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선수 생활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은퇴라는 말의 무게도 있거나와, 선수생활을 떠났다가 다시 적응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수 시절 최고의 정점에 올랐던 적이 있다면, 은퇴 번복 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러나 장민철은 다시 선수로 복귀해 바로 프로리그와 개인 리그 모두 성과를 냈다. 프로리그에서는 같은 프로토스인 주성욱을 잡았고, GSL Code A에서는 삼성 서태희를 잡고 Code S 32강에 올랐다.
장민철은 GSL 2회 우승 및 IEM 월드 챔피언십 우승까지 차지했지만, 작년 5월 팀을 구하지 못한 데다가 스타2에 대한 열정도 떨어져 결국 은퇴를 선택했다. 은퇴 후 장민철은 개인 방송을 통해 다양한 게임을 접했고, 그러던 중 공허의 유산 베타를 접하고 다시 스타2를 연습했다. 팀과 열정을 잃었던 장민철은 공허의 유산을 통해 다시 열정을 되찾았고, 팀을 구하기 위해 계속 예선에 도전했다.
지난 5월 11일 진행된 Code A 최종예선에서 장민철은 아마추어 신분으로 에선에 도전해 다시 Code A 무대에 올랐다. 예선으로 자신의 실력을 알린 장민철은 CJ 권수현 감독에게 입단 의사를 밝혔다. 권수현 감독은 장민철의 열정에 탄복해 김준호와 변영봉이라는 프로토스가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장민철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권수현 감독의 결정에 보답이라도 하듯 장민철은 프로리그 복귀전에서 지난 시즌 GSL 우승자인 주성욱을 잡아냈다. 장민철은 중앙 싸움 한 방으로 승부를 내는 스타일이다. 경기 초반 주성욱의 암흑 기사에 흔들렸지만, 상대방의 조합에 맞춰 병력을 구성한 다음 교전에서 대승을 거두며 주성욱을 격파했다. 아쉽게도 팀은 kt에게 패배했지만, CJ는 장민철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발견하는 기회가 됐다.
개인 리그에서도 장민철은 바로 의미있는 성적을 올렸다. 자신의 주 무대였던 GSL Code A 복귀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서태희를 잡은 것. 장민철의 Code A 시작은 좋지 않았다. 서태희에게 운영으로 내리 두 판을 내주며 패배 위기에 몰린 것. 그러나 장민철은 자신의 가장 강한 무기인 배짱과 자신감으로 역전극을 그렸다.
3세트에서 상대 찌르기를 막고 바로 반격한 장민철은 승리를 거두고 위기에서 한숨 돌렸고, 이어 프로스트에서 벌어진 4세트는 즉흥적인 전진 예언자로 상대 정찰을 한 후 공허 포격기를 생산에 승리했다. 마지막 세트는 심리전이 빛났다. 3세트에서 역전당하고, 4세트 찌르기에 당한 서태희는 마지막 세트에서 안정적이고 안전한 플레이를 했다. 장민철은 상대 심리를 완벽하게 파악한 후 상대보다 자원을 더 가져가며 상대를 조급하게 만들고, 결국 어쩔 수 없이 진출한 상대 병력을 잡고 Code S 진출에 성공했다.
한 번 떠났던 길을 다시 돌아오기도, 자신이 했던 말을 번복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장민철은 다시 한 번 스타크래프트2로 돌아와서 전성기 시절 거침없던 모습을 다시 보였다. 브루드 워, 그리고 스타2에 이어 세 번째로 도전하는 장민철의 프로게이머 인생이 다시 빛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러한 장민철의 모습은 아직도 스타크래프트2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vallen@xportsnews.com 글=박진영 GSL 해설/정리=박상진 기자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