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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 자리 뺏을 수 없어" PS 엔트리 고사…박경수 "뒤에서 선수들 챙길게요" [WC1]

기사입력 2024.10.02 19:37 / 기사수정 2024.10.0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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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주장 박경수가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잠실, 최원영 기자
KT 위즈 주장 박경수가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잠실,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주장의 품격이다.

KT 위즈 주장 박경수는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엔트리 승선을 정중히 고사한 이유를 밝혔다.

박경수는 베테랑 내야수로 견고한 수비 능력이 강점이다. 큰 경기 경험도 갖췄다. 특히 2021년 KT가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일굴 때도 함께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3월 23일 개막 엔트리에 안착한 뒤 4월 6일 말소됐다. 이후 1군 명단에 복귀하지 않고 선수단과 동행하며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다독이는 데만 힘썼다.

이강철 KT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 박경수의 이름을 포함하고자 했다. 그러나 박경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2일 잠실서 만난 박경수는 "이렇게 생각해 봤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괜히 내가 욕심을 부린 게 아닐까'라는 마음이 크게 들 것 같았다"며 "후배들도 나가서 경험을 해봐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이 친구들에게 또 후배가 생겼을 때, 그때 선수들도 나와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덤덤히 말했다.

박경수는 "4월에 엔트리에서 빠지고 난 뒤 실전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몸을 만들기도 했지만 훈련하면서도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며 "'굳이?'라는 느낌이었다. 4월에 빠지고선 9월에 다시 들어가면 후배 자리를 하나 뺏는 것이라 느꼈다. 팀을 봤을 때 이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잘하면 다행이지만 못했을 때는 팀에 미치는 안 좋은 영향이 너무 클 듯했다. 그래서 '감독님 진짜 이건 아닙니다. 차라리 (오)윤석이나 젊은 선수들을 써주세요. 그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라고 말씀드렸다"며 "감독님께서 흔쾌히 받아주셨다. 나는 이 과정들이 더 감사했다"고 강조했다.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앞둔 KT 위즈 주장 박경수. 잠실, 김한준 기자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앞둔 KT 위즈 주장 박경수. 잠실, 김한준 기자


1984년생인 박경수는 현역 은퇴를 눈앞에 뒀다. 마지막일지 모르는 포스트시즌 출전을 포기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이기도 했다. 박경수는 "한 경기, 한 경기가 내겐 의미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나보다는 후배들이 뛰는 게 더 낫다고 봤다. 지금까지 선수들이 잘해온 덕에 팀이 완성되지 않았나"라며 "서운한 마음 같은 건 전혀 없다. 역대 프로야구 선수들 중에 4월에 엔트리에서 빠진 뒤 계속 1군과 동행하며 주장 역할을 한 선수가 얼마나 있었나. 난 '복'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경수는 "뒤에서 감독도 돼보고, 코치도 돼보고, 젊은 선수들도 돼봤다.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무척 좋았다"며 "그래서, 이제 와 내가 굳이 게임에 나가는 것은 아니라고 여겼다. 그런 이유들을 감독님께 말씀드린 것이다"고 부연했다.

큰 경기일수록 베테랑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박경수는 "맞다. 분명히 있다. 하지만 지금 내 역할은 기술적인 부분은 아니다"며 "더그아웃에서, 뒤에서 선수들 달래주고 챙겨주는 것만 해도 바쁘다. 난 그런 일을 하는 게 맞는 듯하다. 내게 올 시즌은 정말 감사하고 의미 있는 한 해다"고 미소 지었다.

KT는 지난 1일 SSG 랜더스와 리그 사상 최초 5위 결정전을 치렀다. 1-3으로 끌려가다 8회말 4-3으로 역전하며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 포스트시즌행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었다. 

박경수는 "정말 극적으로 이겼다. 팬분들도 멋진 경기를 보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늘(2일) 사우나에서 선수들을 만나 '어제(1일)보다 오늘이 더 편하지?'라고 물어봤다. 다들 어제 훨씬 긴장했다고, 오늘은 한결 낫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사실 나도 어제 많이 간절했다. 하루는 (고)영표가 내게 '형 유니폼 쉽게 안 벗게 해드릴게요. 형 야구 계속할 거니까 기다려 보세요'라고 하더라"며 "그런 점들을 떠올리면 동생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KT 위즈 주장 박경수가 지난해 포스트시즌 경기에 출전해 수비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KT 위즈 주장 박경수가 지난해 포스트시즌 경기에 출전해 수비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지난달 28일 수원서 정규시즌 최종전(5위 결정전 제외)을 치른 뒤 선수단 대표로 마이크를 잡고 팬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당시 박경수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박경수는 "감독님과 하이파이브 하고 나서 팬들과 하이파이브 하러 가는데 응원단장님이 내 응원가를 틀어 주셨다. 팬들이 내 이름을 막 불러 주시는데 거기서 감정이 확 올라왔다"며 "매 시즌 주장으로서 팬분들께 감사 인사를 하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말이 잘 안 나왔다. 그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수원 KT위즈파크에 찾아와 주시는 팬분들이 매년 더 많아지고 있다.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다"며 "그게 너무 기분 좋고, 울컥했다. 우리 후배들은 점점 더 좋은 환경 속에서 야구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경수는 "지인들에게 평소 농담으로 '가장 행복한 은퇴식을 보여줄게'라고 했다. 그날(최종전) 이후 마케팅팀 팀장님에게 은퇴식 안 하겠다고 했다. (우느라) 진행이 안 될 것 같아서다"며 "모든 게 정말 영광이다. 난 내가 가진 커리어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무척 좋은 팀, 동료들, 감독님, 코치님들을 만나 행복하게 야구하고 떠나는 것 같다. 난 진심으로 복받은 사람이다"고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경수는 "내가 너무 부각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후배들 좋은 기사 많이 써달라"고 부탁했다. 캡틴의 진심이었다.


사진=잠실, 김한준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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