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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 '밀정' 김지운 감독 "앙상블이 좋았던 작품으로 기억되길"

기사입력 2016.10.11 21:39 / 기사수정 2016.10.11 21:39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김지운 감독의 뜨겁고 차가웠던 도전이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다리고 있다. 9월 7일 개봉한 '밀정'은 늦여름과 가을의 극장가를 관통해 746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만큼 준비 단계부터 크랭크인, 크랭크업, 대중 앞에 선보이기까지 화제가 끊이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 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려냈다.

김지운 감독은 '밀정'을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하며 "원작은 굉장히 중후하고 묵직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상업성으로 보면 약간 빈약하다는 느낌이 들더라. 그런 것을 보완할 수 있는 점을 함께 논의했고, 시나리오의 오프닝과 중간의 기차 시퀀스를 집어넣기로 했다. 원작의 묵직함과 중후함, 그리고 상업적인 오락성이 버무려지면서 영화적인 장르적 쾌감이 하나로 완성된 것 같다"고 얘기했다.

'밀정'은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조선인 일본 경찰 이정출 역에는 송강호가, 의열단 리더 김우진 역에는 공유가 열연을 펼쳤다. 한지민, 신성록, 엄태구 등에 이어 10분 남짓한 분량으로도 남다른 존재감을 자랑한 의열단 단장 정채산 역의 이병헌까지, 김지운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더불어 출연진들의 빈틈없는 연기가 보는 재미를 더했다.

김지운 감독은 "밀정을 찾는 과정을 통해서 '누가 밀정이었느냐'기보다는, '왜 밀정을 할 수밖에 없었나'에 포커스를 맞추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황옥이라는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한 이정출 캐릭터를 떠올리며 "이정출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시대적인 상황과 그 공기를 압축시켜서 보여주고 싶었다. 실제 황옥이 위장친일파였는지, 아니면 정말 밀정을 한 것인지 그 인물이 가진 미스터리한 느낌에 대한 궁금함이 컸다. 자연스럽게 영화 속 인물을 쫓아가게 되는 과정이 중요했는데,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연기의 완성도가 만족스럽게 나왔다. 정말 특별출연을 한 박희순, 이병헌 씨와 그 밖에 새로운 주·조연 분들의 앙상블이 좋았던 영화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설명을 이었다.

송강호와 공유의 호흡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스파이가 곧 밀정이고, 밀정이 송강호가 아니겠느냐"면서 송강호의 존재감을 치켜세운 김지운 감독은 "이정출은 냉혹하고 냉정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게 중요했는데, 송강호 씨가 가진 뉘앙스와 잘 맞았다. 공유 씨가 연기한 김우진 역시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섬세하면서도 연약한 느낌이 있지만,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자기를 극복하고 끌어올릴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했다. 끊임없이 강해져야 하는 인물인데, 공유 씨가 그런 면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현장에서도 그랬지만, 영화를 찍고 나서 보니 송강호, 이병헌 같은 배우들과 싸워도 되는 정도까지 왔구나. 훌륭하게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지운 감독은 '밀정'을 준비하면서 "차가운 느와르를 만들고 싶었지만 후반에는 어쩔 수 없이 뜨거워지더라"고 말한바 있다. '달콤한 인생'(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악마를 보았다'(2010) 등을 통해 대중에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히 각인시켜 왔던 그는 "대중적인 접점을 찾으려고 했다. 인물과 감정이 어디까지 가는지를 더 들여다봤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영화를 내놓고 보니 '김지운 영화답다'는 평을 듣는 건 어쩔 수 없더라"며 웃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한 영화 속 음악인 루이 암스트롱의 'When You're Smiling'이 사용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 음악은 지구의 반대편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미국 문화가 풍미하던 시대를 담고 있다. 우리의 선조들은 가장 암담하고 비극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는데, 그런 국치가 없었다면 저들과 같은 느낌, 저 음악을 들으면서 태평성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뭔가 눈앞에서는 비극적이고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는데, 감미로운 스윙재즈가 흘러나온다는 것에서 비극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명분이 될 것 같았다. 또 보통 슬픈 장면에선 감정을 더 강화시키려고 슬픈 음악을 쓰는데, 약간 분리시키는 듯한 음악을 틀어서 좀 더 장면을 객관적으로 보고, 음악을 쓰는 의도를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기차신은 김지운 감독이 특별히 공을 들였던 부분이기도 하다. 운송도구인 기차에 역사라는 상징성을 두고, 인물을 태운 것이었다. 김지운 감독은 "앞으로 전진하던 역사의 시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김우진은 망설임과 주저함 없이 그 시대를 돌파해가면서 전진하고, 또 전술상 후퇴하기도 한다. 또 이정출은 계속 갈팡질팡하고 왔다갔다 하는데, 두 인물의 모습과 동선을 통해서 시대를 맞이하는 두 인물의 내면의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것은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것이었다. 실제로도 역사적으로 실패한 사건이고, 작전이지만 '계속해서 전진해야 한다. 실패를 교훈삼아서 더 나아가야 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이는 '밀정'의 엔딩에서 흐르는 정채산 역의 이병헌 목소리로 전해지는 내레이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밀정'의 긴 여정이, 그렇게 관객들의 마음속에 뜨거운 울림으로 남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어찌하였든 우리는 해방이 됐고, 주권을 가진 나라로 회복이 돼 현재까지 온 것이다. 그 시대의 사람들이 한 쪽은 부정적인 시각을, 한 쪽은 다시 실패의 담론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 대체될 수 있고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발전시켰고 말이다. 결국 작전에는 실패했지만, 그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현재의 시간에 온 게 아닌가 싶다. 우리 역사가 가르쳐 준, '여기서 무너지지 말자' 이런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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