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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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VB 월드컵] 김사니를 위한 변명

기사입력 2007.11.09 07:16 / 기사수정 2007.11.09 07:16

조훈희 기자

            


<현존하는 더블세터 시스템의 마지막 유산인 김사니>

[엑스포츠뉴스=조훈희 기자] 지난 2라운드 도미니카전과 태국전에서 보여준 여자배구 대표팀의 경기력은 마치 지킬과 하이드를 보는 듯한 서로 다른 경기 양상으로 배구팬들의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현재 여자배구 대표팀 득점 1위는 김연경이다. 순수한 스파이크 득점은 전체 69점중 67점, 팀내 공격득점 2위인 한유미 역시 총점 51점중 46점이 스파이크 득점, 김연경과 한유미 두 공격수가 레프트에서 활약해주다보니 세터 김사니는 팀 공격성공률이 좋은 편이 아님에도 경기당 8.71개의 토스 성공으로 월드컵 3위에 올라있다.

그럼에도 지난 2라운드에서의 경기는 두 경기의 양상이 매우 틀렸다. 첫번째 도미니카와의 경기에선 김연경,한유미가 45득점을 합작하며 공격에서 매우 잘 풀렸음에도 조직플레이 자체는 삐그덕거렸고, 김사니의 다소 의구심이 드는 토스워크는 경기를 관전한 팬들의 도마위에 올랐다. 반면 태국전에서는 주포 김연경이 채 2세트를 뛰지 못하고 물러났고 한유미 역시 부진했음에도 정대영이 활약하며 한국의 공격은 원활하게 돌아갔고 보다 손쉽게 승리를 거두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많은 시청자들과 팬들은 공격의 경직성을 꼽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부동의 국가대표 세터 김사니의 토스워크, 시쳇말로 '몰아주기'식 토스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도미니카전과 김연경이 31득점으로 분전했던 일본전에서 그 논쟁은 더욱 심해졌다. 외국인 선수가 도입된 원년인 지난 시즌 V리그에서부터 집중적으로 도마위에 올랐던 김사니의 토스워크와 경기운영은 김사니가 부상으로 결장했던 아시아선수권을 제외하고 항상 그녀를 따라다닌 족쇄와도 같은 것이다.

원인은 무엇일까? 사실 김사니는 정통 세터와는 거리가 멀다. 데뷔시절부터 180cm의 장신에 왼손잡이로써 라이트 공격수나 다름 없는 공격적인 성향을 가졌던, 지금은 거의 사라진 더블세터 시스템에 어울리는 선수이다. 실제로 데뷔 초기 김사니는 더블세터 시스템에서 뛰었고, 때문에 김사니는 초기 때부터 국가대표자리를 경쟁하던 다른 세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야가 좁고 운영이 경직되어있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는 선수였다. 

거기다 김사니는 최근 무리한 출전으로 인해 허리부상을 당하며 세터의 중요한 공격옵션 중 하나인 백토스에 상당히 제약을 받았었다. 또한 김사니 본인이 가진 성격적인 특징인 다혈질 역시 게임 운영의 전권을 쥔 세터에게는 좋지 않은 마인드인 것도 세터 김사니의 경기력에 영향을 늘상 미쳐왔다.

거기다 외국인선수 제도가 시행된 첫 해, 레이첼 밴 미터라는 공격수를 만나면서 그 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김사니가 속했던 한국 도로공사의 지난 시즌은 한송이,임유진이라는 레프트 주포가 부상으로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던 사이 레이첼 밴 미터 1명에게 거의 의지하다시피한 상황. 

현재 국가대표팀의 라이트 배유나,나혜원은 레이첼 밴 미터만큼의 공격력을 기대하긴 어렵고, 정상 컨디션의 국가대표팀은 오히려 김연경,한유미가 중심이 되는, 외국인 선수가 없던 2년전의 도로공사와 더 닮아있다. 그때 도로공사를 2위까지 끌어올린 임유진의 백어택과 한송이의 레프트강타는 이제 더이상 도로공사의 주 공격옵션이 아니다.

또한, 김사니가 속했던 도로공사는 늘상 미들블로커의 공격력이 취약했던 팀이었고, 중앙에서의 공격옵션은 속공보다는 철저하게 김미진을 중심으로 한 이동공격에 무게가 맞춰져 있었으며, 그나마도 작년 김미진이 부상에 시달린 도로공사의 중앙공격은 처참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한때 국가대표도 했던 김지현은 공격력에서는 김세영보다도 나은 점이 없는 선수로 김지현이 전위에 있을때는 사실상 중앙공격이 유명무실한 정도였다.

그래서 월드컵에서 한국팀을 이끄는 김사니의 토스워크은 2년전의 도로공사와 닮아가는 것 같다. 라이트 배유나가 당시 라이트였던 곽미란보다는 나은 선수지만, 백토스에 아직 자신감이 없는 김사니가 믿고 맡기기엔 부담이 클 것이다. 

또한 한국 대표팀의 미들블로커 구성은, 김사니가 팀에서 즐겨쓰던 횡적인 이동공격보단 종적인 중앙속공에 더 능한 정대영,김세영과 자신의 페이스보다 조금 빠르지만 높이는 낮은 지정희로 구성되어있다. 김세영,지정희가 같은 팀 동료가 되었어도, 월드컵 참가 12개국중 가장 불안한 서브리시브를 깔고 kovo컵에서 맞춰본 채 1년도 안된 궁합으로 중앙을 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김사니의 경기운영은 김연경,한유미의 컨디션보다는 정대영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더 극명하게 갈린다. 정대영은 궁합상 김사니와 맞는 선수가 아니지만, 기본 공격력이 김세영,지정희보다 월등하게 앞서며 올라운드 플레이어인지라 스스로 공격옵션을 만드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보니, 정대영의 A속공이 사실상 세트플레이의 중심이며 정대영의 속공이 살아나면서부터 그제서야 김세영을 활용하는 공격을 구사한다. 

지정희가 나와있을 때의 이동공격은 아직까지 손발이 맞지 않아서인지 토스가 약간 높게 올라오는 경향이 있으며, 지정희의 스피드가 회복이 덜된 것인지 깔끔하진 못한 편이다. 그러나 이것조차 없어지면 한국대표팀의 공격은, 자기 비하적인 '뻥배구'로 변해 김연경과 한유미에게 엄청난 공격의존을 하게된다. 

그 때문에 부상에서 채 회복이 되지 않은 김연경은 1경기 활약하면 다음경기는 체력안배를 해줘야 할 정도가 되었고, 한유미가 공격이외의 다른 것을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운영이 경직되어 리베로 김해란 혼자 수비하는 수비불안의 가중이 더 진행된다.

올해 처음으로 생긴 여자배구 FA제도를 통해 동갑내기 세터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아시아선수권에서의 이숙자카드가 실패하면서 대안이 없어진 여자 국가대표 세터진은 염혜선과 작년 최대어 한수지의 급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한 김사니 1인체제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고,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에서도 김사니는 팀의 주전 세터로 나설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김사니의 토스워크를 앞으로도 계속 보게 될 것이며, 또다시 그에 대한 논쟁을 지속할 지도 모른다.

과연 김사니를 중심으로 어떠한 플레이를 해야되는가? 현재 한국 여자배구의 얕은 인재풀로는 별다른 대안을 생각하기 어렵고, 김사니의 토스워크 말고도 대표팀의 문제거리는 산적해있다. 김사니의 경험과 김사니가 가진 강점은 분명히 무시할 수 없는 요소지만 뚜렷하게 드러나있는 세터 김사니의 운영 약점은 분명히 앞으로 올림픽 진출 최종예선에서 상대팀이 노리고 들어갈 요소일 것이다. 

이정철 감독과 최광희 전력분석관이 과연 어떤 방법으로 대표팀의 조직플레이를 좀더 효율 높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인가가 남아있는 월드컵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조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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