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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뒷문을 책임지는 '쌍두마차'

기사입력 2008.05.14 11:10 / 기사수정 2008.05.14 11:10

박형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요즘 두산의 김경문 감독만큼 행복한 이가 또 있을까? 5월 들어 9승 2패의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두산 베어스. 지옥의 9연전에서 7승2패를 기록하면서 하위권에 있던 팀을 5할 이상의 승률로 끌어올리며 단숨에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이러한 상승세의 요인으로는 두산 특유의 스피디한 발야구와 8개 구단 최고의 테이블 세터진인 이종욱-김현수, '팀의 기둥'인 홍성흔과 안경현의 1군 합류로 인한 타선의 파괴력강화 등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두산의 최근의 '질풍가도' 같은 기세를 가능케 하는 최고의 힘은 바로 안정된 불펜진이다.

두산의 허리를 책임지는 핵심 선수는 젊은 피인 임태훈(20)과 군에서 복귀하여 팀에 활력소를 불어 넣어 주고 있는 이재우(28)다. 이들의  최근 활약이 두산의 김경문 감독으로 하여금 안 먹어도 배부를 만큼의 행복을 가져다주고 있다.

임태훈. '2년차 징크스'는 없다.

지난해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하여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신인왕을 거머쥐고 두산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며 두산의 불펜의 황태자로 자리매김한 임태훈. 지난 시즌에 64경기에 등판하여 7승 3패 1세이브 20홀드를 기록하며 두산의 허리를 혼자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고군분투했었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에는 작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 시즌 첫 등판한 3월 30일 우리히어로즈 전에 자신의 첫 경기부터 1실 점한 것을 시작으로 4월에는 11경기에 마운드에 올라 1승 2패 평균자책점 6.46을 기록하며 '2년차 징크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임태훈은 그러한 주변의 우려를 불식하듯 5월부터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임태훈의 각성의 시작이 공교롭게도 두산의 파죽지세의 시작과도 연결됐다는 것이 두산에서 차지하는 임태훈의 비중이 얼마나 큰 것 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모습이다. 임태훈은 5월에 5번 등판하여 8이닝 동안 6안타만을 허용하며 무실점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5월에만 10개의 삼진을 기록하며 지난해의 '언터쳐블 피칭'을 재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임태훈의 진면모가 드러난 경기는 5월 13일의 SK와의 문학구장에서의 경기였다. 3-3으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던 6회에 등판하여 3이닝 동안 삼진 6개를 곁들이며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팀의 승리를 견인함과 동시에 승수를 챙겼다. 시즌 3승째. 매 이닝 2개의 삼진으로 '불꽃타격'을 보여주고 있는 타격 1위인 SK의 강타자들을 요리한 모습은 압권이었다.

임태훈의 주특기는 낮고 빠르게 깔리는 묵직한 직구. 특유의 젊음의 패기로 누가 타석에 들어서든 두려워하지 않고 배짱 있게 투구하는 그의 모습에 두산의 팬들은 환호성을 보낸다. 하지만, 임태훈이 개선해야 할 점이 한가지 있다. 임태훈이 주자가 없을 시에 등판한 횟수가 10번이고 그 10번의 등판중에 점수를 내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주자가 없을 시엔 평균자책점이 0.

그러나 주자만 나가면 임태훈은 자주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나치게 루상의 주자에 신경 쓰며 자신의 투구를 하지 못했다. 주자가 있을 때에 7번 등판하여 11.2이닝 동안 12자책점을 허용하며 9.26의 최악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허리를 책임지는 선수로서 주자가 있을 때에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점이다. 위기관리능력을 키우는 것이 임태훈이 올 시즌에 풀어야 할 최대 과제다.

이재우. '나는 8개 구단 중 최고의 셋업맨'

'셋업맨'의 최대 역할은 선발투수와 마무리투수의 가교역할. 8개 구단에는 서로 내놓으라 하는 셋업맨들이 즐비하고 가장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투수를 마무리투수 바로 직전에 투입하여 승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8개 구단의 셋업맨들 중에 최고의 셋업맨은 단연 두산의 이재우다.

2005년 76경기에 등판하여 7승 5패 28홀드 평균자책점 1.72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홀드왕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보냈던 이재우는 병역비리에 연루되어 그해 11월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다. 군 제대후 팀에 합류한 이재우는 시즌 전 그간의 공백을 만회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많은 구슬땀을 흘렸지만  시범경기 때 자주 난타당하며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재우의 진가는 본경기에 들어서며 서서히 나타났다.

이재우는 올 시즌 23경기에 등판하여 27.2이닝 동안 14안타 1실점, 평균자책점 0.33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4월 12일의 LG 전에서 1실점한 것을 제외하고는 22경기에서 완벽한 투구로 상대팀을 제압했다. 특히 1할5푼2리 라는 피안타율이 보여주듯 그야말로 '언터쳐블' 피칭이었다. 최고 구속 148km/h를 바탕으로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채로운 변화구 또한 장착하고 있어 배트중심에 공을 맞추기가 쉽지가 않다.

요즘 이재우의 투구는 2005년의 자신의 전성기를 능가할 만한 모습이다. 공백 기간에 겪었던 서러움과 그간 야구를 하지 못한 채 팀의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그의 잠재적인 열정이 그를 최고의 셋업맨으로 재탄생하게 하였다.

팀의 상승세와 함께 임태훈의 5월의 성적은 8이닝 무실점, 이재우의 5월의 성적은 9이닝 무실점. 둘이 합쳐서 17이닝 무실점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두산 불펜의 핵심인 이 둘의 활약이 곧 두산 팀의 상승세와 직결되고 있다는 증거. 1선발의 역할을 수행해주던 게리 레스의 임의탈퇴와 김선우의 1군 복귀 불투명으로 한층 약해진 선발진에 임태훈과 이재우의 활약은 팀에 활력소를 불어 넣어 주고 있으며, 두산의 팬들로 하여금 '경기 후반 리드하고 있으면 무조건 승리할 수 있다.'라는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과연 두산의 파죽지세와 함께 이 둘의 활약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왼쪽부터 임태훈, 이재우 (두산 베어스 제공)]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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