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울산, 김승현 기자] 드디어 베일을 벗은 윤정환(42) 감독의 울산 현대는 안전제일주의를 표방했다.
윤정환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8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FC서울과의 홈개막전에서 2-0으로 이겼다.
현역 시절 영리하고 섬세한 플레이로 상대의 허를 찌르던 윤 감독은 사령탑이 된 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성공기를 펼치고 있다. 굵직한 축구로 사간도스의 돌풍을 이끈 윤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과 비슷한 색채를 지닌 울산에 탑승하며 결과물을 냈다.
개막전 상대는 서울로 극히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일정으로 체력이 온전치 않지만 지난 시즌 3위에 수준급 선수들을 보유해 윤 감독의 데뷔전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점쳐졌다.
철퇴축구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윤 감독의 색깔은 명확하게 드러났다. 전체적으로 세밀함은 부족했지만, 그 공백은 우직함으로 채웠다. 롱볼과 좌우 측면을 이용한 공격을 바탕으로 순도 높은 골 결정력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빠른 공수 전환은 가장 뚜렷하게 묻어났다.
지공 상태에서 간격을 촘촘히 하며 수비를 강화하던 울산은 볼을 빼앗은 뒤에는 무섭게 라인을 끌어올렸다. 역습에서 양동현, 제파로프, 김태환, 따르따, 마스다, 그리고 하성민까지 모두 올라가며 수적 우위를 점했다. 직접 목격한 최용수 감독은 "수비를 견고하게 한 뒤 역습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날카롭다"고 높이 평가했다.
2012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김호곤 감독의 원조 철퇴축구는 윤 감독이 끌어냈다. 지난 시즌 전임인 조민국 감독 체제하에서 주춤거렸던 울산이 윤 감독을 원했던 이유는 새로운 철퇴축구의 재현으로 입증됐다. 힘차게 닻을 올린 윤 감독은 더욱 개선된 플레이를 약속했다.
윤 감독은 "상대를 압박한 뒤 카운터 어택을 주 공격 루트로 삼았다. 이것이 우리가 계속 유지할 부분이다. 또한 무실점으로 버티면 이기는 경기가 가능하다"며 수비 강화를 우선시했다.
안전과 실리를 중시하는 윤 감독의 울산이다. 이는 팀의 공격수인 양동현의 발언에서 잘 읽힌다. 양동현은 "윤 감독은 실점을 경계한다. 득점을 하지 못하더라도, 패하는 것보다 무승부를 중요시한다. 그렇게 쌓은 승점 1점이 나중에 팀이 힘들 때 소중하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수비에 중점을 둔 안정된 운영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양동현은 "윤 감독이 수비에 치중하다보면 상대의 실수가 많이 나오고, 재빠르게 볼을 낚아채 역습으로 전환하면 득점 찬스가 많이 난다고 했다. 이 부분을 집요하게 공략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더욱 업그레이드 될 철퇴축구의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울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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