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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배구人] 이숙자, "아픈 허리도 우승 꿈 못 접게 했다"

기사입력 2012.12.12 01:31 / 기사수정 2012.12.12 11:4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해 허리 수술을 받았는데 아직 스피드 러닝과 힘든 훈련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고 있어요. 힘든 상황이지만 후배들이 잘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은퇴 문제는 올 시즌이 끝난 뒤 진지하게 생각해 볼 예정이에요."

그가 올린 토스는 선고 곱고 예쁘다. 공격수의 입맛에 맞는 볼은 '점프 토스'에서 나온다. 공중으로 도약해 볼을 올리는 점프 토스는 이숙자(32, GS칼텍스)의 장기다.

하지만 이러한 토스도 쉽게 구사하기 어려워졌다. 허리 통증이 남아있기 때문에 중심이 안 잡히고 흔들릴 때가 많다. 자신의 꿈이었던 2012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뒤 은퇴에 대해 깊이 고민해봤지만 아직 코트를 떠날 수 없다. 올림픽 4강 진출과 함께 팀 우승의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 의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숙자는 지난 10년 간 김사니(31, 흥국생명)와 함께 한국 여자배구 세터 계를 양분해왔다. 현대건설 시절부터 함께했던 정대영(31, GS칼텍스)과는 바늘과 실 같은 존재다. 소속 팀은 물론 대표팀에서 맞 언니 역할을 했던 그는 여전히 코트를 지키고 있다.

"올 해에는 계속 대표팀에 나가 있었는데 제가 없는 동안 후배들이 열심히 연습을 했어요. 특히 (이)나연이가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죠. 감독님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 경기가 안 풀릴 때 제가 나가서 하라는 미션을 주셨어요. 후배들이 잘해주고 있고 감독님도 배려해주시다보니 체력과 허리 통증의 부담감을 안 느끼고 있습니다."

GS칼텍스는 지난 시즌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개막 이후 4연승을 달리면서 단독 선두에 나섰다. 하지만 팀의 주포인 베띠(25, 도미니카 공화국)가 발목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상승세가 주춤해진 상태다.

"지난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와의 호흡에도 문제가 있었고 궂은일을 해줄 살림꾼도 부족했어요.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 선수들이 많은 고민을 했고 서로 희생하려는 마음도 가지게 됐죠. 베띠도 4년 전보다는 많이 유해졌습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선수들과 더욱 잘 어울리고 한국말도 늘었어요."

개막 전 GS칼텍스는 우승 후보로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주위의 시선에 부담감도 느꼈지만 이러한 점도 안고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숙자는 "부담감은 어느 팀이나 다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도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배구 선수의 목표를 이루게 해줬던 런던올림픽. 그러나 지금 멈출 수는 없다


이숙자의 올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그동안 밟아보지 못했던 올림픽 무대에 출전했고 4강 신화의 현장에 동참했다. 특히 이탈리아와의 8강전은 이숙자의 '인생 게임'이 됐다.

"이탈리아가 워낙 강팀이다 보니 마음을 비우고 나갔어요. (김)사니가 주전 세터였는데 이탈리아는 여기에 맞춰 대비를 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가 들어가게 됐죠. 사니와 저는 스타일이 다른데 이 점에 이탈리아가 당황하기 시작했죠. 제가 특별히 잘해서가 아니라 다른 패턴으로 경기를 펼치다보니 이탈리아는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그 순간 우리는 자신감을 얻었죠. (김)연경이는 경기 내내 파이팅을 외쳤는데 '우리가 이 멤버로 언제 다시 경기를 해보겠어'라며 우리를 다독였습니다.(웃음)"

가족들의 응원도 이숙자에게 힘을 줬다. 집에 돌아가면 한 사람의 아내인 그는 남편의 지원은 물론 친정 식구와 시부모님들의 성원에 힘을 얻었다.

"런던올림픽은 살면서 손에 꼽을 정도로 추억이 됐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가족과 친정 가족 그리고 시부모님들이 많이 응원해주셨어요. 시부모님은 현재 사시는 곳의 주민들을 초청해 함께 동메달 결정전을 관람하셨어요. 만약 우리가 동메달을 획득했다면 크게 한 턱 쏘실 예정이셨는데 우리가 패하는 바람에 그렇게 하시지 못하셨어요.(웃음)"

모든 것이 해피엔딩으로 향하는 것 같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하며 눈앞에 보이던 올림픽 메달을 놓쳤다.

"우리는 예선전에서 강팀들과 경기를 하고 올라왔죠. 반면 일본은 약 팀들을 상대로 힘을 조절하면서 올라왔습니다. 용쓸 대로 힘을 소비한 뒤 올라왔는데 일본은 우리를 200% 연구한 것 같았어요."

비록 동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후배들과 오랜 시간동안 동고동락하며 보낸 시간은 평생의 추억이 됐다.

팀 우승과 올림픽 출전 등 모든 것을 이룩한 이숙자의 행보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다시 한번 팀을 정상에 올려놓는 것이 그의 목표다. 아픈 허리는 그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결코 주저 앉을 수 없다. 어린 후배들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고 런던에서 4강 신화를 함께 달성한 정대영과 한송이(28, GS칼텍스)가 곁에 있기 때문이다.



[사진 = 이숙자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Gettyimages/멀티비츠]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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