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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스포티비 게임즈 김하늘 PD, 스타리그에 비춰낸 자신감

기사입력 2015.07.14 06:01 / 기사수정 2015.07.14 10:00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에서는 매주 e스포츠와 게임, 그리고 IT에 관한 사람과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박상진의 e스토리'를 연재합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올해 시작한 스타리그도 어느덧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스타리그 시즌2 결승전 방송 끝에 스타리그 시즌3 티저 영상이 흘렀고, 과거와 다른 분위기의 영상이 흘렸다. 영상을 보며 '무언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았고, 얼마 있지 않아 스타리그 시즌3부터 새 PD가 방송을 맡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스타리그 시즌3을 맡게 된 사람은 스포티비 게임즈 김하늘 PD다. 원래 영화를 전공했지만 잘 풀리지 않았고, 배역도 잘 따내지 못했다. 단편 영화를 찍을까 했지만 그조차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스타크래프트2 리그를 보다 '내가 만들어도 저거보다 잘 만들겠다' 는 생각에 방송국에 지원했다. 면접관 앞에서 '국내 시장, 나아가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스타크래프트2 리그를 만드는 데 필요한 톱니바퀴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방송국에 입사했다. 입사 초기에는 건방지다는 평가를 받으며 아무도 그와 일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그가 제대로 처음 참여한 프로그램은 '절대 간판'이다. 절대 간판은 출연진의 화려한 입담과 선수들의 실제같은 연기로 리그 만큼이나 인기 있던 프로그램. 김하늘 PD는 첫 프로그램이라 만족하지는 못했지만 일하는 동안 재미있었다고 한다.

이후 NSL 시즌 2와 KDL 라운지, 모짜르트 등 프로그램을 거쳐 스타리그 시즌2가 끝날 무렵 그는 스타리그 시즌3의 메인 피디가 되었다. 과연 그는 스타리그를 맡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김하늘 PD는 이 질문에 단호하게 대답했다.

"하기 싫었다."

어떤 이유에서 스타리그 피디를 하기 싫었나?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고 스타크래프트2로 방송일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부담이 크다. 스타리그라는 타이틀이 무겁다. 스타리그 피디는 절대 대충할 수 없는, 맡는다면 최고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자리다. 리그의 역사가 굉장히 깊기에 선뜻 나서기 힘들었다.

많이들 보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내가 과연 이걸 할 수 있나?'라는 고민을 아직도 한다"

PD로서 좋은 커리어를 쌓을 기회 아닌가.

"스타리그가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일단 나는 스타리그가 내 커리어가 될 거라 보지 않는다. 내가 스타리그를 대중적인 단계까지 올린다면 내 커리어가 될 거로 생각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나는 수많은 게임리그를 진행한 피디 중 한 명으로 남을 거다."



지금까지의 게임 리그 방송을 어떻게 보고 있나.

"많은 게임 리그들을 보며 '팬이 빠져있다'는 생각을 했다. 선수들은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다. 이기기 위해 재미없는 경기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PD는 경기가 재미없더라도 재미있게 넘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금 이스포츠 리그들은 이 부분을 챙기는가'는 질문을 항상 내게도 던진다."

스타리그 시즌3을 준비하는 시간은 얼마나 있었는지.

"리그 시작 2주 전에 이야기를 들었다.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24강 챌린지 리그 동안은 큰 변화를 주지 못했다. 그래서 일단 영상에 집중했다. 시즌2 4강에 들었던 선수 아이콘으로만 배지를 만들었는데, 그걸 더 강조했다.

영상도 진 선수의 아이콘은 사라지고, 이긴 선수의 아이콘과 얼굴만 남도록 만들었다. 16강에 진출한 선수는 자신의 배지를 갖게 된다. 한 시즌을 회고할 때 '이 선수는 이런 특징이 있었다' 는 특징을 잡고 싶었다."

선수 아이콘의 영감은 어디서 받았는지 궁금하다.

"일단 인터넷 검색을 많이 했다. 내가 알고 있는 생각이나 이미지, 그리고 과거 이야기들을 재구성해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를 표현했다. 예를 들어 KT 롤스터 김대엽은 과거 월리를 찾아라 코스프레를 한 것을 모티브로 잡았다. 김준호는 그의 특기인 점멸 아이콘을 그대로 가져왔다. 다양한 애니메이션, 영화, 책에서 선수들의 이미지를 얻었다. 한국 팬뿐만 아니라 외국 팬도 알 수 있도록 단순화시키는 작업을 거쳤다.

개인적으로 전 시즌 조중혁 아이콘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투표로 어느 선수를 지명할 지 결정하는 부분에서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링컨을 따왔고, '바비 테란' 이라는 별명에서 마이크를 가져왔다. 하지만 팬이 좋아하는 아이콘은 김준호의 점멸 아이콘이었다. 어윤수의 아이콘도 신경 써서 만들었는데 24강에서 탈락해서 아쉽다."





이번 시즌 들어 리그 영상들이 호평을 받았는데, 어느 부분에 주력했나.

"이번 시즌 스폰서는 스베누다. 리그의 기억과 스폰서의 이미지는 연결되어야 한다. 그래서 스베누의 컬러인 흑백으로 영상을 제작했다. 흑백을 가리자는 의미도 있지만, 스베누를 강조하고 싶었다. 시즌 끝까지 영상은 흑백으로 작업할 생각이다.

기존 리그 영상은 게임 화면과 선수 얼굴, 그리고 목소리 정도로 이뤄졌다. 더 나아가질 못했다. 과거에는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냥 하던대로 영상을 제작하는 거 같았다. 실패하더라도 영상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스타리그 시즌2에서 음악이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는데, 시즌3에서는 음악에 어떤 변화를 줄 생각인가?

"아직 음악은 소개하지 못한 게 많다. 시청자들이 스타리그와 GSL의 음악을 비교하는 글을 많이 봤다. 양쪽 시스템 모두 경험해 본 입장에서 음악으로는 지금 당장 스타리그가 GSL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장비나 인력 어느 면으로나 쉬운 일이 아니다. 적재 적소에 내가 좋아하고 듣기 좋은 음악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렇다면 스타리그의 어떤 특징을 부각할 생각인지.

"'방송사에서 만드는 리그'라는 특징을 최대한 사용할 계획이다. 영상 하나를 만들더라도 의미를 담고 있도록 제작했다. 단지 멋있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영상을 보고 시청자들이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

지금도 많은 대회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많은 대회가 게임을 보여주는 거 외에 다른 것이 없다. 방송사 리그에서만 투자할 수 있고 만들 수 있는 영상으로 시청자들에게 이야깃거리를 주고 싶다. 시즌 중에도 이런 부분은 점점 늘어갈 거다."

최근 팬 서비스에 관해 이야기가 많았다. 리그가 팬들에게 줄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게임이 좋아서, 혹은 선수나 팀이 좋아서 응원하기 위해 리그를 볼 것이다. 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을 찾고 싶다. 사실 이스포츠 리그에서 최고의 서비스는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부분은 다른 리그들도 잘하고 있다. 그 외에 다른 것이 있을까 하다 생각해낸 것이 배지다.

배지는 게임을 좋아하든 선수를 좋아하던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물건이다. 배지 하나를 추가해서 선수들에게 이미지를 줄 수 있었다. 스타리그 시즌2에는 4강에 오른 선수의 아이콘으로만 배지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16강에 오른 16명의 선수와 스폰서인 스베누까지 포함한 17종의 배지를 제작했다.

다만 이번 시즌에는 배지를 무작위로 선물한다. 현장에 오면 기본적으로 하나를 주고, 어떻게 즐기느냐에 따라 추가로 배지를 얻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배지를 획득할 수 있다. 결승 날 17개를 다 모은 관람객에게는 보관할 수 있는 케이스를 따로 선물할 계획이다. 결승전에 오면 17개를 한 번에 받을 기회도 있다."



시즌 중 중요한 이벤트라면 조 지명식이다. 이번 시즌에 변화된 점이 있는가.

"조 지명식은 최대한 간단하게 할 생각이다. 물론 여러 선수가 모여서 이야기 할 기회가 없는 건 사실이다. 그렇기에 조 지명식 말고도 선수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만들 거다. 아마 처음에는 욕을 먹을 거 같다. 하지만 나중에 보면 그래서 이렇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거다.

조 지명식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결승전, 그리고 다음 시즌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냥 당일 이야기로 끝나는 이야기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이야기 할 기회를 최대한 만든다고 했는데, 그럼 경기 후 인터뷰 방식도 바뀌는지.

"기존과 다른 인터뷰가 나갈 거다. 예전같이 격식을 차린 인터뷰가 아니다. 그 인터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선수가 더 편하고 더 솔직히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지난 시즌 야외 결승이 무산되면서 이번 시즌 결승은 무조건 야외에서 하게 되었는데, 미리 생각해둔 그림이 있나?

"결승전은 리그를 진행해가며 계획할 생각이다. 다만 선수에 따라 결승전이 영향받는 일이 없도록 할 거다. 해운대 GSL 결승을 열심히 준비했는데 결과를 보고 정말 울 뻔했다. 16강에서 누가 올라오든 결승전이 잘 되게끔 선수 간의 드라마를 강화히고 싶다. 스토리의 근간이 되는 것은 조 지명식이고, 결승까지 스토리를 놓치지 않겠다."

이번 시즌 주목하는 선수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번 시즌 모든 선수를 주목하고 있다. 다만 결승에서 프로토스 동족전만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해운대에서 너무 데인 거 같다. (웃음)

다만 잘 됐으면 하는 선수는 있다. 바로 진에어 그린윙스 김유진이다. 2012년 협회와 연맹이 분리되었던 시절 크로스 매치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이름을 숨긴 네 명의 선수가 출전해서 마지막 승자만 공개했다. 당시 크로스매치 조연출을 담당했는데 첫 회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선수가 김유진이었다.

김유진은 많은 의미를 남겼다. 협회 선수들도 열심히 하면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리고 기존에 스타2를 하던 연맹 선수들도 방심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를 응원하든 스타2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를 만든 게 김유진이다."



스타리그 PD가 되었다고 한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과거 활동하던 곳이고,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인 데다 격식 없이 글을 남길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에 관련된 모든 커뮤니티는 하나도 빠짐없이 다 보고 있다. 선수 개인 게시판도 다 보고 있다. 그래야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

혹시 게임 방송 PD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하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 힘들다. 다들 나 보고 왜 이리 늙었느냐고 한다. 그래도 하고 싶다면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는 점을 꼭 명심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도전할만한 자리라 생각한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스타리그를 보시는 분들은 앞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계속 스타리그를 보실 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지금 스타리그를 봐주는 시청자들을 실망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방송을 제작한다.

이번 시즌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누가 결승에 올라가든 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살리고 싶다. 스타리그를 보는 시청자들을 위한 리그를 만들어 나가겠다. 앞으로도 스타리그를 사랑해주시고, 본인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과도 부담 없이 현장을 찾아주시거나 방송을 봐 주셨으면 좋겠다."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선수 프로필 사진 ⓒ스포티비 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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