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난 두산 내야수 여동건. 이천, 김근한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천, 김근한 기자) 두산 베어스 내야수 여동건이 '한국판 무키 베츠'와 더불어 야구 도인을 꿈꾼다. 2024시즌 살짝 맛본 1군 무대에도 여동건은 들뜨는 감정 없이 2025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국대 마무리' 박영현(KT 위즈)과의 포스트시즌 맞대결도 여동건의 승부욕을 자극한 장면이 됐다.
2005년생 내야수 여동건은 2024년 신인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여동건은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47경기 출전, 타율 0.279, 34안타, 1홈런, 16타점, 12도루, 22삼진, 11볼넷, 출루율 0.345, 장타율 0.377을 기록했다.
9월 확장 엔트리 시행과 함께 데뷔 첫 1군 등록이 이뤄진 여동건은 대주자로 1군 무대에 데뷔해 곧장 데뷔 첫 도루에 성공했다. 이후 여동건은 22일 LG 트윈스전에서 데뷔 첫 안타를 기록했다. 선발 출전에 나선 28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도 여동건은 데뷔 첫 멀티히트 경기와 한 차례 도루 성공으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여동건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9회 말 2사 2, 3루 기회에서 대타로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치렀다. 여동건은 상대 마무리 투수 박영현에게 3구 삼진을 당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그렇게 1군 데뷔 시즌을 마감한 여동건은 10월 일본 미야자키 피닉스 교육리그를 거쳐 11월 이천 마무리 훈련에 임하고 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여동건의 타격 자질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2025시즌 2루수 기용을 고민하고 있다.
이 감독은 "허경민 선수 이탈과 관련해 여러 가지 대안이 있는데 올해 활약한 전민재, 이유찬 선수와 함께 원래 3루수로 뛰었던 박준영 선수도 있다. 현재 컨디션이 좋은 오명진 선수와 박지훈 선수도 후보다. 여동건 선수가 3루수로 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 강승호 선수의 3루수 전향도 고려하고 있다"라며 "SK 와이번스 시절 3루수 수비 경험이 있더라. 강승호 선수가 3루수로서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시너지 효과를 더 낼 수 있을지 가능성을 봐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여동건 선수와 이유찬 선수를 2루수로 쓸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조금 넓어진다. 내년 시범 경기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두산 내야수 여동건이 2025시즌 주전 내야수를 차지하기 위한 도전에 나설 전망이다. 두산 베어스
지난 12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난 여동건은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신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뿐이다. 상황이 어떻든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 준비하면 주전이 아니더라도 팀에 도움을 주는 백업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는 주전이 목표지만, 확실한 경쟁력을 만드는 게 먼저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과정에 더 집중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데뷔 첫 시즌 성과에 대해서도 여동건은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여동건은 "많은 일이 있었는데 꼭 경험해야 할 일도 잘 겪었다. 1년 차에 많은 걸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첫 콜업 때와 첫 안타를 쳤을 때도 물론 기분이 좋았지만, 너무 들뜰까 싶어 일부러 평소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었다. (김)택연이도 그렇고 동기들도 좋은 활약을 보여줬는데 긍정적인 의미로 좋은 영향을 서로 끼쳤다고 생각한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여동건은 일본 교육리그에서 일본 투수들의 공을 손쉽게 공략하는 활약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여동건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지켜봤던 박영현의 공 덕분에 오히려 일본 투수들의 공이 쉽게 보였다는 일화를 전했다.
여동건은 "솔직히 일본 투수들의 공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건너갔다. 그런데 한국에서 마지막 타석이 박영현 선수의 공이었다. 구속이야 다른 투수들에게도 봤던 구속이었는데 공 움직임이 평생 본 적이 없는 공 움직임이라 놀랐다. 박영현 선수 공을 보고 일본 투수들의 공을 보니까 오히려 칠 만하더라(웃음). 물론 일본 투수들의 포크볼 완성도는 대단하다고 느꼈다"라고 바라봤다.
두산 내야수 여동건이 2025시즌 주전 내야수를 차지하기 위한 도전에 나설 전망이다. 두산 베어스
두산 내야수 여동건이 2025시즌 주전 내야수를 차지하기 위한 도전에 나설 전망이다. 두산 베어스
박영현의 공에도 좌절하지 않고 다음 맞대결을 준비하는 자세도 인상적이었다. 여동건은 "다음에 만난다면 어떻게 접근하고 대응해야 할지 계속 생각했다. 혼자 연습하면서 이런 식으로 치면 지난 대결보다는 나을 수 있겠다고 느끼기도 했다"라며 "10번 나가서 9번 삼진을 먹더라도 그 한 번을 위해 계속 준비해야 한다. 이기든 지든 더 나은 결과를 만들려는 선수가 되면 좋겠다"라며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마무리 훈련부터 새로 합류한 박석민 타격코치와 시너지 효과도 기대받는 분위기다. 여동건은 "박석민 코치님이 현역 시절 끼셨던 핑크색 장갑도 따라 끼기도 했었다(웃음). 지금까지는 콘택트에만 집중하는 느낌으로 치고 있었다. 박석민 코치님이 나를 보자마자 하체를 최대한 써서 강하게 힘 있는 타구를 날리자고 말씀 해주셨다. 물론 콘택트를 항상 신경 써야겠지만, 강하게 치려는 그런 의식을 더 하도록 유도 해주시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여동건의 롤 모델은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외야수 무키 베츠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작은 체구에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평정한 야구 도인과 같은 베츠의 기를 닮고 싶다는 게 여동건의 다짐이다.
여동건은 "베츠 선수의 아우라나 눈빛, 태도를 보면 그냥 도인 같더라. 괴짜도 야구를 잘할 수 있지만, 진짜 흠잡을 데 없는 도인처럼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신체적으로 타고난 부분이 없으니까 그런 걸 다 보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라며 "어떻게 보면 나의 결핍이다. 그 결핍으로 인해 게을러지지 않고 더 성실하게 노력하게 된다"라고 힘줘 말했다.
두산 내야수 여동건이 2025시즌 주전 내야수를 차지하기 위한 도전에 나설 전망이다. 두산 베어스
사진=이천, 김근한 기자/엑스포츠뉴스 DB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