의 끝내기 중전적시타로 두산의 4-3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다음날, 두산과 현대는 다시 3-3 동점 승부로 흐르고 있었다. 이번엔 9회말 김민호의 끝내기홈런으로 하루 전과 똑같은 스코어(4-3)에 똑같은 끝내기승부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때부터 두산은 끝까지 가봐야 경기 결과를 알 수 있는 강력한 팀 이미지를 굳혔고 훗날 현대와 한국시리즈에서 만나 잊지 못할 감동의 명승부를 펼쳐내게 된다.


여기서 재밌는 건 1년 뒤 현대를 상대로 이틀연속 끝내기쇼를 다시 한번 펼쳤다는 것이다. 이번 연재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13. 스타탄생을 알린 구자운 14K 폭풍


두산 투수진의 힘은 중간계투였다는 사실은 너무도 잘 알 것이다. 특히 제대로 된 좌완계투 하나 건지기가 하늘의 별따기와 같은 현실에서 두산은 이혜천과 차명주란 양날개가 존재했다. 여기에 김유봉과 장성진도 훌륭했다. (지난해 이재영-정성훈 듀오와 비슷한 역할) 선발과 중간을 오갔던 박명환과 한태균도 큰 도움이 되었고 프로 2년차 구자운도 있었다.


이들 중 차세대 두산 마운드의 선두주자로 꼽히던 구자운은 삼성과의 15차전에서 깜짝선발로 나섰고 결과는 뜻밖이었다. 1회초 세 타자 전원 삼진으로 돌려 세운 구자운은 2회에는 안타 두 개를 맞았지만 삼진 2개를 잡았고 3회에도 2개, 4회에는 사사구 2개를 내주는 가운데에서도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는 신들린 투구를 보여줬다. 5회에도 2개를 추가하면서 어느덧 탈삼진수는 13개가 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나선 6회초. 삼성 4번타자 훌리오 프랑코(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게 동점 솔로홈런을 맞은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삼진 하나를 추가해 14K를 만들었다. 

하지만 투구수가 이미 한계로 잡은 100개가 되자 6회를 끝으로 마운드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투구수만 적었다면 한국야구 역사상 최초의 20K에 도전할 만도 했다. 아쉬움은 컸지만 이 날 구자운의 호투는 김인식 감독 눈에 쏙 들어왔고 포스트시즌에서 2선발로 낙점받는 계기가 되었다.

제대로 된 선발투수 없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산은 일단 조계현-구자운-최용호로 로테이션을 결정하고 LG와의 대결에 나서게 된다.


③편에서 계속


스캔 자료 / 윤욱재
스캔 편집 / 윤욱재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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