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13:13
스포츠

[홈 스틸] 이승엽, '아픔을 딛고 꽃을 피우자'

기사입력 2007.09.17 07:29 / 기사수정 2007.09.17 07:29

편집부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줄 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

이해인 수녀의 시 중 '친구야 너는 아니' 라는 시의 한 구절입니다. 지난 해 말에는 록 그룹 부활이 이 시에 멜로디를 붙여 동명의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죠.

생각해보면, 소중한 것이 나오는 데는 큰 아픔이 동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술가가 역작을 만드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정신력이 소모되지 않습니까?

또한,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엄청난 산고를 겪고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녀를 가슴에 안습니다. 정말 귀중한 산물을 얻는 데는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는 것 같습니다. 화제를 대한해협 건너 부상 투혼을 발휘 중인 이승엽(31. 요미우리 자이언츠)에게로 돌려보겠습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괴로운 '2007년 이승엽'

위 사진은 이승엽이 16일 도쿄 돔에서 벌어진 요미우리와 히로시마 카프와의 경기에서 4회 말 아베 신노스케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때 홈으로 들어오는 모습입니다. 보시다시피 왼손을 주먹 쥐지 못하고 엄지를 세운 채 홈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승엽이 자신의 왼손 엄지에 대해 밝힌 것은 절친한 홍성흔(31. 두산 베어스)에게 전화 통화로 '곪고 있다.' 라는 것 외엔 없습니다. 그 소식이 전해진 지 달포 가까이 되니 상태는 더욱 심각해졌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승엽에게 2007년은 어쩌면 야구 인생 중 가장 괴로운 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즌 시작 전 어머니를 여의며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을 겪었고 4년 간 총액 30억 엔이라는 몸값과 '교진의 4번타자' 라는 직책의 부담, 왼손 엄지 부상에 앤디 시츠(한신 타이거스)의 '발목 테러' 등등.

이승엽의 올 시즌 성적은 .274 27홈런 64타점(16일 현재)입니다. 일본에서의 외국인타자 치고 그다지 나쁘지는 않은 성적입니다만 로베르토 페타지니(2003년 7억 2천만엔) 이후 최고액으로 기록 될 그의 연봉에 비춰봤을 때는 부족함이 많습니다.

타석에서의 모습도 지난 시즌과는 달랐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약점으로 부를 만한 모습이 몸쪽 공에 약하다는 점 정도에 그쳤다면 올 시즌은 배트가 공을 따라다니는 모습을 종종 비추며 팬들의 기대에 어긋났습니다. '중심타자인 만큼 뭔가 보여줘야 한다.' 라는 부담감이 그 이유였겠죠.

그러나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안고 올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모습에 무조건 비판만 가할 순 없을 것입니다. 뇌종양 투병 중에도 자랑스런 아들을 위해 경기장 안팎으로 말없이 응원해준 어머니를 가슴에 묻은 심리적 고통. 

멀리서도 항상 지긋이 아들을 바라보던 어머니를 여읜 것만으로도 이승엽에겐 엄청난 고통일 것입니다. 지난 시즌 후 받은 무릎 수술로 예년에 비해 훈련량이 부족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왼손 엄지의 상태가 어떤지에 대해선 선수 본인이 자세히 밝히기를 꺼리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두 달 전 이미 시급히 수술을 권유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현재 상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것 입니다. 이승엽에게 올 시즌은 앞으로의 타격 상승세와 하락세를 결정하는 고비가 될 수도 있습니다.

'4번'의 부담을 벗자

일단, 이승엽은 하루 빨리 '4번 타자' 에 대한 부담을 벗어 던져야 합니다. 만약 이승엽이 요미우리에서 선수생활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라면 '4번 타자' 라는 중압감과 자부심을 선수 생활 끝까지 안고 타격에 임해야 겠습니다. 

그러나 최종 목표가 '메이저리그 진출' 이라면 4번 타자에 대한 열망과 부담감은 별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2002년까지 요미우리의 4번 타자를 도맡던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를 보십시오. 그는 올 시즌 까지(16일 현재) 5시즌 통산 101홈런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시즌 중반 손목골절로 시즌을 접었다는 것(2006시즌 홈런 8개)을 고려해도 '최정상급'의 장타력이라고 보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승엽은 '4번 답게' 큰 것 한 방만을 노리기 보다는 팀을 위해, 시기 적절한 타격으로 공헌하는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물론 이승엽이 바라던 메이저리그 진출 후에도 4번타자 자리에 선다면 굉장한 영광일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검증된 장타력이 메이저리그에서 100% 반영될 것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당장 4번 자리에 자주 서지 못한다고 서운해 하기 보다 주어진 자리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더욱 좋을 것입니다.

아픔 속에 꽃과 열매가 피어난다

이승엽은 13시즌의 프로 생활 동안 아픔과 시련을 딛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입니다. 팔꿈치 부상으로 타자로 전향하는 아픔을 딛고 삼성 라이온즈 타선의 핵으로 성장했습니다. 

1998년 뒷심부족으로 38홈런에 그치며 고배를 마신 뒤, 이듬해 54홈런을 때려내며 한 시즌 50홈런 시대를 연 이승엽입니다. 2003' 시즌 난투극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는 와중에도 56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이지 않습니까.

일본 진출 첫 해인 2004년, 14홈런에 그치며 2군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고 2005년에는 플래툰 시스템에 묶이는 와중에도 30홈런 82타점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323 41홈런 108타점으로 정확성 면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이승엽 입니다.

천부적인 재능에 부단한 노력, 거기에 너무도 인간적인 심성까지 갖춘 이승엽. 그리고 아픔과 시련 이후 항상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던 이승엽.

고통없이 피어나는 꽃봉오리가 없듯, 현재 이승엽이 겪는 고통이 다음 시즌 더 커다란 열매로 되돌아 오길 기대합니다.

<사진=요미우리 자이언츠> 

편집부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