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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무비 레시피] '미나 문방구'는 '초딩', '라운드 업'은 '희망의 증거'라 부른다

기사입력 2013.05.09 23:37 / 기사수정 2013.05.13 10:5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최근 '어린이' 혹은 '아이들'보다는 '초딩'이라는 호칭이 더욱 친숙해진 것 같다. 국어사전에서 '초딩'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얕잡아 이르는 말'을 뜻한다. 아이들을 낮춰서 부르는 것은 물론 철들지 못한 어른들을 놀릴 때도 '초딩'이라고 부른다. '때로는 아이들에게 배울 점도 있다'는 격언이 있지만 언제부터인지 '어린이'보다 '초딩'이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다.

5월은 '어린이날'이 있는 달이다. 1923년부터 1934년까지 '어린이'라는 아동잡지가 간행됐다. 이 잡지를 발간한 소파 방정환의 노력으로 인해 아이들을 위한 날이 제정됐다. 지금은 비록 어리고 세상을 모르지만 '어린이'들은 미래의 주인공이자 어른들의 희망이기도 하다.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이라 그런지 최근 아이들이 등장하는 영화가 개봉되고 있다. 특히 지난 8일에는 아이들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 두 편이 언론시사회를 가졌다. '미나 문방구'는 삶에 지친 32세의 공무원이 지방으로 내려가 초등학교 앞에 있는 문방구를 운영하면서 아이들에게 '치유'를 받는다는 이야기가 진행된다. '라운드 업'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던 유대인 13,152명이 체포된 실화를 다루고 있다.

'미나 문방구'는 삶에 지치고 추억의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한 '힐링 영화'다. 반면 '라운드 업'은 프랑스 정부가 감추고 싶었던 역사적 사실을 파헤친 작품이다. 두 편의 영화에서 어린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극명하게 달랐다.

무비 레시피 재료 : 미나 문방구, 라운드 업



미나 문방구(5월16일 개봉) : 정익환 감독, 최강희, 봉태규 주연


주인공 강미나(최강희 분)는 초등학교 시절 학급 친구들에게 '방구'라고 놀림을 받는다. 어린 아이들은 문방구 집 딸인 미나를 '문방구'에서 '문'자만 뺀 '방구'라 부르며 지속적으로 놀린다. 문방구 집 딸인 자신이 부끄럽기만 했던 그녀는 가게 주인인 아버지를 원망한다. 자신의 이름을 딴 가게 이름인 '미나 문방구'는 자신의 추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단어다.

서른을 넘긴 미나는 경기도의 한 도시에서 잘 나가는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에서 문방구를 계속 운영하고 있던 아버지(주진모 분)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병원에 누워있는 아버지를 대신해 임시로 '문방구 사장'이 된 그녀는 가게를 팔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자신이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과 변하지 않았던 '미나 문방구'는 매우 낡고 초라한 가게다. 미나는 이러한 곳에 머물고 있는 것 자체를 못마땅해 한다. 이러한 그녀에게 문방구 문을 두드리는 아이들은 그저 귀찮은 '초딩'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속적으로 자신을 찾는 아이들에게 마음을 연다.

'미나 문방구' 앞에 있던 초등학교의 교사로 부임한 최강호(봉태규 분)는 몸만 성장한 '초딩'이다. 학교 수업 중에도 그는 미나 문방구 앞에 있는 게임인 '스트리트 파이터'만 생각한다. 아직 철이 들지 않은 그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간직한 채 미나에게 다가선다. 냉소적인 공무원이었던 미나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변해간다.

영화는 미나가 아이들과 강호로 인해 '순수함'을 되찾는다고 설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나는 아이들이 가진 진정한 '순수함'과는 다른 '철없음'에 동화된다. 영화 내내 아이들의 진솔한 시선은 살아나지 못하고 그들이 저지르는 실수와 장난만이 반복된다. 이러한 분위기에 휩쓸리는 미나는 또 한 명의 '초딩'이 되고 만다.



라운드 업(5월16일 개봉) : 로젤린 보쉬 감독, 장 르노, 멜라니 로랑 주연


1942년 7월16일,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고 있던 유대인들은 프랑스 경찰들에게 체포된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나치의 '인종정화정책'에 동조해 유대인 색출 작업에 공범으로 나섰다.

프랑스 경찰들에게 연행된 13,152명의 유대인들 중 아이들은 무려 4,051명이었다. 이들은 파리의 거대한 경륜경기장에 갇힌다. 물 한 방울 먹을 수 없는 이곳에서 어른들은 절망에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아이들은 웃고 떠들며 이리저리 뛰논다. 경륜장의 사이클 도로는 어른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놀이터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완성된 '라운드 업'은 어린 아이들이야말로 '희망의 증거'라고 설파한다. 경륜장에 갇혔던 유대인들은 프랑스의 어느 수용소로 옮겨지고 그곳에서 가족들은 뿔뿔이 헤어진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래도 내일은 엄마를 만날 수 있을거야"라며 꿈을 버리지 않는다. 세속의 떼에 묻지 않은 아이들은 '절망'보다 '희망'에 익숙하다. 한 가정의 막내였던 소년 노노는 자신의 어머니가 죽은 것을 모르고 있다. 가스실로 달려갈 차에 오르면서도 엄마와 재회할 꿈을 간직하고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프랑스 인들 중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는 수용소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간호사 아네트(멜라니 로랑 분)다. 그녀는 희망을 잃지 않는 노노를 정성껏 돌본다. 아네트는 죽음이 임박한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노노를 통해 삶의 소중함을 배운다. 그리고 아이들이야말로 '희망의 증거'라고 깨닫는다.

아네트와 노노가 헤어질 때 보는 이들의 눈시울은 뜨거워진다. 가스실로 출발하는 기차역에 도착한 노노를 찾기 위해 아네트는 필사적으로 뒤를 쫓는다. 노노가 일깨워준 '희망'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2010년 완성된 이 영화는 3년이 지난 뒤 국내에 공개됐다. 당시 생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완성된 '라운드 업'은 프랑스는 물론 해외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프랑스의 가장 수치스러운 역사가 드디어 영화로 만들어졌다. 프랑스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봐야하는 영화"라며 극찬했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미나 문방구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라운드 업 스틸컷 ⓒ 드림웨스트 픽쳐스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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