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 7회초 2사 1,2루에서 삼성 김윤수가 구원등판 전 덕아웃에 자신을 부른 게 맞는지 확인하고 있다. 중계화면 캡처
(엑스포츠뉴스 대구, 유준상 기자) 많은 공을 던지진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김윤수의 이야기다.
김윤수는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구원 등판해 ⅓이닝 1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10-4 승리에 힘을 보탰다.
삼성은 6회말까지 7-1로 크게 앞서가면서 승리와 점점 가까워졌다. 선발투수 데니 레예스가 6회초까지 1점밖에 허용하지 않으면서 실점을 최소화했고, 타선은 경기 중반 선발 전원 안타를 완성했다.
하지만 7회초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선발 레예스가 2사 1·2루에서 교체된 이후 두 번째 투수 송은범이 문성주에게 내야안타를 맞았다. 이때 강습타구에 왼손을 맞았고, 저림 증세가 남으면서 곧바로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공식 기록은 문성주의 내야안타.
2사 만루에서 구원 등판한 좌완 이승현이 홍창기에게 땅볼을 이끌어내면서 이닝을 마무리하는 듯했는데, 1루수 르윈 디아즈가 포구 실책을 범했다. 그 사이 3루주자 문보경, 2루주자 박해민이 홈으로 달리면서 득점을 올렸다. 여기에 후속타자 신민재의 1타점 적시타가 터지면서 두 팀의 격차가 3점 차까지 좁혀졌다.
3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 7회초 2사 1,2루 삼성 김윤수가 LG 오스틴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한 후 포효하고 있다. 대구, 김한준 기자
13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 7회초 2사 1,2루 삼성 김윤수가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대구, 김한준 기자
다음 타자는 정규시즌 타점 부문 1위(132개)에 오른 오스틴 딘이었다.
삼성 벤치는 추가 실점을 막기 위해서 이승현을 내리고 김윤수를 호출했다. 김윤수는 정규시즌 4경기 동안 5⅓이닝 평균자책점 10.13의 성적을 올렸다. 삼성도 김윤수의 단기전 경험이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김윤수의 구위를 믿었다. 김윤수는 호출 받을 때 자신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덕아웃에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정도였다.
2사 1·2루에서 구원 등판한 김윤수는 초구 150km/h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채웠다. 2구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채웠고,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했다. 김윤수는 3구로 직구를 선택했고,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낸 뒤 포효했다. 중계화면에는 152km/h, 전광판에는 155km/h가 찍혔다.
8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윤수는 첫 타자 김현수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고, 무사 1루에서 임창민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비록 김윤수는 이닝을 다 끝내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으나 사령탑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불펜에서 김윤수의 구위가 가장 좋다. 주자가 없거나 위기 상황에서 삼진이 필요할 때 (김윤수를) 원포인트로 쓰려고 했고, 우리가 구상했던 모습을 보여줬다. 좋은 활약을 했다"고 김윤수를 칭찬했다.
13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 삼성 김윤수와 강민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구, 김한준 기자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김윤수는 "별 생각 없이 올라갔는데, 2사 1·2루에 (상대 타자가) 오스틴인 걸 보고 어떻게든 막아야겠다고 생각하고 투구했던 것 같다"며 "(마지막 구종 직구에 대해서) 나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강)민호 형이 바로 사인을 내셔서 생각하고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스틴에게 삼진을 잡고 기쁨을 드러낸 장면에 대해서는 "(시리즈) 첫 경기인데, 팀이 이기는 게 더 좋기 때문에 리드 상황에서, 또 위기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했던 것 같다"며 "삼진을 잡는 걸 보면서 '내 공이 진짜 좋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자신감을 갖고 투구하면 계속 승리를 이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다만 8회초를 매끄럽게 마무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다. 김윤수는 "(오늘 투구에 점수를 주자면) 100점 만점에 80점"이라며 "그렇게 하면 안 됐는데, 다음 이닝(8회초)에 실수를 하지 않았나 싶다. 다음에 좀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자신을 돌아봤다.
13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 삼성 김윤수가 1루를 바라보고 있다. 대구, 김한준 기자
2018년 2차 6라운드 52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김윤수는 데뷔 전부터 강속구 유망주로 관심을 모았지만, 늘 제구가 문제였다. 7월 중순 상무(국군체육부대) 전역 이후에도 제구를 가다듬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김윤수는 "전역한 이후에도 제구가 가장 큰 문제였다. 직구 제구가 많이 안 돼서 그걸 최대한 잘하려고 많이 연습했다. 후반에 들어오면서 계속 연습했던 게 잘 나왔고, 여기까지 잘 온 것 같다"며 "연습경기까지 마무리한 뒤 더 자신감을 찾았고, 좋아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오랜만에 가을야구를 경험한 느낌은 어땠을까. 김윤수는 "평소보다 긴장감도 있고, 1회부터 선수들이 계속 집중하고 있으니까 더 긴장되는 것 같다. 그런데 너무 긴장하면 몸이 경직되기 때문에 평소처럼 하려고 생각하고, 계속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윤수는 플레이오프 엔트리 승선 이후 형 김범수(한화 이글스)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활약을 다짐했다. 김윤수는 "형이 '엔트리에 승선해서 축하하고, 시즌 때 하지 못한 걸 가을야구 때 다 보여주자'고 했다"며 미소 지었다.
사진=대구,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