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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스하키, 사상 처음으로 일본 꺾었다

기사입력 2016.04.26 22:06

이은경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은경 기자] 한국 아이스하키가 34년간 묵었던 체증을 시원하게 풀어냈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폴란드카토비체에서 열린 2016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 3차전에서 숙적 일본을 3-0으로 완파, 일본전 사상 첫 승을 달성했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1982년 스페인 하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C풀(3부리그) 대회에서 일본에 0-25로 참패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 고양에서 열린 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에서 당한 2-4 패배까지 공식 경기(세계선수권, 올림픽 예선, 동계 아시안게임, 아시안컵)에서 1무 19패의 절대 열세를 보여왔다.

특히 2014년 안방에서 당한 패배는 뼈아팠다. 당시 평창 올림픽 본선 출전권 확보를 위해 사력을 다하던 한국 아이스하키는 고양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올림픽 출전권을 조기 확보한다는 목표였지만 4차전에서 숙적 일본에 패배하며 최하위가 확정되는 시련을 겪었다.

2년 만의 재격돌에서 한국 아이스하키는 공수에 걸쳐 시종 일본을 압도하며 일취월장한 성장을 확인시켰다. 결과 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한국의 완승이었다.

한국은 경기 초반 소나기 골을 터트리며 일본의 혼을 뺐다. 거듭된 일본의 페널티로 얻은 파워 플레이(상대 페널티 발생으로 인한 수적 우위) 찬스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무서운 집중력을 과시했다.

이번 대회에서 ‘특급 저격수’의 진가를 보이고 있는 마이클 스위프트(하이원)가 3경기 연속 선제골을 터트리며 포문을 열어 젖혔다. 스위프트는하시바료와야마시타다쿠로의 잇단 마이너 페널티(2분간 퇴장)으로 5대 3 파워 플레이가 진행되던 1피리어드 4분 18초에 이돈구(안양 한라)의 패스를 받아 골리 왼쪽 어깨 위를 넘기는 절묘한 리스트 샷으로 일본 골 네트를 흔들었다. 이번 대회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스위프트의 5호 골.

선제골로 사기가 충천한 한국은 계속된 파워 플레이 찬스에서 김기성(안양 한라)-김상욱 형제가 멋진 추가골을 합작해내며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끌어오는데 성공했다. 공격지역 오른쪽 측면에서 동생 김상욱이 문전으로 찔러준 패스를 받은 형 김기성은 침착한 퍽 컨트롤에 이어 재치있는백핸드샷을 성공시켰다. 이번 대회에서 김기성-상욱 형제가 합작해낸 세 번째 득점.

경기 초반 릴레이 골로 자신감이 높아진 한국은 11분 10초에 신형윤-조민호(안양 한라)-신상훈(안양 한라)가 멋진 콤비 플레이로 세 번째 골을 터트렸다. 신형윤이 뉴트럴존에서 일본의 퍽을 빼앗아 조민호에게 연결했고 공격 지역 오른쪽 측면에서 조민호가 올린 패스를 반대편의 신상훈이 통렬한 원타이머슬랩샷으로 마무리, 일본 골 네트를 흔들었다.

한국은 2피리어드 7분 32초에 신상우(안양 한라)가 체킹투더 헤드(상대 머리 부분을 향한 보디체킹) 반칙으로 메이저 페널티(5분)에 게임 미스컨덕트(경기 완전 퇴장)을 추가 받으며 5분간 수적 열세에 몰렸지만 수문장 맷달튼을 중심으로 일본의 공세를 침착하게 막아내며 경기 최대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
 한국은 3피리어드에도 네 차례나 페널티를 범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침착하게 페널티 킬링(수적 열세 상황에서의 무실점 성공)을 성공시키며 일본에 영패를 안겼다.

오스트리아와의 1차전에서 슛아웃 끝에 석패했던 한국은 2차전에서 홈 팀 폴란드를 4-1로 완파한 데 이어 3차전에서 숙적 일본마저 꺾으며 승점 7점(2승 1연장패)을 확보, 역대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을 조기 달성했다. 1979년 세계선수권에 첫 출전한 이래 한국 아이스하키가 거뒀던 최고 성적은 2013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디비전 1 그룹 A 대회에서 승점 5점(1승 1연장승 3패)으로 5위를 차지한 것이다.

3경기 만에 목표를 조기 달성하며 부담을 던 한국 아이스하키는 27일 밤 11시 30분 열리는 4차전에서 이번 대회 최강으로 평가되는 슬로베니아와 격돌한다. 한국은 슬로베니아전에서 승리할 경우,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내년 독일 쾰른과 프랑스 파리가 공동개최하는 2017 IIHF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하는 꿈에 바짝 다가선다.

kyong@xportsnews.com / 사진=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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