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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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위기에 전설들 한목소리 "붐 일어야 할텐데"

기사입력 2014.04.02 06:54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마라톤은 한국 스포츠 역사에 큰 상징성을 지닌다. 나라 잃은 설움과 전쟁의 아픔을 이겨낸 민족의 힘이 마라톤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42.195km의 고난이 곧 민족의 아픔이었고 고충을 딛고 완주를 해내는 모습은 힘든 시기 국민에게 큰 힘이 됐다.

영화를 누린 주역들도 다양하다. 한국인 최초로 세계를 제패한 고 손기정(베를린올림픽 금메달) 선생부터 보스턴에서 일장기가 아닌 태극기와 함께 정상에 선 서윤복과 함기용, 그 뒤를 이어 1990년대 황금기를 연 황영조(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와 이봉주(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까지. 이들은 하나같이 그 시대를 대표했고 국민 마라토너로 불렸다.

자연스럽게 계승되던 국민 마라토너의 호칭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2000년대 들어 하락세에 빠진 한국 마라톤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명예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2 런던올림픽은 한국 마라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대표 3명 중 가장 앞선 기록이 2시간17분19초였다. 메달권과 8분 이상 차이가 났고 2시간3분23초의 세계신기록에는 견주기 창피할 정도였다.

지난 2000년 이봉주가 도쿄마라톤대회에서 세운 한국신기록(2시간7분20초)이 14년이 넘도록 깨지지 않을 만큼 퇴보하는 한국 마라톤의 가장 큰 문제는 선수 수급이다. 마라톤을 하겠다는 이가 없다는 얘기다. 옛 영광을 아는 이들의 한숨은 더 크다.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코오롱 구간마라톤대회에서 만난 함기용과 이봉주,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지영준은 눈으로 본 현실에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함기용은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예전에는 구간마라톤대회가 많았다. 이런 대회가 많아야 어린 선수들의 수가 많아진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구간마라톤대회가 고작 2개밖에 없다. '큰일났구나' 싶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이봉주도 동의했다. 이 대회를 통해 국민 마라토너로 성장했던 이봉주는 "여자부 참가 학교가 9개밖에 없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직접 와서 보니 한숨만 나온다"고 걱정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임춘애도 "초등학교 코치를 3년 동안 했는데 그만 둔 이유가 뭔지 아느냐"고 물으며 "선수가 늘지 않아서 그만뒀다. 요즘 부모들이 육상을 시키지 않는다. 조금만 잘 달리면 야구와 축구로 돌아선다"고 거들었다.

그렇다고 마라톤의 인기가 없지는 않다. 현재 아마추어 마라톤 동호회 수는 상당하다. 대중을 대상으로 열리는 마라톤 대회는 매주 끊이지 않고 열린다. 연간 400개 대회에 참여하는 마라톤 인구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간극은 상당하다. 동호회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는 없을까.

이들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임춘애는 "마라톤은 어릴 때부터 중장거리를 뛰며 골격을 완성해야 한다. 고등학교 선수라고 무작정 마라톤을 시키지 않는다. 동호회가 아무리 많아도 마라톤 선수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골격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봉주도 "생활체육은 단지 자신의 건강을 생각한 대회다. 아무리 대회가 많이 열려도 마라톤 성적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동호회를 통해 인기를 확인했듯 마라톤에 대한 바람이 한 번만 불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수영의 박태환과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처럼, 아니 그 이전 마라톤의 영광을 만들었던  황영조와 이봉주 같은 선수들이 나와만 주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장에서 같이 뛰는 지영준 코오롱 코치는 "박태환과 김연아가 나왔듯 마라톤이라고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면서 "현재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지도 방식은 세계 정상권과 차이가 없다. 선수들의 기량이 올라오면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오는 9월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이다. 아시안게임에서 마라톤은 한국의 전통적 메달밭이다. 김원탁(1990 베이징), 황영조(1994 히로시마), 이봉주(1998 방콕·2002 부산), 지영준(2010 광저우)까지 금메달 행진 중이다. 정체되어 있는 한국 마라톤이 반등할 기회다.

이봉주는 "아시안게임을 통해서 붐을 타야 한다. 그래도 아직 아시아에서는 경쟁력이 있다. 해볼 만한 대회다"고 말했고 지영준도 "아직 누가 대표로 뛸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서 마라톤 붐을 위해 금메달에 도전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이봉주·지영준·코오롱 구간마라톤 현장 ⓒ 엑스포츠뉴스DB,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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