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홈런 폭발! KT PS 진출 이끈 로하스…"목표는 KS 우승"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수원, 유준상 기자) 말 그대로 멜 로하스 주니어의 원맨쇼였다. 로하스가 KBO리그 역사상 첫 5위 결정전에서 멀티홈런을 터트리면서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로하스는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정규시즌 5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에서 3타수 2안타(2홈런) 4타점 1볼넷으로 팀의 4-3 승리를 견인했다.

로하스의 방망이는 첫 타석부터 뜨거웠다. 로하스는 1회말 1사에서 SSG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4구 152km/h 직구를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두 번째 타석과 세 번째 타석에서 각각 볼넷, 2루수 땅볼을 기록한 로하스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건 팀이 1-3으로 지고 있던 8회말이었다. 선두타자 심우준의 안타에 이어 김민혁 대신 대타로 등장한 오재일이 김광현을 상대로 안타를 때리면서 무사 1·3루로 연결했다. 홈런 한 방이면 경기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로하스였다.



로하스는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김광현과의 맞대결에서 10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12타석 동안 볼넷 2개를 얻은 게 전부였다. 하지만 맞대결 성적은 큰 의미가 없었다. 로하스는 1구, 2구 볼을 차례로 골라낸 뒤 3구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 밖으로 타구를 보냈다. 두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경기 내내 SSG와 접전을 펼친 KT는 로하스의 역전포로 승리에 한 걸음 더 다가섰고, 9회초 박영현이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으면서 KT의 1점 차 승리로 경기가 종료됐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로하스는 "팀 승리에 도움이 돼 기쁘다"며 "팬분들께서 또 한 번의 포스트시즌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한 것 같다. 팬분들께서 우리를 응원해 주신 것에 대해서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답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홈런 상황에 대해서는 "타격 이후에는 공이 날아가는 걸 보지 않았고 더그아웃을 봤는데, 동료들이 반신반의하는 것 같아서 '내가 로하스인데 날 못 믿나' 그런 마음이 있었다"며 "맞는 순간 이미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노린 공이) 실투였고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특정 구종을 노린 건 아니었고, 특정 로케이션을 노렸는데, 생각보다 공이 좀 더 높게 왔다. 원래 김광현 선수가 나를 상대로 볼 배합을 잘 가져가서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였는데, 공이 좀 높게 와서 정타가 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2017년 KT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입성한 로하스는 2018년, 2019년에 이어 2020년까지 네 시즌 동안 KBO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했다. 특히 2020년에는 47홈런을 몰아치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내면서 그해 정규시즌 MVP(최우수선수상)를 수상했다.

로하스는 2021년과 2022년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부진했고, 이후 멕시코 리그와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다가 지난해 12월 KT와 다시 손을 잡았다. KT는 KBO리그에서 충분히 경험을 쌓은 로하스가 제 기량을 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로하스는 올 시즌 전 경기(144경기)에 출전했으며, 572타수 188안타 타율 0.329 32홈런 11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89로 활약했다. 9월 이후 17경기 65타수 19안타 타율 0.292 2홈런 14타점으로 주춤했지만, 5위 결정전에서 아쉬움을 만회했다.

로하스는 "시즌 후반에 타격 페이스가 떨어졌고, 많은 경기에 나가면서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변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로서 충분히 준비해야 했다"며 "마지막 3~4경기 정도는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고, 시즌 때 해왔던 루틴에서 벗어나 새로운 루틴을 시도하면서 잘 맞는 걸 찾았다. 훈련보다는 휴식을 좀 더 취했고, 훈련을 할 때 특정 부분에 맞춰서 했던 게 잘 나왔고, 타격 페이스가 올라온 계기였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KT는 2020년, 2021년, 2022년,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5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기쁨을 맛봤다. 특히 올 시즌에는 최하위에서 순위를 서서히 끌어올리면서 중위권까지 도약했고, 마지막까지 힘을 냈다.

로하스는 "우리가 마법사(위즈)이니까 마법을 부려서 여기까지 왔다(웃음). KT가 슬로우 스타터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게 좋은 건 아니지만, 팀 전통처럼 후반기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게 저력으로 나타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당연히 시즌을 치르는 동안 더 좋은 결과를 내서 더 높은 순위로 끝냈다면 좋았겠지만, 후반기에는 우리가 충분히 보여줄 수 있고, 어려울 때 잘 버티고 치고 나갈 때 치고 나가자는 느낌이 있었다. 그게 팀이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전했다.

5위 결정전 관문을 통과한 KT는 2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임한다. 상대는 정규시즌 4위 팀 두산 베어스다. KT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가을야구를 경험했던 2020년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상대로 1승3패를 기록하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로하스도 팀의 일원이었다.

로하스는 "내가 아웃된 게 시리즈 마지막 아웃카운트였던 걸로 기억한다. 매우 쓰라린 기억이었다. 이번에는 돌려줄 수 있으면 돌려주고 싶다"며 "(2020년은) 팀이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러서 경험이 많이 부족했고, 여러 상황에서 해야 할 걸 하지 못했다. 그 이후 팀이 계속 포스트시즌에 올랐고, 또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지금은 우리가 가진 모든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고, 또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여전히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로하스는 "이렇게 가을야구를 할 수 있게 된 만큼 한국시리즈 우승이 목표다. 정규시즌 5위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어려운 길이라고 생각한다. 두산이 우리를 상대로 좋은 경기력(올해 상대전적 두산 12승4패)을 보여줘서 쉬운 시리즈는 아니겠지만, 5위 결정전을 통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좋은 선수 있는 팀이다. 시너지만 잘 보여준다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수원,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