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제2의 박지성이 되겠다"는 약속을 첫 달부터 지켜나가고 있다.
황인범이 네덜란드 명문 페예노르트 입단 첫 달부터 웃었다. 축구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이 페예노르트에 입단하자마자 구단 '이달의 선수'로 뽑혔다.
페예노르트 구단은 9월 이달의 선수 수상자로 황인범이 선정됐다고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앞서 페예노르트는 지난 달 3일 홈페이지를 통해 황인범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028년까지 4년이다. 황인범은 붉은색과 흰색을 반씩 가르는 페예노르트 유니폼에 등번호 4번을 달았다.
페예노르트는 아약스, PSV 에인트호번과 함께 현지 3대 강팀 중 하나로 꼽힌다. 송종국과 이천수 등 2002 한일 월드컵 멤버들이 입단한 적이 있고 이천수 이후 17년 만에 황인범이 한국인 3호로 계약했다.
이어 입단 초반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이다.
페예노르트는 "9월 2일 이적시장 마감일에 입단이 발표되고 한 달 남짓 지난 황인범은 우리 구단에서 첫 개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황인범은 세르비아 츠르베나 즈베즈다에서 활약하다가 지난달 초 페예노르트 유니폼을 입으며 무대를 옮겼다.
구단은 세부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네덜란드 유력지 '더 텔레그라흐'에 따르면 즈베즈다는 황인범의 바이아웃(이적 보장 최소 금액)을 800만 유로(약 118억원)로 책정한 걸로 알려졌다. 즈베즈다는 지난해 여름 황인범을 550만 유로에 영입했다. 1년 사이 250만 유로, 약 43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황인범도 아약스와 경쟁하던 페예노르트가 바이아웃을 지불하면서 자신을 데려갔다고 지난달 A매치 기간에 설명한 적이 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1000억원에 육박하는 이적료를 쉽게 내놓고 있지만 네덜란드 무대에서는 다른 얘기다. 800만 유로는 2022년 체코 수비수 다비드 한츠코를 데려오기 위해 페예노르트가 스파르타 프라하(체코)에 준 830만 유로 다음의 구단 역대 이적료 2위 기록이다.
황인범은 지난달 A매치 브레이크 기간 오만과의 월드컵 아시아 예선 직후부터 취업비자를 받아 네덜란드에서 뛰었다. 지난달 19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레버쿠젠(독일)과의 리그 페이즈 1차전을 통해 페예노르트 선수로 데뷔했으며 이어진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2경기에서도 풀타임 활약을 이어갔다.
지난달 21일 NAC 브레다와의 6라운드로 에레디비시에 첫선을 보인 황인범은 첫 경기부터 ESPN 네덜란드판이 선정한 '이 주의 팀'에 선정되면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이어 이번 '이달의 선수' 수상으로 구단 내부에서도 활약을 인정받았다.
페예노르트 소속으로 뛴 건 10월 1경기를 포함해도 아직 4경기에 불과하지만, 입단 초기부터 빠르게 안착하는 모양새다.
네덜란드 유력지인 부트발 인터내셔날은 페예노르트의 황인범 영입 이유를 소개하면서 "황인범은 역동적인 미드필더로 이름을 알린 28살 한국인 선수다. 페예노르트는 이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험을 갖고 있는 선수에게 투자하기로 했다"고 했다.
황인범의 다양한 경험, 특히 지난 시즌 즈베즈다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를 뛰며 맨시티전에서 골까지 넣었던 경험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페예노르트는 이번에 개편된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바이엘 레버쿠젠(독일), 지로나(스페인), SL벤피카(포르투갈), RB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스파르타 프라하(체코), 바이에른 뮌헨(독일), LOSC릴(프랑스)를 상대하는 스케줄을 받아들었다. 일단 지난달 레버쿠젠전, 이번달 지로나전을 치렀고 페예노르트는 1승 1패를 기록 중인데 승패에 관계 없이 황인범은 꾸준한 활약을 펼쳐 챔피언스리그급임을 인정받았다.
황인범은 플레이스타일을 볼 때 네덜란드에서 성공 스토리를 쓰고 맨유로 이적한 박지성가 닮은 것으로 분석된다. 황인범은 중앙 미드필더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고정돼 있고, 박지성은 미드필더와 윙어를 동시에 볼 수 있지만 포지션에 상관 없이 엄청난 활동량으로 공격을 이끌고 수비에 도움을 주는 것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실제 황인범도 페예노르트에 온 뒤 과거 라이벌 구단 PSV에서 활약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갔던 '해버지' 박지성을 닮고 싶다고 했다.
네덜란드 '부트발 플릿센'도 "박지성은 PSV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 공격형 미드필더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유니폼을 입었고, 2013년 한 시즌 동안 복귀했다"며 황인범이 박지성과 닮은 선수라고 했다.
박지성은 과거 리오넬 메시, 안드레아 피를로 등을 꽁꽁 묶으면서 지치지 않고 달린다는 뜻으로 "개처럼 달린다"는 호평을 받았다. 황인범 역시 즈베즈다 시절이었던 지난해 여름 맨시티와의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앞두고 "개처럼 뛰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황인범은 페예노르트에 와서도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 레버쿠젠전에서 12.0km를 달리는 등 박지성 같은 활동량을 펼친 적이 있다.
황인범은 '이달의 선수'를 수상한 뒤 구단을 통해 "제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상을 선물로 여기며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인범은 6일 트벤터와 에레디비시 8라운드를 치른 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4차전을 앞둔 국가대표팀에 합류한다.
대표팀은 10일 요르단 암만에서 요르단을 상대로 3차 예선 B조 3차전을 치르고, 이어 15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 4차전에 나선다.
사진=연합뉴스 / 페예노르트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