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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아빠는 딸'④] 정소민 "父 마음, 나이 들며 이해하게 돼" (인터뷰)

기사입력 2017.04.11 10:00 / 기사수정 2017.04.11 09:43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정소민의 새로운 얼굴이 '아빠는 딸'(감독 김형협)을 통해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2010년 데뷔 이후, '코미디도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관객들에게 증명해내는 데 성공했다.

정소민이 출연한 '아빠는 딸'이 1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아빠는 딸'에서 정소민은 아빠 원상태(윤제문 분)와 몸이 뒤바뀐 딸 원도연을 연기했다. 공부보다는 짝사랑하는 선배와 함께 하기 위해 밴드부 오디션이 더 간절한, 하고 싶은 것도 고민도 많은 여고생이다.

'아빠는 딸'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소민은 개봉 전 언론 시사회를 통해 2년 만에 영화의 완성본을 접한 이야기를 꺼내며 "저도 2년 전에 찍고 처음 본 거라서 관객의 입장에서 보는 그런 기분을 좀 느꼈던 것 같아요"라고 웃었다.

정소민이 말한 2년의 시간처럼, 영화 속에서는 그간 변해 온 정소민의 외적인 모습까지 엿볼 수 있다. 촬영 당시에는 긴 생머리였던 정소민의 헤어스타일은 후반부 보충 촬영분에서는 한층 짧아진 길이로 등장하고, 포스터에서는 지금의 숏커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정소민은 "포스터도 영화처럼 길게 머리를 붙여야 겠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보이시한 (지금의) 모습이 괜찮다고 하셔서 그대로 갔죠. 그러고 보니 포스터에 대한 것은 제가 의견을 조금 많이 냈던 것 같아요. 영화를 보다 보면 포스터만 봐도 보고 싶고 당기는 영화들이 있잖아요. 저희 영화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드렸었죠"라고 말을 이었다.

지난 해 인기리에 방송된 KBS 시트콤 '마음의 소리' 속 애봉이 캐릭터로 주목받았던 정소민은 '아빠는 딸' 촬영 후 '마음의 소리'에 합류했던 시간을 되짚었다.

"처음 도전하는 코미디인데, 저는 코미디라는 장르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코미디를 한 번 했었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던 것은 아니었죠. 코미디는 관객들에게 무엇을 줘야할지 목표가 분명하게 있잖아요. 관객들이 보고 재미없으면 의미 없어지는 장르인데, 제게는 코미디를 잘 하시는 분들이 호흡과 타이밍을 가지고 노는 그런 능력이 없잖아요.(웃음) 결국 제가 찾은 방법은, 어차피 상황 자체가 다 잘 짜여 있고 만들어져 있으니까, 굳이 제가 웃음에 대한 강박을 가질 필요가 없이 인물과 캐릭터에 집중해서 이 상황을 놓고 가야겠다라고 생각한 것이었죠. 그래도 여전히 코미디 공포는 있어요."

영화를 준비하면서 원작인 '아빠와 딸의 7일간'도 참고했다. "남녀가 바뀌는 내용을 다룬 작품은 워낙 많지만, 아빠와 딸이 바뀐 것은 그 작품 외에는 단 한편도 없더라고요"라고 말한 정소민은 "시나리오 자체도 많이 다르기 때문에 사실은 안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아빠는 딸'은 한국 감성과 정서에 맞게 많이 각색된거라 혹여나 악영향을 줄까봐 그런 노파심도 있었고요. 그러다가 그래도 참고해봐야겠다는 생각, 궁금한 마음에 보게 됐죠"라고 작품을 준비했던 과정을 떠올렸다.

만만치 않았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브라운관은 물론 스크린 속에서의 정소민의 코믹 연기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에 녹아드는 데 성공했다. 윤제문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그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윤제문을 관찰했다는 것이 정소민의 설명이었다.

"모든게 저한테는 숙제이고, 어렵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일단 행동양식이나 말투로 접근했고, 그게 어느정도 제 몸에 익숙해지고 나서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마음과 생각을 이해하려고 했죠. 그 지점들을 따라잡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지만 그게 또 이 영화를 하면서 제가 가장 많은 것을 얻었던 보람있는, 소중한 경험이기도 해요. 제가 살면서 남자를 이해해볼수 있다는 기회가 있다는 자체가 살면서 많이 없는 일이잖아요. 제가 아무리 제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한들, 딸로서 이해하는 것이지 그 사람이 돼서 그 사람 입장에서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테니까요."


바디 체인지 연기로 웃음을 안기는 정소민의 모습 속에서는 후반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찡한 가족애까지 함께 엿볼 수 있다.

정소민은 "영화가 제게 준 것들이 많이 있는데, 아버지에 대한 생각도 그래요"라면서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냈다.

"저는 도연이와 굉장히 비슷했던 것 같아요. 저희 아버지는 상태처럼 도연이에게 무시 받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고, 오히려 엄격하고 그러셔서 제가 굉장히 어려워했었거든요. 도연이도 마찬가지로 (크면서) 아빠가 어려워지고 불편해졌을 거라 생각해요. 저도 그런 시기가 있었어요."

정소민은 대학생 때까지 아버지를 어렵게 느꼈던 감정을 털어놓으며 "그런데 어느순간 저도 나이가 들면서 그래도 이해의 폭이 좀 더 넓어지고, 아버지도 훨씬 더 유해지시면서 다시 만나게 되는 지점이 생기더라고요"라고 미소지었다.

"다시 친해지고 그러는 그 시기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저는 지금은 굉장히 친해졌어요. 최근에는 아버지와 태어나서 처음으로 단둘이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니까요.(웃음) 아버지가 영화를 보러 가신다기에 누구랑 가시냐고 물어보니 혼자 가신다는 거예요. 저한테 영화를 혼자 보러 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아버지가 그걸 너무 당연하게 얘기하시는 게 속상했어요. 아예 몰랐으면 몰랐을텐데, 알아놓고 아버지 혼자 다녀오시라 하기가 그렇더라고요. 아버지가 혼자 봐도 괜찮다고 하시는데, 표현은 안하셔도 좋아하시는 것 같았죠.(웃음)"

정소민은 아버지와 함께 극장에서 팝콘을 들고 함께 인증샷까지 찍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밝게 웃었다. 두 사람이 함께 본 영화는 '재심'. '재심'의 주연 배우이자 실제 절친한 친구인 강하늘에게 아버지와 함께 영화를 봤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친구의 마음까지 힐링시켜 줬던 순간이었다.

"이게 사실 정말 작은 변화일수도 있고 소소한 일인데, 지금 얘기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요. 그런 변화가 있고, 그런 경험을 했다는 것이요. 제게는 정말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었어요"라고 말하는 정소민에게서 진심어린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영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가족의 소중함까지 덤으로 느끼게 된 정소민은 "요즘에 웃을 일이 많이 없는데, '아빠는 딸'이 누군가가 보고 웃을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함께 전했다.

"제가 잘해서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들지만, 그런 희열은 분명 있던 것 같아요. (시사회 때도) 같이 영화를 봐주시는데 옆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면 너무나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렇게 보람 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계속 코미디를 하고 싶기는 하죠. 유쾌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 저 역시도 그런 장르에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서예진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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