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삼성 라이온스의 2년 연속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2 팔도 프로야구는 팬들에게 많은 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했다.
연일 박진감 넘치는 경기와 사건들로 화제를 모았고 1982년 출범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700만 관중을 돌파, '국민 스포츠'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엑스포츠뉴스가 2012시즌 프로야구 화제의 인물과 순간을 꼽았다.
올해의 선수 - 박병호(넥센 히어로즈)
박병호는 더 이상 '차세대 거포'가 아니다. 그에게 2012년은 리그 정상급 타자의 이미지를 굳힌 값진 한 해였다. 시즌 전 경기인 133경기에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타율 2할 9푼 31홈런 105타점 20도루로 홈런과 타점왕을 거머쥐었다. 20(홈런)-20(도루)까지 달성하며 호타준족을 뽐냈다.
박병호가 4번 타자로 자리를 잡은 덕에 넥센은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중심타선(이택근-박병호-강정호)을 구축할 수 있었다. 특히 박병호는 시즌 MVP와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물론 각종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상을 휩쓰는 등 '시상식을 지배한 남자'가 됐다. 역경을 딛고 성공 신화를 쓴 그이기에 더욱 많은 화제를 불러모았다.
올해의 감독 - 류중일(삼성 라이온즈)
부임 첫 해부터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의 우승을 이끈 류중일 감독. 올 시즌에는 어깨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삼성이 우승한다"는 주위의 평가 때문. 그래서인지 삼성은 시즌 초반 7위까지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삼성은 중반 이후 무서운 상승세로 손쉽게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고, 한국시리즈서도 SK를 누르고 2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초보 감독으로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한국팀 최초 아시아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류 감독. 올해는 '형님 리더십'보다는 선수들과 거리를 두는 등 스타일을 바꿨다. 팀이 어려울 때 더욱 그랬다. 결과는 2년 연속 우승. 우승 직후 "나는 복이 참 많은 사람인 것 같다. 명장이 아닌 복장, 운장인 것 같다"며 기뻐했다. 부임 첫 해 우승은 우연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올해의 팀 - SK 와이번스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었다. '수호신' 정대현과 이승호가 나란히 FA가 돼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시즌 전부터 SK의 자랑이던 '벌떼야구'가 계속될 수 있을지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정식 감독으로 승격한 이만수 감독의 올 시즌은 쉽지 않을 듯 보였다.
SK는 시즌 초반 1위를 질주하는 등 좋은 페이스를 유지했다. 하지만 6월 28일 삼성전부터 7월 11일 넥센전까지 8연패를 당하며 6위까지 추락했다. 2006년 이후 8연패는 처음이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연패 탈출과 함께 연승 모드로 돌아섰고, 흐름을 끝까지 이어갔다. 결국 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안착했다.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치른 탓에 한국시리즈에서 쉽게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끈기 있는 플레이로 3, 4차전을 따내는 등 강팀의 면모를 충분히 보여줬다.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이 있다. 한 번 굳어진 강팀 이미지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올 시즌 SK가 보여줬다.
최고의 순간 - 김진우(KIA 타이거즈) 6년 만에 10승
지난 10월 1일 군산구장서 열린 KIA-롯데전.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김진우였다. 김진우는 이날 9이닝 5피안타 7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 완벽투로 6년 만에 한 시즌 10승 달성에 성공했다.
9회초 2사 1, 3루 위기 상황. 마지막 타자 황성용의 안타성 타구를 우익수 최훈락이 팔을 쭉 뻗어 잡아냈다. 김진우가 6년 만에 시즌 10승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투혼의 119구였다. 오른 주먹을 불끈 쥔 김진우는 포수 김상훈을 끌어안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5월 9일 한화전서 무려 1791일 만에 선발승을 따낸 김진우, 이제 KIA에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전력이다. 지난 몇 년간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는 야구에 대한 절실함과 자신의 노력으로 이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리고 10승 투수로 거듭났다.
최악의 순간 - 래다메스 리즈(LG 트윈스) 16구 연속 볼
4월 15일 잠실 LG-KIA전. 양 팀이 5-5로 맞선 연장 11회초, LG 마무리투수 래다메스 리즈가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차일목을 2구 만에 2루수 땅볼로 잡아낸 그는 갑자기 돌변했다. 마치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에 걸린 듯했다.
후속타자 홍재호를 시작으로 4타자를 연속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결승점을 헌납했다. 16구 연속 볼. 이후 안치홍에게도 적시타를 얻어맞고 추가실점했다. 승부는 여기서 끝이었다.
이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리즈는 약 2주 뒤인 26일 잠실 넥센전서도 3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며 7-5의 리드를 날려버렸다.
그러나 이는 리즈에게 큰 약이 됐다. 이후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은 리즈는 160km/h의 빠른 공을 지닌 강력한 선발투수로 돌아왔다. 선발 복귀 후 성적은 25경기 5승 10패. 평균자책점 3.33에 141탈삼진 68사사구로 안정을 찾았다. 리즈에게 어울리는 옷은 '마무리'가 아닌 '선발'임을 증명한 사례다.
최고의 명승부 - 7월 7일 두산 베어스 vs LG 트윈스 (잠실)
나란히 9승을 기록 중인 더스틴 니퍼트(두산), 벤자민 주키치(LG)가 올 시즌 첫 10승을 놓고 맞대결을 펼쳤다. 주키치는 7이닝 무실점, 니퍼트는 7이닝 1실점으로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였다. 9회까지 1-0 LG의 리드. 주키치의 10승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하지만 두산이 9회초 1사 3루서 고영민의 투수 강습안타로 동점에 성공,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 11회초. 두산 정수빈이 우중간을 꿰뚫는 타구를 날린 뒤 상대 실책을 틈타 홈까지 파고들었다.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열광했다.
LG도 연장 11회말 1사 1, 3루 기회를 잡았다. 3루 주자 최동수 대신 투수 김광삼이 헬멧을 쓰고 대주자로 나왔다. 김광삼은 윤요섭의 짧은 좌익수 희생플라이 때 전력 질주, 슬라이딩까지 감행하며 홈을 밟았다. 2-2 동점. 투수가 아닌 대주자로서 임무를 완벽 수행했다.
승자는 두산이었다. 두산은 12회초 2사 2루에서 양의지의 결승 적시타로 3-2 승리를 거뒀다. 이날 전까지 LG전 7연패에 허덕이던 두산은 이후 LG전 상대전적 6승 5패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사진=박병호, 류중일 감독 ⓒ 엑스포츠뉴스 DB]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