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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 "나 역시 오수앓이…조인성은 좋은 친구" (인터뷰)

기사입력 2013.04.08 10:24 / 기사수정 2013.04.09 19:04

임지연 기자


[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칭찬을 안 받다가 오랜만에 받으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정신이 없네요"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5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은 배우 송혜교. 처음 그녀가 이 작품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아직까지 대중들의 눈에 '청춘스타'로 기억되는 그녀가 전통 멜로물인 이번 드라마에서 앞을 보기 어려운 시각 장애인을 연기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향한 물음표를 한층 성숙해진 감성 연기를 통해 느낌표로 돌려놨다. 청춘스타로 시작해 이제 30대 여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배우 송혜교를 만났다.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은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줄곧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지키며 선전했고 최근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반응이 좋아서 감사했죠. 칭찬을 안 받다가 오랜만에 받으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정신없더라고요. 솔직히 내 연기를 보며 진짜 잘했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늘 아쉬움만 들었는데, 이번 작품 보면서 좋았던 건 미스터리한 느낌들이 나는 부분들, 다른 작품에서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이 살아서 좋았어요. 그 외는 항상 아쉽고 부족한 것만 같아요(웃음)"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시각 장애인 연기에 도전한 송혜교는 외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연기를 해온 그녀에게 어긋난 시선으로 상대방과 교감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오영이라는 인물이 가진 상처와 외로움과 만날 땐 더욱 그랬다.

"연기를 할 때 눈을 안보고 연기하니까 혼자 있는 것 같았어요. 다른 사람들은 다 교감을 하는데, 나만 안 그러기에 같이 있는데도 떨어져 있는 느낌이 초반에 많이 들었어요. 현장에서 우울한 편도 아니고, 말이 없는 편이 아닌데. 가장 조용히 있었던 현장이던 것 같아요."

"많이 예민해져 있었죠. (반 사전 제작 드라마이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다른 드라마 보다 많은 작품이었지만 다음 촬영을 위한 예습을 철저히 해야 했어요. 또 감정 조절을 잘 해야 했고요.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죠. 중간에 예민해져서 장염에 걸렸었어요. 배우들 전부 그랬던 것 같은데… 드라마가 끝났으니 운동을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다른 작품에 비해서는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 있었지만, 여유가 없다 보니 잠을 못 자겠더라고요(웃음)"

이 작품의 집필을 맡은 노희경 작가는 오영에게 킬힐을 신게 했다. 때문에 처음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예고편이 공개 됐을 때 시각장애인이 킬힐을 신고 있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기도. 이에 노 작가는 "취재를 많이 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시각 장애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닫혀있지 않다. 그런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쉽지 않았던 오영이라는 인물로 살아온 송혜교는 "시각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깨지진 않았지만, 영이라는 캐릭터 때문에 '그 겨울'을 사랑해주셨던 분들은 조금은 따듯한 시선으로 많이 봐주시는 것 같아요. 갤러리 등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마음이 따뜻하더라고요. 내가 많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 드라마를 사랑해주는 사람들만큼은 그들의 움직였구나 싶었어요"라며 기분 좋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송혜교 그리고 노희경 작가, 김규태PD, 조인성의 '그 겨울'

2009년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 출연해 노희경 작가와 인연을 맺었던 송혜교는 이번 작품을 통해 노 작가와 재회했다.

"제 생각에는 '그 사세' 때 가능성을 보셨던 것 같아요. 또 그 때 시원하게 끝나지 않았고,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에 그 아쉬움을 없애려 하셨던 것 같아요"

노희경 작가는 마니아층이 짙은 드라마를 대중 앞에 선보여 왔다. 적어도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전까지는 말이다. 송혜교, 현빈이 호흡을 맞추며 기대를 모았던 '그들이 사는 세상' 역시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지금까지 많은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드라마이기도 하며, 방영 당시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또 사랑 받는 작품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 5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송혜교. 어찌 보면 마니아층이 강하다는 이유로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해온 노희경 작가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모험일 수도 있었을 터.

"신기했던 게 누군가 나의 드라마를 얘기하면 시청률 5-7% 나왔던 '그들이 사는 세상'을 얘기하더라 고요. 40% 시청률을 넘겼던 드라마도 아니고. 그 작품은 너무 앞서나갔던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 자체가. 지금도 보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이 드라마 시작할 때도 언젠가는 대중들이 이 드라마를 볼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때문에 시청률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었어요"

"노희경 작가의 말투는 절대 따라갈 수가 없어요. 또 대본에 나오는 말투가 노 작가의 평상시 말투도 아니고. 노희경 작가와 함께 있으면 좋은 점은 알고 있는 부분이 많아서, 얘기 듣고 있으면 너무 재밌어요. 선생님이 경험하신 것들이나 주변 상황들을 들려주시는데, 한 번 수다를 떨면 거의 6시간 넘게 수다를 떨어요. 그런데 한 참 얘기하다가 또 혼나요. 왜 선생님만 얘기하게 놔두고, 너는 얘기 안하냐고(웃음)"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다른 한 축은 김규태 감독이었다. 김 감독이 유독 클로즈업을 많이 시도하며, 다른 드라마와 다른 감각적인 영상을 담아낸 덕에 인물들의 감정 및 관계 변화느 더 효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 올 수 있었다.

송혜교는 여배우로서 계속되는 클로즈업이 부담될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 감사했다"며 "감정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고, 멀리서 잡히면 표정 변화가 잘 안 잡힐 수도 있는데, 클로즈업됨으로써 표정 변화가 전달이 됐다고 생각해요. 연출을 그렇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죠"라며 "클로즈업이 부담스러웠던 적은 없고 그 것 때문에 살았다고 생각해요"라며 시원한 답을 들려줬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을 물었다. 그러자 촬영 당시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 잠시 말을 멈췄던 그녀는 극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던 산장 씬을 꼽았다. 오수(조인성 분)가 자신의 친 오빠라는 사실을 알게 된 오영이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사실을 숨긴 채 단둘이 떠났던 여행 장면이었다.

"산장에 있는 모든 장면들이 진이 빠졌어요. 미묘한 심리전이 있었던 터라.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이 많았죠. 또 최종회에서 서로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도 그랬던 것 같아요. 저희 세트장 위에 비행기가 다녀요. 소리 때문에 멈춰야 할 때가 많았는데, 한 번 멈추면 감정이 잘 안 올라오기 때문에 진이 빠지곤 했어요"

"연기하면서 쓸쓸함을 느꼈던 장면은 산장에서 오수랑 헤어질 때 '사람이 사람이 죽으면 죄가 얼마야' 힐링을 해주면서 '네가 날 속인 거 무죄야. 넌 살기위한 방법이었고 난 행복할 때도 있었으니까' 그 대사를 하는데, 마음이 너무 쓸쓸하더라고요. 내가 진짜 영이가 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장면이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다시 외로움의 시작인거 잖아요. 너무 행복했었는데, 너무 안 됐더라고요. 오영이라는 인물이…"



가장 위로하는 싶은 사람은 왕비서(배종옥)란다. "지금 상황에서는 왕비서님을 가장 위로해주고 싶어요. 영이가 그의 마음을 알면서도 모질게 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안 보이는데 누굴 배려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 그래서 그런 영이에게 몇 십 년 동안 다 당한 게 왕비서죠. 오영에게 왕비서 거의 엄마 같아요. 친엄마 보다 더… 엄마 같은. 친엄마도 그렇게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엄마 같은 존재 인 거 같아요. 그런데, 우리엄마 보다는 아니에요. 엄마가 보시면 서운해 하실라…(웃음)"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마지막 한 축은 송혜교의 파트너, 배우 조인성이었다. 송혜교 만큼이나 오랜 시간 만에 대중 앞에 선 그. 송혜교는 그를 "좋은 친구"라 표현했다.

"보면서 진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인성씨가 키가 크고 내가 작으니, 순정만화 느낌도 나고 영이가 사랑스러워 보일 수 있었죠. 나 역시 '오수앓이' 할 수밖에 없었던 건 연기를 할 때 상대배우를 못 보고 방송을 통해서만 봤기 때문이에요. 오수의 연기를 보니까 '저런 눈빛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전세계에 저런 남자는 없어' 하면서, 여성시청자들이 보는 눈과 똑같이 되더라고요"

"드라마를 본 주변 지인들에게 문자가 왔어요. '너 좋겠다. 너 내일도 오수 볼 거잖아' 이런 식으로. 그러면 '나도 배우다' 라고 답장을 하면 '됐고 너 실제로 오수 보자나 좋겠다'가 오더라고요(웃음)"

촬영 중 있었던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유독 업는 장면이 많아) 미안했어요. 무거울까봐. 앞으로 안으면 더 무겁거든요. 몰랐는데 어떤 스태프가 나중에 얘기해주더라고요. 인성씨가 손이 떨렸다고. 같이 앉아있는데 "인성이 오늘 또 밥 못 먹는 거 아니야"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왜? 그랬데요? 밥 먹 못었데요?"라고 물었더니 밥 먹으면서 손을 떠셨다고(웃음) 그 다음부터 안는 장면만 되면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차라리 뒤로 업히는 건 편한데… 작가님이 너무 많이 넣으셔서(웃음)"

"살아있으니까 살고 싶다"를 가장 좋은 대사로 꼽은 송혜교는 오수의 내레이션은 다 좋았단다. 그는 "선생님이 오수에게 다 줬어요"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오영으로 살면서 길고, 춥고, 외로웠던 시간이 다 지나갔다. 마지막 촬영이 끝나자 "울컥했다"는 그녀는 노희경 작가와 끌어안고 한 참을 그 여운을 즐겼다고. 

"진짜 힘든 작품이었어요. 모든 작품이 끝나면 시원섭섭하고 허한데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달랐어요. 그 시간, 그 괴롭힘을 다시 받았으면 좋겠고. 떠나 보내기가 힘드네요. 작가님 감독님 배우들도 모두 그럴 것 같아요"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사진 = 송혜교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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