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네이마르를 보는 것 같다"는 극찬을 받은 토트넘 17세 윙어 마이키 무어가 경기 MVP에 선정됐다.
손흥민 소속팀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는 2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리그 페이즈 3차전에서 AZ 알크마르를 1-0으로 꺾었다.
무어는 경기 뒤 토트넘 팬들이 선정한 알크마르전 MVP에 이름을 올렸다.
무어의 경기 MVP 선정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지난 4일 페렌츠바로시(헝가리)와 치른 유로파리그 2차전에서 생애 첫 1군 선발로 나선 뒤 깊은 인상을 남겨 경기 MVP에 뽑힌 적이 있다. 이어 유로파리그 경기 2연속 MVP에 이름을 올렸다.
토트넘 홈페이지는 25일 "무어는 특히 후반전 자신이 선호하는 왼쪽 측면으로 자리를 바꾸면서 팬들을 감탄하게 만드는 활약을 펼치며 이번 시즌 벌써 두 번째로 경기 MVP에 선정됐다"고 극찬했다.
토트넘은 이날 무어 등의 활약에 힘입어 신바람 3연승을 달렸다. 1차전 가라바흐(아제르바이잔), 2차전 페렌츠바로시 등 동유럽 최고 수준의 클럽들을 연파한 토트넘은 네덜란드 구단까지 우승후보 위력을 입증했다.
유로파리그 36개 구단 가운데 3연승을 달린 팀은 토트넘 외에 라치오(이탈리아), 안더레흐트(벨기에) 등 두 팀으로 토트넘은 이 중 2위다. 반면 승점 획득에 실패한 알크마르(승점 3)는 24위로 내려앉았다.
이날 경기에선 토트넘 두 윙어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왼쪽 날개인 독일 전 대표 토마스 베르너는 빅찬스미스를 두 번이나 놓치며 골결정력 논란을 해소하지 못한 반면, 오른쪽 윙어인 17세 무어는 화려한 드리블을 곧잘 펼치며 함께 뛰는 선배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임대 신분으로 토트넘에 온 뒤 경기력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 번 더 임대로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베르너는 더 이상 출전 기회를 받는 것이 민망할 정도의 플레이를 펼쳤다.
베르너는 전반 27분 빅 찬스를 놓쳤다. 18세 미드필더 베리발이 수비 뒤로 침투하는 베르너에게 완벽한 패스를 찔러줘 선제골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베르너는 골키퍼에게 패스하는 듯한 슈팅을 하면서 골 기회를 놓쳤다.
베르너는 11분 뒤에도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을 한숨 가득하게 만들었다. 전반 38분 부상을 털고 돌아온 히샬리송이 압박에 성공, 곧바로 공세를 취했다. 히샬리송이 베르너에게 찬스를 양보했지만 이번엔 하늘로 보내는 슈팅을 날려 골결정력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렸다.
토트넘은 그럼에도 선제골을 후반 초반 뽑아냈다.
후반 7분 역시 10대 영건 루카스 베리발이 페널티지역 안에서 상대 수비에게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부상에서 돌아온 히샬리송이 키커로 나서서 골망을 흔들며 복귀골을 기록했다.
이후엔 무어의 쇼타임이었다. 무어는 전반전엔 오른쪽 날개로 뛰었으나 베르너가 교체아웃되고 최근 주전 멤버로 활약 중인 브레넌 존슨이 온 뒤 왼쪽으로 보직을 바꿨다.
무어는 화려한 드리블과 간결한 볼터치로 단숨에 시선을 끌었다.
후반 14분 왼쪽에서 공을 잡은 뒤 과감하게 돌파하며 페널티지역 안으로 파고 들어 날카로운 왼발 슛을 날렸다. 그러나 각이 너무 없다보니 골문 안쪽으로는 향하지 않있다. 슈팅보다는 왼쪽 측면에서 알크마르 수비진을 휘저은 화려한 움직임이 돋보였다.
17세 윙어의 활약에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이 극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
매디슨은 경기 후 중계채널 TNT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후반 시작부터 20분까지 나는 왼쪽 윙에 네이마르가 있다고 생각했다. 공을 요구하고 두려움이 없다"며 "어리지만 좋은 정신력을 가졌다.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역시 무어에 대한 매디슨의 발언을 들었다며 역시 칭찬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무어는 아주 성숙한 어린 소년이다. 난 무어의 모든 발걸음을 정말 좋아한다. 매일 열심히 훈련하고 발전하길 원한다"며 "잘 성장하고 있다. 그를 투입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고 조목조목 호평했다.
무어는 27일 열리는 크리스털 팰리스 원정 경기에선 생애 첫 프리미어리그 선발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 손흥민이 허벅지 부상 재발로 알크마르전에 이어 크리스털 팰리스전 결장까지 확실시되고 있어서다.
지금까지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베르너가 손흥민 대체자로 투입됐으나 알크마르전을 계기로 무어가 뒤집은 양상이다. 런던 연고 구단 전문 매체 '풋볼 런던'도 손흥민 부상 직후 토트넘의 크리스털 팰리스전 레프트윙으로 무어가 선발 투입될 것임을 예측했다.
무어는 최근 토트넘에서 가장 기대받는 유망주로 평가받으면서 양민혁, 윌손 오도베르와 함께 손흥민의 장기적인 대체자로 꼽혔다. 이제 17살임에도 성인 무대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다.
손흥민도 무어를 칭찬한 적이 있다. 손흥민은 지난달 무어의 재능을 높게 사면서 "내가 함부르크 어린 선수일 때 뤼트 판 니스텔로이가 내 멘토가 돼 줬다"며 "이제 내가 무어의 멘토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무어는 성장이 가파르다. 그는 지난 5월 맨체스터 시티와 치른 토트넘의 2023-2024시즌 홈경기에서 후반 막판 교체투입을 통해 프리미어리그 및 1군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이어 해당 시즌 최종전인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후반 막판 들어가면서 새 시즌 토트넘의 희망임을 알렸다.
이번 시즌엔 자신의 입지를 본격적으로 넓히는 중이다. 지난달 21일 브렌트퍼드와의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에서 역시 후반 막판 교체투입되면서 매 경기 조금씩 기회를 받던 무어는 지난 3일 페렌츠바로시전에서 생애 처음으로 토트넘 선발 출전을 이루더니 90분 풀타임을 다 뛰고 팀의 2-1 승리에 보탬이 됐다.
이어 이번 알크마르전에서 1군 데뷔 후 두 번째 선발 출전을 일궈내며 성인 무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음을 알렸다. 아직 골 맛을 보진 못했고 팀의 에이스인 손흥민과 함께 선발을 맞춰본 시간도 적지만 이번 알크마르전을 통해 드러낸 재능이 이어진다면 프리미어리그와 유로파리그를 동시에 소화하는 토트넘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제 프리미어리그 감격의 첫 선발 투입을 정조준한다.
무어의 발전은 내년 1월 토트넘에 합류하는 K리그1 초신성 윙어 양민혁에게 좋은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어와 양민혁이 과거 손흥민과 에리크 라멜라처럼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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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