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이 있었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손흥민의 공백이 절실했던 한 판이었다. 손흥민이 단순히 골을 넣고 찬스를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 팀을 하나로 묶고 중심 잡아주는 역할까지 한다는 것을 알게 한 90분이었다.
손흥민 소속팀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가 힘든 하루를 겪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지난해 여름 부임한 뒤 최악의 경기라고 할 정도였다.
손흥민이 공식전 3경기 연속 결장한 토트넘이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 원정에서 역전패했다.
토트넘은 7일(한국시간) 영국 브라이턴의 아멕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홈 경기에서 브라이턴에 2-3으로 뒤집기패를 맛봤다.
이날 패배로 토트넘은 3승 1무 3패(승점 10)가 되면서 순위가 9위가 됐다. 승리했으면 최상위권 경쟁이 가능할 수 있었으나 후반 들어 수비가 무너지고 선수들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무너졌다.
역전승을 챙긴 브라이턴이 승점 12가 되면서 순위를 9위에서 6위까지 끌어올렸다. 토트넘이 원했던 결과를 브라이턴이 챙겼다.
이날 손흥민은 구단 발표대로 빠졌다. 손흥민은 왼쪽 허벅쥐 뒤 근육(햄스트링) 이상을 느껴 이날까지 3경기 연속 결장했다.
손흥민이 빠진 레프트윙 자리는 골결정력 미숙으로 곧잘 비판을 받는 전 독일 국가대표 베르너가 다시 한 번 맡았다. 스트라이커는 도미니크 솔란케, 오른쪽 윙어를 브레넌 존슨의 몫이었다.
전반전은 완벽한 토트넘의 흐름이었다. 직전 프리미어리그 맨유전에 이어 초반 골이 나오면서 잘 달렸다.
최근 토트넘 주포로 떠오른 존슨이 전반 23분 솔란케의 패스를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 선제골을 뽑아낸 것이다. 존슨은 SNS까지 닫을 정도로 시즌 초반 많은 비판에 휩싸여쓰나 9월 중순부터 달라졌다. 프리미어리그 3경기, 리그컵과 UEFA 유로파리그를 포함하면 공식전 총 6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쾌조의 골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주춤했던 공격형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이 전반 37분 추가골을 넣어 2-0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후반 들어 토트넘이 완전히 무너졌다.
수비가 와르르 무너지며 18분 사이 3골을 내준 것이다. 2-0이었던 스코어가 2-3으로 뒤집혔다.
홈팀은 후반 3분 일본 국가대표 윙어 미토마 가오루가 왼쪽에서 넘겨준 땅볼 크로스를 얀쿠바 민테가 문전에서 마무리해 한 골을 만회했다. 크로스가 민테에게 연결되는 과정에서 토트넘 수비수 2명이 헛발질을 하는 일이 일어났다.
후반 13분에도 미토마의 움직임에 토트넘이 쓰러졌다. 그가 수비수 2명을 앞에 두고 찔러준 침투패스를 조르지뇨 뤼터가 왼발로 마무리해 2-2를 만들었다.
후반 21분 기어코 역전골까지 내줬다. 뤼터가 오른쪽에서 몸싸움을 이겨내고서 크로스를 올렸고, 과거 아스널 공격수 대니 웰벡이 훌쩍 뛰어올라 머리를 갖다 대 승부를 뒤집는 골을 뽑아냈다. 웰벡 주변에 토트넘 선수가 2명이나 있었지만, 웰벡을 저지하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웰벡은 10년 만에 토트넘전 골을 넣었다.
순식간에 만회골, 동점골, 역전골까지 내준 토트넘은 이후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승점 1을 따기 위해 공격수들을 늘렸으나 오히려 브라이턴에 한 골 더 내줄 뻔했다.
토트넘은 이날 손흥민이 없는 가운데 두 골을 넣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3골에 이어 손흥민 없이 연속으로 멀티골을 넣었다.
하지만 2-0으로 앞서갈 때 정신적인 리더가 없다보니 상대의 몰아치는 공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손흥민이 있었더라면 보다 체계적으로 상대 공략에 대응하고 팀이 정신적으로 뭉칠 수 있었지만 로메로는 상대 공세를 최후방에서 막아내느라 그런 역할을 하기 어려웠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뒤 "내가 토트넘에 온 뒤 최악의 패배"라면서 "모든 경합에서 졌고, 투쟁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토트넘은 19일 웨스트햄과 홈 경기를 치른다. 영국 이브닝 스탠더드는 손흥민이 웨스트햄전에선 돌아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