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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의 몰락?'…ACL 전력평준화 어떻게 봐야 하나

기사입력 2013.05.23 17:17 / 기사수정 2013.05.24 22:35

서영원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닥공' 전북 현대가 끝내 고배를 마셨다. 전북은 22일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가시와 레이솔(일본)을 상대로 2-3으로 패했다. 1,2차전 합계 2-5의 참패. 이에 따라 대회 8강에 안착한 K리그 팀은 FC서울이 유일하게 됐다. 온갖 억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K리그의 몰락'부터 '아시아서도 통하지 않는 한국축구' 등등. K리그가 힘든 초여름을 보내고 있다.

ACL의 확장, 달라진 위상 

ACL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자국리그 외적인 번외 게임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ACL의 위상이 달라진 요인으로 크게 두가지가 꼽힌다. 첫째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의 탄생이 참가 클럽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클럽월드컵은 2005년 기존 유럽과 남미 챔피언이 격돌했던 도요다컵을 확대해 세계적인 대회로 탈바꿈했다. 

참가만 해도 보장되는 폭발적인 상금과 홍보효과는 ACL 참가팀들의 의지를 상승시켰다. K리그의 경우 모기업이 아시아, 세계시장을 겨냥하는 전북이 과거 클럽월드컵 참가 이후 톡톡한 홍보효과를 누린 바 있다. 둘째 참가 팀과 참여 리그 수의 증가다. ACL은 2008년까지 상위 14개 리그에만 출전권을 부여했으나 2009년부터 하위대회 AFC컵 창설과 동시에 리그 평가제를 도입했다.

리그 평가제는 AFC컵부터 ACL까지 모든 참가팀의 소속 리그 수준을 평가하는 제도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 태국 등 기존 ACL 본선행이 불가능했던 리그들이 플레이오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중하위 리그의 반란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지면서 올시즌 대회 8강에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가 진출하는 이변 아닌 이변이 연출됐다. 

  ACL의 경쟁력, 부침 겪는 K리그

아시아 중하위 리그의 상위권 팀들이 과감한 투자와 개선을 통해 ACL에 도전하게 되면서 적지않은 변화가 생겼다. 이는 K리그를 비롯한 기존 상위권 리그에 적지않은 위협이 됐다. 반면 대회 경쟁력과 위상이 올라가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참가 리그의 확대와 목표 개선 등으로 대회 수준이 달라졌다. 

이에 따라 K리그 팀들의 ACL 행보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손쉬운 예측도 어려워졌다. 공교롭게도 최근 3년간 K리그 팀들의 토너먼트 성적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지난 2010년만 해도 K리그의 강세가 아시아 전역에 위용을 떨쳤다. 대회 16강에 K리그 4팀이 진출했고 8강에도 4팀이 올랐다. 당 시즌 ACL에 참가한 K리그 4팀이 모두 8강에 오르는 기염을 떨쳤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1시즌 부터 K리그의 성적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16강 3팀, 8강 3팀이 진출했다. 지난 시즌에는 16강에 2팀이 올랐고 대회 8강에 한 팀이 진출했다. 올시즌도 마찬가지. 전북이 가시와에 패하면서 대회 8강 토너먼트에 남은 K리그 팀은 FC서울이 유일하게 됐다. 포항과 수원은 올시즌 ACL 조별리그에서 탈락의 쓴 잔을 마셨다.

 아시아 축구 '자본의 힘'

ACL은 아시아의 지역 특성을 고려해 조별리그를 서아시아 동아시아로 나눠 진행한다. K리그 팀들은 주로 중국, 일본 클럽을 상대로 조별리그를 치른다. 여기에 추가되는 팀은 우즈베키스탄, 태국, 호주 팀들이다. ACL에서 J리그 팀들을 상대한 K리그 팀들의 성적이 좋지 않다. 2009년 이후 상대전적에서 19승 12무 20패로 오히려 소폭 열세를 보이고 있다. 

J리그는 최근 ACL에서 크게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게 사실. 그러나 K리그는 이런 J리그를 상대로도 비등한 게임을 되풀이하고 있는 중이다. 더욱 주목되는 부분은 '중국 클럽의 성장'과 '약소리그의 괴물팀'들이다. 광저우 에버그랑데(중국)를 비롯해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 등 최근 아시아 축구에는 매머드급 자본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팀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각각 대표팀 선수 위주의 스쿼드를 자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축구에서도 나름 뚜렷한 족적을 남겼던 유명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해 경기력 극대화에 힘 쏟고 있다. 투자와 모험을 감행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 이들의 목표가 자국리그로 한정됐던 데 비해 지금은 아시아 무대까지 동시에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K리그 몰락?…아시아의 성장

일본 '스포츠나비'는 “ACL은 리그 또는 대표팀 수준과는 무관한 단독 클럽간 전쟁으로 성격이 변하고 있다”며 최근의 사태를 진단했다. 중국 포털사이트 '왕이'는 “ACL에서 중국팀이 우승한다고 해서 중국축구의 수준이 올랐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의외로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ACL 성적과 리그 수준은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아시안클럽챔피언십, 아시아컵위너스컵이 ACL로 통합 개편된 지 10년째 되는 시즌이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이다. ACL 초창기에는 중동 클럽이 득세했다. 그러나 이후 J리그와 K리그가 연이어 ACL에서 강세를 떨쳤다. 올시즌 흐름은 조금 다르다. 특정 리그의 강세로 보기 어렵다. ACL 참가팀들의 경쟁력 상승으로 전력 평준화가 이뤄졌다.

실제 올 시즌 8강은 7개 리그에서 고루 분포됐다. 동아시아 4강은 서울을 비롯해 광저우, 가시와, 부리람으로 결정됐다. ACL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또한 그 의미가 상당하다. 지금 K리그에게 필요한 건 일각에서 제기된 투정이나 낭설이 아니다. 아시아 정상을 유지하기 위한 냉철한 분석과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서영원 기자 sports@xportsnews.com

[사진=전북과 가시와 ⓒ 전북 제공]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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